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찬리에 종결^^
'남편관찰일지'를 드디어 마무리짓게 되었다. 끝나는 마당에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볼까 한다.
나의 첫 연재 브런치북 주제로 '남편'을 선택한 이유는 소재가 풍부해 보였기 때문이다. 소재 부족으로 고통받지 않고자, 남편을 희생양 삼아 연재 브런치북의 생태계를 파악하려 했다. 철저히 계산된, 필요에 의한 선택이었다.
사실 남편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그는 원래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또한, 에세이 장르에도 별 흥미가 없다. 다른 사람들의 인생, 심리, 사유 등에도 관심이 없다.
그렇다 보니, 내가 '남편관찰일지'를 쓰겠다고 했을 때, '왜 굳이?', '왜 나를?'이라는 표정이었다. 그는 긴가민가, 반신반의하는 얼굴로, '하고 싶으면 하든지' 정도의 호응을 해주었다. '이게 맞나'라는 마음 반, '아내가 하고 싶은 걸 방해할 순 없다'라는 마음 반이었다고 본다.
나는 모두 익명이고, 거의 다 좋은 말뿐이라고 안심시켰다. 연재를 시작한 후에는 번역을 해서 읽어주곤 했다. 그는 크게 걱정을 하지도, 크게 화색을 띠지도 않았지만, 아내에게 건넬 적절한 반응을 고르는 것에 더욱 신중을 기했다. 매번 남편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아내가 되었다.
그는 미세하게 경직된 표정으로 두뇌를 풀가동하며 얼떨떨하게 "응, 글 잘 썼네." 정도의 응수를 했다. 어떠한 의견도 위험할 수 있으니, 무리수를 두지 않겠다는 판단에서 기인한 대응이라 본다. 평타는 쳤다고 판단한다.
사실 그의 반응은 문제가 아니었다. 나에게도 의아한 태도 변화가 있었다. 매일 보는 사람을 글로 써내려니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남편과 대화하다가 돌아서서 남편을 서술하기까지 한다? 사랑이 아무리 넘쳐도 그건 좀 과했다.
또한 나도 가끔은 남편 때문에 기분이 상하는데, 그럴 때조차 열손가락으로 타닥타닥 남편의 장점을 글로 써내려니 묘한 괴리감이 들었다. 게다가 글에 집중하고 있을 때 남편이 말을 걸면 조금 귀찮을 때마저 있는 것이었다. 사이좋은 남편 이야기를 쓰면서, 이래도 되는 건가 싶었다. 현실적이면서 이질적인 감정이었다.
나도 솔직히 남들처럼 이런 생각이 한 번씩 든다. '내가 아깝다', '남편은 내가 키웠다', '남편은 복 받았다'. 칭찬일색이던 브런치북의 끝에 왜 급발진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런 건 그런 거다. 남편이 좋은 사람인 건 분명하지만, 본의 아니게 장점이 너무 많이 부각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흠을 잡아봤자 득이 될 건 없으니, 단점은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다. 우리도 그저 평범한 부부일 뿐이다.
다행인 것은 남편도 나를 키웠고, 나도 복 받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철없고 세상 물정 모르던 두 사람이 만나서 함께 성장하고, 사회에 이바지하는 사람들이 되었다는 사실이 문득문득 뿌듯하다. 서로가 서로를 키우고, 부부가 힘을 합쳐 하나의 방향을 향해 성장해 온 모습이 꽤 흡족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가족'이라는 한 배를 타고 항해하며, 개인이 아닌 가족으로서 올바르다고 믿는 방향을 따라 꾸준히 전진해 왔다. 서로 잘 맞을 때도, 전혀 맞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양보하기도 채워주기도 하면서 퍼즐처럼 맞춰져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어가고 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꽃길을 걸을 때도, 돌밭에 넘어질 때도 있을 것이다. 우리 부부에게, 우리 자녀에게 어떤 앞 날이 펼쳐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서로를 믿고 위하며 긍정적으로 헤쳐나가보려 한다.
'남편관찰일지'는 '남편'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보다는, '남편, 가족, 캐나다'라는 대상을 바라보고 경험하면서 '나의 삶, 사유, 태도, 방향, 깨달음'이 무르익어 가는 복합적인 이야기로 꾸려보고자 했다. 이렇게 써 내려간 나의 글들이 재미와 공감과 더불어, 조금은 생각할 거리도 전해드렸기를 소망해 본다.
그동안 '남편관찰일지 (ft. 캐나다)'를 읽어주시고 공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늘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