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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을게요.

by Hee언니

엄마, 아빠! 이제 안녕히 계세요.


전 이곳에서 잘 먹고, 잘 자고 사랑받고 지냈어요. 이젠 1호도 제법 커서 웃을 날이 많으니 우리의 부재를 너무 슬퍼하지 말았으면 해요.






우리가 여기에 온 지 일주일도 채 안된 날이었죠? 그날이 생각나네요.

언니가 데려다주는 이곳이 어디인지 처음엔 몰랐어요. 우리의 마지막 보금자리가 될 거라는 걸.


우리는 이곳이 조금 두려웠던 것 같아요. 문틈으로 보이는 새로운 세계가 궁금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우리는 그 문틈을 열어젖히고 그냥 뛰었어요. 어느새 우린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 곳에 있더라고요. 그때 알았어요.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요. 조금 두렵기 시작한 거예요. 걸음이 조금 느려졌죠.


한 발짝 한 발짝 내딛는 게 점점 더 느려질 때, 우리에게 괜찮냐고 묻는 분이 있었어요. 우린 안도했죠. 그리고 다행이라 생각했어요.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세상은 근데 뜻대로만 되지 않더라고요. 바로 엄마를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었거든요. 그래도 꽤 괜찮았어요. 그분은 추위를 피해 따뜻함을 주셨고, 우리를 단장해주셨고, 친구도 한 명 소개해주셨어요.


그 친구에게 잠시 한눈이 팔렸었죠. 새로운 친구랑 친해지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친구를 지켜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좀 말이 많았나 봐요.

제 수다가 좀 불편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참 다행이에요. 시끄러운 수다쟁이여서 마침내 엄마를 다시 만났잖아요.


우리를 데리러 오던 아빠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아빠는 눈물을 글썽이며 우리를 안아주셨어요. 모모랑 다짐했죠.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고. 다시는 가출하지 말자고.



나중에 알았어요. 엄마는 밤마다 우리를 찾으러 동네를 뛰어다녔다고요. 거리에 미친 사람처럼 소리 지르며 우리를 찾아다녔다고요. 얼마나 애가 탔을까요. 얼마나 걱정을 했을까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땐 정말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었어요.




그래도 그날 이후 우리가 좀 괜찮았죠? 우리도 그때 알게 되었어요. 우리가 가족이 된 건 운명이라는 걸요.

우리 집이라는 걸.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우리의 운명이 끝맺음을 하는 오늘을요.

우린 사랑하며 지냈고, 행복했으니까요.


영원히 곁에 함께할게요.

사랑해요.



Photo by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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