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이야기
어릴 때 우리 집엔 동물이 많았다. 도시에 사는 것 치고는 좀 심하게 많았다.
우선 우리 집엔 개들이 있었다. 첫 번째 강아지는 '쫑'이었다.
쫑이는 자식들을 낳았다. 쫑이 남편이 뉘 집 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쫑이의 자식들 중 '또롱이'를 남기고, 다른 강아지들은 다른 집에 보내졌다.
그래서 우선 우리 집엔 개가 두 마리 있었다.
우리 집엔 새도 있었다.
앞마당 나무에 새장을 달아놓았다.
그 새장에는 보통 한두 마리의 작은 카나리 같은 새들이 살았다.
그런데 새들은 가끔 도망을 쳤다. 도둑을 맞았는지도 모른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새들은 가끔 사라졌고 아빠는 다시 새를 사 오셨다.
우리 집엔 십여 마리의 금붕어들도 있었다.
거실에 아예 작은 연못을 조성했다.
거실이 딱히 넓은 것도 아니었는데, 연못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벽돌을 쌓아 담을 만들고, 두꺼운 비닐을 벽돌에 고정시켜 물을 담을 수 있게 모양을 만들었다.
바닥엔 큰 돌덩이와 자갈을 깔았고, 모조 물풀과 물레방아 장식품도 넣었다. 보글보글 공기 뿜는 기포기도 설치했다.
작은 거북이도 두세 마리 들여왔다. 마룻바닥에서 거북이들 달리기 경주를 시키곤 했다.
토끼 두 마리를 잠시 키운 적도 있었다. 채소를 주면 옴삭옴삭 먹는 모습이 귀여웠다.
오빠와 나는 방과 후에 병아리를 사 오기도 했다. 병아리 장수들이 학교 앞에 자주 등장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병약한 병아리였던지 그리 오래 살지는 못했다.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우리 집엔 이렇게 동물들이 많았다.
하지만 아빠가 돌아가신 후, 동물들은 하나둘씩 다른 곳으로 보내졌다.
젊은 나이에 미망인이 되어 먹고살기 벅찼던 엄마에게 동물들까지 챙길 여력은 없었다.
그래도 '또롱이'는 우리와 꽤 오랫동안 함께 살았다.
35년도 훌쩍 넘은 시절의 이야기이다.
얼마 전 엄마와 우리 집 강아지를 쓰다듬다가 어릴 적 동물들 이야기가 나왔다.
"엄마, 근데 우리 어릴 때 우리 집에 동물이 엄청 많았잖아."
"많았지."
"아빠가 동물 대개 좋아했었잖아."
"좋아했지."
"근데 엄마도 좋아했나?"
"좋아하긴 뭘 좋아해! 진저리가 났지! 나는 얼마나 싫었다고!"
"푸하핫! 진짜? 우와, 정말 몰랐네." 나는 웃음을 빵 터뜨렸다.
"너거 아빠는 왜 그렇게 자꾸 동물을 갖고 들어오는지, 어차피 내가 다 먹이고 다 치우고 해야 되는데!"
엄마의 반응은 의외였고 우스웠다.
그렇게 많은 동물과 함께 살았던 엄마가 동물을 안 좋아했었다니.
하지만 왠지 내 마음속은 포근하고 몽글몽글해졌다.
'엄마는 아빠를 사랑하셨구나.'
상대방을 위해 내키지 않는 일도 기꺼이 함께 하는 것.
상대방의 기뻐하는 모습이 좋아 불편함조차 감수하는 것.
그런 게 '사랑'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마음 속에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