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가 뜨거워.

by Hee언니
어린 송아지가 부뚜막에 앉아 울고 있어요
엄마 엄마 엉덩이가 뜨거워



누구나 아는 이 동요의 가사가 나에겐 너무 슬프고 잔인하다. 엉덩이가 뜨거워서 울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말도 잘 안 통할 나이 3살, 연탄불에 앉았다. 엉덩이가 타버렸다.


얼마나 뜨거웠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손바닥 크기의 흉터가 불에 덴 자국이라 인지되기 시작한 순간부터 화상이라는 용어가 불편했다. 울퉁불퉁한 살결을 만지면 그곳엔 아무런 감각이 남아 있지 않음에 섬찟 놀란다. 얼마나 울었을까. 얼마나 뜨거웠을까. 엄마는 얼마나 또 가슴이 철렁했을까.


미안한 마음이었을까. 한동안 엄마는 시집(?) 가기 전에는 화상 자국을 성형시켜 주겠노라 노래를 불렀다. 그때마다 괜찮다고 답가를 불렀다. 괜찮다 괜찮다 반복했더니 정말로 괜찮은 건지 세뇌가 된 건지 진짜로 괜찮아졌다. 수영복을 입지 않는 이상 흉터를 드러낼 일이 없었다. 그다지 불편하지도 않았다. 나보다 더 신경 쓰여하는 엄마의 마음을 알아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사건 사고가 많은 몸이다. 화상도 한 번은 아니었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나는 7살 즈음, 사촌 언니를 따라 쫄래쫄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햇살이 눈부셨고, 어디를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언니를 따라다니는 게 좋았을 나이다. 으레 집을 짓던 공사장 옆 쌓인 철근 위를 걸어가는 언니를 뒤따랐다. 철퍼덕 넘어졌다. 반사신경으로 바닥을 짚었고, 손은 뜨거웠다. 쌓여있던 철근은 태양의 온도를 그대로 머금고 있었던 것이다.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부모님은 안 계셨다. 이모와 동네 어른들은 온갖 민간 의학을 의논하며 손에 된장을 발랐다가 치약을 발랐다가 했다. 벌겋게 익어버린 열 손가락을 보며 하염없이 울어재꼈다. 놀라서 달려온 엄마는 또 얼마나 가슴이 철렁했을까.


병원에 가서 양손에 붕대를 칭칭 감았다. 만화에서 해머로 내리찍으면 퉁퉁 붓는 손가락 마냥 물집이 부풀어 올라 통통한 손이 되었다. 다행히 흉터가 남을 정도는 아니었다. 며칠이 지나자 물집은 터졌고, 손가락은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도 멀쩡한 지금의 손이 됐다. 가끔 지문이 인식되지 않는 손가락 마디를 볼 때면 생각이 난다. 그때 화상을 입어서 그런가.


머리가 커지면서 치약과 된장에 의존하던 그날의 기억에 어이가 없어 손에 뜨거운 게 잠시만 닿아도 찬물로 달려간다. 화상은 초기 진화가 중요하다고, 꼭 흐르는 찬물에 대로 열을 식히라는 지식을 몸소 실천하는 중이다.



어린 송아지가 얼음 위에 앉아 울고 있어요 아빠 아빠 엉덩이가 차가워


문득 어린 송아지 노래를 읊조리다 2절이 궁금해졌다. 뜨거움과 차가움. 이런 극과 극의 노래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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