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질을 죽이라는 뜻입니다.

by Hee언니

탈장, 말 그대로 장이 탈출해서 제자리에 있지 못하고 흘러내리는 병이다. 평소에는 괜찮지만 몸이 힘들거나 소리를 지르면 서혜부가 부어오르는 증상이 나타난다. 장이 탈출하는 순간이다. 엄마는 팩팩거리는 그 성질을 죽이라는 병이라 했다.


병을 인지하면서부터 몸을 사리는 습관이 생겼다. 체육 시간, 조금만 몸이 고되면 꾀를 내어 자리에 앉아 쉬었다. 숨 가쁘게 하는 모든 것들을 거부했다. 체력장은 항상 5급, 오래 달리기는 매번 뛰지 않았다.


6학년 어느 더운 날, 학교에서 수련회를 갔다. 가뜩이나 몸을 사려 잘 움직이지 않던 때에 오래 걸어 다니다 보니 급격히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중도 포기를 하고 집으로 왔다. 이번엔 뭔가 좀 달랐다. 쉬어도 쉬어도 아픈 게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수술을 했다. 엄마는 웬만하면 수술을 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최대한 안 했으면 하셨다. 수술 전날, 병원 복도에서 팬티라인으로 절개한다는 의사의 건조한 수술 설명을 듣던 엄마의 긴장하던 얼굴이 생각난다. 내 귀를 막으며 듣지 말고 병실로 돌아가라고 한건, 겁 많은 나를 위한 배려였겠지.


수술 자국이 신경 쓰이셨을까. 남들은 보지도 못할 수술 자국을 왜 신경 쓰셨을까. 여자이기 때문이었을까. 수술 자국이 나든 말든, 전신마취라는 대공사로 고쳐진 몸이 오히려 난 좋았다. 그날 이후 소리를 맘껏 지르고 악다구니를 치면 볼록해지던 풍선이 바람이 빠져 하늘로 날아가버렸으니깐. 홀가분했다. 눈치 보면서 몸을 쓰지 않아도 됐기에.




이제 맘껏 성질 부려도 되는건가.




수술을 하고 얼마 동안은 웃을 때마다 수술 부위가 땅겼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됐지만 아파도 너무 아팠다. 조금만 걸어도 당기는 부분이 걱정되어 물었다. 의사는 재발 방지를 위해 인대를 같이 꿰맸다고 한다. 재발이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 또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수술 부위가 아파오는 것 같았다.


다행히 재발은 하지 않았고, 몸을 쓰는 무용도 했다. 요즘도 가끔 불편하긴 하지만, 다행이다. 애도 셋이나 낳았는데 터지지 않고 멀쩡한 걸 보면 감사한 일이다.


건조하게 설명하던 절개 라인은 희미해졌고, 어른 되어가는 흔적들이 수술 자국을 덮어줬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이런 자국을 글로 공개하다니.(관종은 발악 중)


떳떳하게 공개하고 싶었다. 이젠 숨기고 싶지 않다. 무엇 하나 거리낌 없는 삶이고 싶어서.




Photo by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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