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에 자리가 없어서 30분을 빙글빙글 돌았다. 겨우 주차를 하고 옆차와의 좁은 간격이 신경 쓰여 최대한 숨을 들이마시고 문을 살며시 열었다. 조금이라도 옆차 문에 닿을세라 배에 힘을 주고 겨우 차에서 빠져나오며 안도의 숨을 쉬었다.
조문을 마치고 다시 숨을 들이마시며 문을 열었다. 까치발로 운전석에 발가락을 들이밀며 한 손으로는 방심하면 열어젖혀질 문을 꽉 잡고 겨우 몸을 집어넣었다. 먼 길을 다시 떠나기 위해 커피를 한 모금 시원하게 들이켜던 그때.
덜컹.
어라.
옆차를 타려는 아주머니가 문을 세게 연다.
조수석 쪽은 옆차와의 간격이 넓은 걸까. 주차장 간격이 좁아서 겨우 옆으로 비집고 들어온 나의 수고는 무엇인가.
쿵. 문콕이다.
생각 없이 열어젖힌 문은 정확히 조수석 문과 악수를 했다.내차를 힐끔 쳐다본다.
어라.
지금 운전석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나가기엔 그 차가 떠날 것 같다. 시간이 없다.
재빨리 시동을 켜서 창문을 내리고 소리쳤다.
"저기요!"
다시 한번 흘깃 보더니 그냥 간다.
어. 어... 어어어어어어.
@photo by pixabay
떠나는 차에 대고 저기요만 불렀다. 왜 경적을 울릴 생각을 못했을까. 순간적으로 당황한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못 본 척 재빠르게 도망간 아주머니가 괘씸했다. 암만 생각해도 열이 받는다.
차량 소유주 신랑한테 전화를 걸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차 상태를 확인했냐는 물음에 갓길에 세워 차를 확인했다.
아. 차 꼴이 말이 아니다. 운전 실력이 날이 가면 갈수록 하향하는 덕에 차 옆구리는 페인트 칠 투성이다. 한 번은 주차하다가 찍. 한 번은 좁은 주차장 출구에서 찍. 사람 조심, 남의 차 조심만 신경 쓰던 운전 실력은 벽과는 친하디 친하게 지내는 사이다. 여기저기 긁힌 내 차를 고쳐내라 덤터기 쓸까 봐 도망간 걸까.
그래도 슬쩍 바라보며 그냥 가버린 게 다시 생각나 화가 솟구친다. 씩씩대며 집으로 왔다. 신랑에게 블랙박스를 봐달라 했다.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확인하는 동안 문콕 뺑소니를 검색해 본다. 열심히 탐정 놀이에 빠져들었다. 그냥 간 게 괘씸해 꼭 사과를 받아내리라.
문콕 뺑소니를 당하면 경찰에 신고할 때 차 번호, 블랙박스 영상, 주차장 CCTV 영상이 필요합니다.
아까 외워놓은 차 번호 있고. 좋아. 블랙박스 영상은 확인하고 있고. 장례식장 CCTV를 어떻게 보여달라고 해야 하나.
드디어 메모리 카드를 확인한 신랑의 한마디.
"메모리 카드에 녹화가 안 됐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오늘의 의도치 않은 용서는 세상에 덕을 쌓은 걸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