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의 꽃

by Hee언니

회식은 꽃은 뭐다? 고기.

거기에 항상 따라붙는 술. 왜 회식에는 술을 마시는 걸까. 밥만 먹으면서 이야기할 수도 있을 텐데. 서로 술잔을 기울이며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회식자리, 그것은 도파민의 힘을 빌려 친목을 도모하기 위함인가. 술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도파민' 때문이다. 술을 마시면 우리 뇌의 쾌락중추인 중 변연계에서 도파민 분비가 증가한다. 도파민에게 우리는 회식을 지배당하고 있는 건가. 이유가 어찌 됐건 적당한 취기는 사람들의 관계를 말랑말랑하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임엔 틀림없다.


가끔 술 한잔 기울이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마저도 이젠 힘이 든다. 엄마를 닮아 알코올 분해 효소가 없기 때문이다. 술이 안 받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한잔만 마셔도 불타오르던 얼굴이 불타오른다. 이젠 타의로 마실 수 있는 술자리가 거의 없으니 알코올도 내 몸을 낯설어하는 것임이 틀림없다. 33살, 35살, 38살 계속 임신과 출산을 반복했더니 아예 술을 마실 수 없는 몸이 돼버렸다. 요리를 할 때 간을 보다 거기 들어간 맛술에 취할 정도니깐.








솔직히 술맛을 잘 모르고, 술보다는 안주가 맛있기에 술을 마셨다. 공식적인 첫술은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였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언니들한테 찍히면 쓰러질 때까지 먹어야 된다는 소문을 듣고 구석에서 숨죽여 있었다. 언니들은 존재감 없는 나에게 술을 권하지 않았다. 다행인 건가. 그래도 환영회이기에 단체로 300cc 가득 생맥주를 연거푸 2잔을 들이켰다. 바로 화장실로 직행했다.


그날 이후 대학 생활의 꽃 '술'은 계속 됐다. 대학에 가니 매일이 축제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신경 쓰이던 다이어트와 헤어졌고, 고등학교 때 보다 실기를 하는 날은 많지 않았다. 너나 할 것 없이 고삐 풀린 무용과 망아지들은 룰루랄라 부어라 마셔라 청춘을 즐겼다. 거기에 안주발까지. 도파민은 음식도 맛있게 해주는 묘한 호르몬인가 보다. 엄청난 안주발을 자랑하는 몸은 점점 부어올랐다. 갑자기 변해버린 몸뚱이를 보고 정신을 차린 대학교 1학년 여름즈음, 소주 한잔에 물 한잔 요법을 시행했다. 말 그대로 소주 1잔을 마실 때마다 물을 한 컵 마시는 것. 안주는 먹지 않았다. 확실히 다음 날 붓기가 덜했다. 물을 많이 마시니 술도 덜 취했다.


회식을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회식 때 먹는 고기를 좋아한다. 조교 시절 평소 먹는 게 부실하던 자취생에게 회식은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 절호의 기회였다. 확실히 20대 때의 먹성은 대단했고, 뭐든 맛있었다. 고기는 말할 것도 없이. 교수님과 강사 선생님들은 먹는 입이 논다며 잘 먹는다며 예뻐해 주셨다. 신나서 더 잘 먹었다. 술 보다 고기를 먹으러 가는 회식이었다.





유독 술을 못 마시지만 생각나는 술이 있다. 외할머니의 동동주. 명절이면 시골 외갓집에는 먹을거리가 풍족했다. 며칠을 시골집에만 있어야 되는 아무것도 없는 깡 시골이라 그랬을 것이다. 사람도 많고 먹을 것도 많았던 그 시절엔 술도 많았다. 어른들은 맥주, 소주는 박스째 들여놓았다. 술이 넉넉하지만 할머니는 동동주를 손수 빚으셨다. 약간 노리끼리한 빛깔은 너무 하얗거나 투명하지 않아 인간적인 냄새가 났다. 달큼한 내음 끝엔 언제나 시큼한 끝내음이 코끝을 찔렀다. 술을 빚는 할머니의 땀 내음인가. 작은 항아리 속에 손을 넣어 스텐 밥그릇으로 퍼 올린 시원한 맛을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네.

동동주 맛을 즐길 때쯤 외할머니는 돌아가셨다. 엄마한테 술을 빚어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가끔 막걸리를 볼 때면 할머니의 솜씨가 그립다.







맥주를 마시면 금방 얼굴이 불타올라 알레르기가 생긴다. 소주를 마시면 다음날 온몸이 저린다. 포도주가 좋다고 마셨다가 머리만 아프고 어지러워 혼났다. 양주는 뭐 말할 것도 없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유행하는 양주에 얼음을 타서 먹는 하이볼은 한번 마셔보고 싶다. 양주가 다 같은 양주겠지 싶다가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집 앞 편의점에 양주 할인 행사를 보며 살까 말까를 몇 번이나 망설였다. 오늘은 신랑을 꼬셔서 편의점 양주를 한 병 사봐야겠다. 딱 한 모금, 궁금한 맛을 느껴볼 참이다. 가끔은 술의 도파민이 필요한 날이 있으니깐.



photo by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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