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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독성 Apr 26. 2023

당당한 무단횡단

○○여자중학교 앞.

계기판 눈금이 어린이 보호구역 시속 30km가 넘지 않도록 조심스래 가고 있다. 천천히 천천히.

규칙을 지키려는 차들을 비웃듯 갑자기 도로로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반대편 차선에서 중학생이 고개를 돌리고 빤히 쳐다보며 무단횡단을 한다.

자칫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을터 차를 세우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왜 그러는 걸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빵빵 거리는 뒤차의 경적 소리에 눈 하나 깜박이지 않는다. 놀라지 않는다. 한치의 흔들림 없이 당당한 무단횡단을 하고 있다.


허공을 바라보는 눈동자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이상하기 그지없다. 

단순한 중 2병 같지 않다.


오늘 같은 행운이 계속될 리 없다.

창문을 열고 경적을 울리며 정신 차리라 소리라도 질렀어야 했을까.


아무 생각 없이 디딘 발이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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