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응급처치 노하우
그런 날이 있다. 잠에서 깨는 순간부터 심장이 두근두근 불안한 날. 안 좋은 일이 없는데도 기분이 착 가라앉는 날. 별 거 아닌 일에도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날. 자칫 잘못하면 우울의 구렁텅이에 끝도 없이 깊게 빠질 것 같은 날.
이런 날을 잘못 보냈다가 더 우울해진 경험이 몇 번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에게 효과 있는 응급처치 같은 노하우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커피를 마시든, 샤워를 하든, 청소를 하든, 장을 보든, 일어나서 몸을 움직여야 한다. 몸과 마음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몸을 움직이다 보면 마음도 활력을 띄기 시작한다.
좀 뜬금없지만 우연히 발견한 이 방법은 쉽고 간단해서 자주 애용한다. 나에게는 심폐소생술처럼 짧고 강하게 효력을 발휘하는 방법인데, 노래를 틀고 무작정 따라 부르는 것이다. 처음에는 조용히 흥얼거리거나 나지막이 따라 부르는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목청껏 불러 젖힌다. 옛날 노래든, 요즘 노래든, 두 세 곡 부르다 보면 ‘나 즐거울 줄 아는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잡생각 버리고 노래에 집중하는 내 모습도 기특하다.
기분이 우울할 땐 재미있는 것도 재미없게 느껴진다. 심지어 'TV속 저 사람들은 뭐가 저렇게 즐겁지' 또는 '나는 어째서 즐겁게 살지 못하지' 같은 생각까지 들면서 더 우울해지기도 한다. 아무리 웃긴 장면을 봐도 웃음 하나 안 나오는 날, 그냥 눈 딱 감고 억지로라도 웃어보자. 웃는 것도 버릇이 된다. 웃다 보면 한 번은 진심으로 웃게 된다.
우울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하루를 허비했다는 한심함과 죄책감이 더해져 우울감이 무한대로 증식된다. 뭐가 됐든 작은 것 하나라도 이루어서 ‘오늘 하루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는 기분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산책을 하거나, 밑반찬을 하거나, 미루던 일 하나를 하거나 뭐든지 상관없다. ‘오늘 이거 하나는 했다’ 싶을 수 있는 아주 작은 걸 하나 해낸다.
이 외에도 맛있는 것 먹기, 햇볕 쬐기, 대화하기, 운동하기 등등 많은 방법들이 있을 테다. 본인에게 맞는 건 사람마다 제각각일 것이다. 그렇지만 핵심은 ‘아주 작은 것부터 일단 시작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저것 너무 깊이 생각 말고 그냥 한번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