우울과 불안의 뿌리 - 4 (마무리)
이전 세 편의 글들에서 나의 우울과 불안의 뿌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오래 묵은 아픈 이야기들을 끄집어낼 수 있을지, 그렇다면 어디까지 풀어내야 할지 많이 망설였다.
쓰다 보면 눈물이 고이고 기분이 가라앉았다. 나는 즐거우려고 매일 노력하는데 과거를 회상하며 우울한 시간을 보내는 게 맞을까 싶었다. 나는 희망을 주고 싶은데, 슬픈 이야기는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우울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염려되었다. 나는 나를 숨기는 데 더 익숙한 사람이라 나의 마음과 생각을 누군가가 읽는다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우울과 불안의 시작점을 진솔하게 써 내려가야 나의 글이 온전함을 갖출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에게 이런 경험이 있었다'라는 이야기를 내놓아야 내가 어떻게 긍정과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지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를 이해하고 다독이는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자신을 이해하고 다독이는 과정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이 내가 통과해야 하는 관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를 제대로 마주하는 연습, 나를 드러내는 연습, 불편한 것도 해보는 연습, 깊이 생각하지 말고 일단 시작해 보는 연습.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다 보니, 힘든 시기를 보내는 젊은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몇 가지 떠올랐다. 모두가 처해진 상황이 다른 터라 조심스럽지만, 나의 유년기를 빗대어볼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힘든 시간은 언젠가는 끝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힘들어도 그 암흑 같은 시간은 끝날 것이므로, 고교시절의 나처럼 시간을 무작정 흘려보내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로 채워보려 힘내 봤으면 좋겠다.
하지만 시간을 좀 허비했다고 너무 죄책감이나 패배감에 휩싸이지도 않았으면 한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고, 몇 년 정도 방황했다고 인생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기억했으면 한다. 힘들 땐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본인이 존재의 가치가 있다는 것도 꼭 알았으면 한다. 존재의 가치는 다른 누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아니, 사실 누가 정해줄 필요도 없다. 그냥 누구나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다. 본인이 사랑받을 자격도, 인생을 즐겁게 살 자격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전문가의 도움이든, 가족의 도움이든, 사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야기하고 해결해 나가길 원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나는 과거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하지 않으려 한다.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는 어차피 쓸모없으니까. 가끔은 이렇게 살아온 과정들이 내 인생을 더 다채롭게 만들어 주었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는 지금과 앞으로의 삶에 도움 되는 것들로 나의 인생을 채울 것이다. 나도 아직 노력 중이다. 나도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