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아침에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반쯤 눈이 감긴 채로 화장실로 간다. 볼일을 보고 체중계 앞에 올라섰다.
젠장. 왜 자꾸 앞자리가 바뀌는 걸까. 몇 그램이라도 줄여보려 화장실도 다녀왔건만. 고무줄처럼 왔다 갔다 앞자리가 자꾸 널을 뛴다. 암만 생각해도 고기 때문이다. 그놈의 고기. 먹는 즐거움 마저 뺏어간다면 우리 인생은 뭘로 살 수 있는가. 먹을 건 포기할 수가 없다.
출산을 할 때마다 30kg을 오르락내리락했다. 세 번의 출산 동안 출산 전 몸무게로 항상 돌아왔다. 그래서 괜찮을 줄 알았다. 살찌지 않는 체질이라 생각했다. 아니었다.
다이어트에는 식단 조절이 필수이다. 짜증은 필수, 저혈당은 선택. 식단 조절을 위한 스트레스를 짜증으로 풀어내기는 싫다. 다둥이 엄마는 저혈당이 와도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부르는 아이들 때문에 몸져누울 수도 없다. 이래 저래 혹독한 식단 조절은 못하겠다.
고기를 먹기 위해 운동을 해야겠다. 먹는 만큼 운동을 했다간 뼈도 못 추릴 것 같고, 운동 한 만큼은 먹을 수 있게 됐다. 먹을 것에도 취향이 있듯이, 운동에도 취향은 존재한다. 나에게 맞는 운동은 무엇일까.
달리기를 해볼까.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리기 예찬을 해서일까. 유독 글 쓰는 작가님들의 달리기 예찬이 눈에 띈다. 일단 달리기는 무리다. 무릎이 아프다.
그렇다면 걷기는 어떨까. 걷는다는 건 운동으로도, 취미로도 여러모로 참 좋다. 걷다 보면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산책의 미학을 사랑한다. 아차, 때 이른 더위에 칼로리 소모를 위한 고강도 파워 워킹은 망설여진다. 걷기는 종종 하고 있으니, 칼로리 소모가 많은 다른 운동을 일단 찾아본다.
헬스장을 다니기에는 운동 기구를 잘 알지 못하고, PT(1:1 퍼스널 트레이닝)은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PT는 일단 비싼 비용에 망설이게 된다. 20~30회를 끊고 얼마를 다닐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요가와 필라테스? 사랑하는 움직임이다. 예전에 요가를 배워 요가 강사를 했었다. 애 셋 낳고 뜨문뜨문 요가원 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몸은 딱딱하게 굳은 지 오래다. 정신 수양에는 이보다 좋은 움직임이 없다.
필라테스. 요가 강사 시절, 필라테스 강사이기도 했다.(이유는 단순하다. 한 개만 하는 것보다는 두 개 같이 하는 게 강사 자리를 구하기 좋았다. 취업난을 위한 대책이라고나 할까.) 요즘 한참 유행인 필라테스 열풍에 합류해 볼까. 셋째를 낳고 생긴 복직근이개(오른쪽, 왼쪽 복부 근육 사이의 공간이 넓어진 것을 말한다. 임산부에게 매우 흔하게 발생한다.)가 아직도 복구가 안 됐다. 코어는 무너진 지 오래다. 이래서 걷거나 달릴 때 무릎이 아픈 건가.
가끔 사람들이 물어본다.
“요가가 더 좋아요? 필라테스가 더 좋아요?
결론은 둘 다 좋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를 물어보는 느낌이랄까. 요가는 명상과 호흡, 스트레칭이 결합된 복합적인 심신 수련 방법이다. 필라테스는 조셉 필라테스가 제1차 세계대전 때 포로수용소에서 포로들의 건강을 위해 고안된 운동이다. 필라테스는 요가와 고대 로마 양생법을 합쳐서 만든 운동으로 1926년 미국 뉴욕에서 필라테스 스튜디오가 생기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요가의 움직임을 과학적으로 만든 움직임이다.
물음에 대한 답은 언제나 같다. 일단은 해보고 자신의 몸에 맞는 것을 찾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라 말해주고 싶다. 취향은 자신의 선택이다. 아무리 좋은 운동도 나와 맞지 않는 것이 있을 수 있다. 달리기가 힘겨운 무릎을 가진 것처럼.
일단 경험하다 보면, 누구에게나 꼭 맞는 운동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단지 해보지 않았을 뿐. 견디지 못했을 뿐. 꾸준하지 못했을 뿐. 그뿐이다.
요가 vs 필라테스
때마침 점심 약속을 다녀오는 버스 안에서 작년에 다니던 요가, 필라테스 센터에서 문자가 왔다. 여름 맞이 이벤트 선착순 30명에게 할인.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가 없어 바로 계좌이체를 눌러버렸다. 이제는 싫으나 좋으나 운동을 하러 가야 한다.
오랜만에 간 센터, 선생님들이 그대로 계셨다. 오늘은 요가, 내일은 필라테스로 예약했다. 1시간 동안 나의 몸과 마음을 느끼는 시간, 오랜만이다. 움직임은 낯설지만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자. 이제 운동도 시작했으니, 몸무게 걱정은 곱게 접어두어야지. 운동으로 에너지를 쏟은 만큼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됐다. 몸의 고달픈 움직임을 모른 척하지 않고 에너지를 다시 채워주는 양심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