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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독성 Sep 10. 2023

마음을 내어주기

뒤늦게 심은 세 개의 씨앗.

다행히 싹이 났다. 그것도 두 개나!

기쁘지 아니한가.


솔직히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바깥에서 자라는 식물의 인생은 태양의 마음대로 좌지우지될 뿐이다.  

새싹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만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물을 주기는 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물기가 마르는지 확인하고 바라보는 일뿐이다.


마음이 닿았던 걸까. 장맛비가 내리기 전 뜨거운 태양의 빛을 받으며 흙을 뚫고 올라왔다.

그것도 두 개씩이나!


땅속을 헤매며 잠들어 있을 씨앗을 위해 잠시 마음을 보냈다. 솟아오른 친구들에겐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을 또 보내본다.


며칠 비가 억수 같이 쏟아졌다. 폭우 속 태극이가 걱정스러워 비가 내리지 않는 지붕 아래로 대피시켰다.


비는 피했는데 다음이 문제다.

햇빛. 며칠 째 해가 보이지 않는다.

잎의 색이 좀 변한 것 같다.

새싹 하나는 여전히 떡잎이 나오려다 만 채로 꽃꽂이 시간을 머금어버렸다.  


바깥의 태극이


나는 또 무얼 해줘야 할까.

해줄 수 있는 게 없을 때, 바라만 봐야 하는 현실에 마음이 또 아린다. 자연의 섭리라는 게 이런 걸까. 순리를 따른 다는 건 마음과 맞바꾸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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