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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독성 Mar 16. 2023

눈물이 멈추는 시간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에 앉자마자 눈에 맺혀있던 방울들이 모였다. 울었다. 서러웠다. 비 오듯 내리는 눈물을 주최할 수 없었다. 눈물의 원인 따위는 첫 방울과 함께 사라졌다.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운다는 행위에 집중했다.


택시 기사님이 창문을 내려주셨다. 울고 싶을 때는 마음껏 울라는 한마디. 급하게 행선지를 바꿨다. 몸속에 소금기를 다 끌어모아 토해 내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가 기다리는 이들에게 눈물의 이유를 공유하고 싶지 않다.


코끝으로 전해지는 아카시아 향기에 이끌려 홍릉에 도착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캄캄한 밤 온전히 달콤한 향기에 마음이 동요한다. 눈가에 흐르던 물기가 말라간다. 아카시아 나무들 사이로 뻗어나가는 향기는 온몸으로 부딪히고 찢겨있던 틈으로 파고든다. 달콤한 꿈으로 데려다줄 것만 같다.


한 걸음, 두 걸음 쫓아가다 다시 어둠을 마주한다. 냄새조차 없는 적막함에 휩싸인다. 혼자 내버려진 현실에 사무쳐 또다시 울부짖었다. 마음 놓고 울어도 된다고 어둠이 말한다.


아무도 없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언덕 위 빈 놀이터에 걸터앉았다. 고요함에 익숙해졌다. 한없이 또 흐르는 눈물이 속절없다.


물방울 사이로 비친 붉은색, 푸른색 불빛에 잘못 한 일도 없는데 화들짝 놀랐다. 경찰 아저씨의 외침에 벌떡 일어났다. 위험하니 혼자 어두운 곳에 있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라는 한마디가 적막을 깨웠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택시 기사님과 경찰 아저씨는 눈물을 멈추라 하지 않았다. 눈물은 멈췄다. 




발행일을 못 맞췄네요.

기다리는 분이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죄송합니다.

움츠려 들었던 정신을 봄꽃처럼 피어내보겠습니다.

좋은 봄날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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