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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독성 Sep 01. 2023

갈팡질팡

지피휠렛에 자라고 있는 드래곤 삼총사 새싹 중 하나가 사라졌다.



왜 자꾸 미안한 일이 생기는 걸까.




잠들기 직전 바라본 새싹의 줄기가 조금 시들시들해 보였다. 걱정이 됐지만 물을 한 모금 마시면 괜찮아지리라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지피휠렛 하나에 두 개의 싹이 싸움이라도 한 걸까. 어제 봤던 힘이 없던 그 모습이 마지막일 줄이야.  

 

미안했다. 솎아내기를 두려워한 잘못이 컸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고민만 하다 싹 하나가 스스로 운명을 받아들였다. 뒤늦게 후회가 밀려왔다. 미리 둘을 떨어뜨려 따로 살게 할걸.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평소 이러한 선택의 기로에 설 때면 과감히 결정을 하고 난 후, 선택의 결과에만 집중한다. 가지 않은 길을 헤매며 상상 속으로 끌어들이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후회만 가져올 뿐 나에게 득이 되는 일은 없기에.


하나, 생명이 걸려 있어서였을까. 선택을 하지 못했다.  하나를 버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생명을 하나만 책임져야 한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일까.  


갈팡질팡 하는 사이 소중한 새싹이 사라져 버렸다. 예측하지 못한 당황스러움에 미안함은 커져만 갔다.   


결심했다. 남은 다섯 개의 싹들을 독립시켜야겠다. 벌써 독립이라니.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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