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 창작시
한결같이 따스한 그대.
체온은 37도로 세팅되어 있지.
하지만 나는 가끔 느껴.
전원이 나간 듯 서늘해지는 기운을.
"오늘 우리 청소 좀 하자."
당신은 비디오게임을 하다가
저승사자라도 본 듯한 얼굴이야.
표정이 얼어붙고 동공이 흐려지지.
근육이 경직되고 허공을 주시하지.
당신의 얼굴은 싸늘히 식어가.
질문이 유난히 한없이 이어져.
"어디를 청소해야 되는데?"
"청소할 게 있긴 있나?"
"오늘 해야 되나?"
청소 하루이틀 하는 것도 아닌데
'밀당'으로 전력을 소비하지.
'청소하기 싫다'는 말만 빼놓고
허튼소릴 조리 있게 뱉어내지.
가끔은 전원을 꺼버리고
부둥켜안은 채 폭파하고 싶지만
교양 있는 인간인 나로서는
한 박자 쉬고 마음을 추스르지.
"주말에 좀 치워야지."
당신은 이해하는 눈치야.
아니, 사실 처음부터 이해하고 있었어.
단지 실행하기 싫었겠지.
비디오게임이 아른거렸을 테야.
"이틀 쉬는 동안 기분 내킬 때 하면 돼."
이 정도 배려는 해줘야 해.
너무 밀어붙이면 오류가 나니까.
나도 모르는 어느 순간
당신은 임무를 완수해 냈지.
"여기 청소 다 했어."
당신은 한마디를 툭 던져.
감출 수 없는 뿌듯함이 엿보이지.
이럴 땐 '우쭈쭈' 명령어를 반드시 사용해야 해.
배터리를 초고속으로 충전할 수 있거든.
"우와, 고마워! 게임 재밌게 해!"
당신의 표정은 온기를 되찾고 있어.
아니, 조금은 흥분되어 보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 안 해도 오롯이 드러나.
'빨리 게임해야지.'
나는 차 한 잔을 마시며
오늘 하루를 담담히 정리해.
'로봇 조종, 미션 클리어'
그렇게 J형 인간과 P형 로봇은
꾸준한 디버깅, 패치, 업데이트를 통해
그럭저럭 잘 살고 있다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