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택시에 앉자마자 눈에 맺혀있던 방울들이 모였다. 울었다. 서러웠다. 비 오듯 내리는 눈물을 주최할 수 없었다. 눈물의 원인 따위는 첫 방울과 함께 사라졌다.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운다는 행위에 집중했다.
택시 기사님이 창문을 내려주셨다. 울고 싶을 때는 마음껏 울라는 한마디. 급하게 행선지를 바꿨다. 몸속에 소금기를 다 끌어모아 토해 내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가 기다리는 이들에게 눈물의 이유를 공유하고 싶지 않다.
코끝으로 전해지는 아카시아 향기에 이끌려 홍릉에 도착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캄캄한 밤 온전히 달콤한 향기에 마음이 동요한다. 눈가에 흐르던 물기가 말라간다. 아카시아 나무들 사이로 뻗어나가는 향기는 온몸으로 부딪히고 찢겨있던 틈으로 파고든다. 달콤한 꿈으로 데려다줄 것만 같다.
한 걸음, 두 걸음 쫓아가다 다시 어둠을 마주한다. 냄새조차 없는 적막함에 휩싸인다. 혼자 내버려진 현실에 사무쳐 또다시 울부짖었다. 마음 놓고 울어도 된다고 어둠이 말한다.
아무도 없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언덕 위 빈 놀이터에 걸터앉았다. 고요함에 익숙해졌다. 한없이 또 흐르는 눈물이 속절없다.
물방울 사이로 비친 붉은색, 푸른색 불빛에 잘못 한 일도 없는데 화들짝 놀랐다. 경찰 아저씨의 외침에 벌떡 일어났다. 위험하니 혼자 어두운 곳에 있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라는 한마디가 적막을 깨웠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