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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독성 Oct 27. 2023

내 친구 담배나무

엄마를 부르는 소리와 함께 반쯤 눈을 감으며 일어난다. 한쪽 눈을 미처 다 뜨지 못한다. 눈꺼풀이 무거워 다시 눈을 감으며 화장실로 향한다. 막내의 응가 뒤처리로 시작하는 개운한 아침이다.


정신을 깨우려 따뜻한 물 한잔을 담아 식탁에 내려놓는다. 식탁의자에 앉아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며 창문 밖 친구에게 인사한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항상 그 자리에는 커다란 나무 한그루가 있다. 내 친구 담배나무.


사람들은 커다란 이 나무를 담배나무라 불렀다. 그냥 그렇게 불리니깐 나도 그리 불렀다. 무슨 나무인지도 모르는 나무 그늘 아래는 흡연 구역이다. 너도 나도 삼삼오오 앉아 담배 연기를 뿜는다.  커다란 나무는 자신의 이파리 사이사이로 매캐한 냄새를 보듬었다. 연기를 들이 마신 나무는 쉴 새 없이 깨끗한 공기를 내보내려 애를 쓴다. 마치 나무 그늘 테두리에 담벼락을 만들듯이 나쁜 공기를 가둬놨다.


한 잎 두 잎 빨갛게 물드는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날, 담배나무는 더 이상 담배를 안아주지 않아도 되었다. 나무의 시름을 알아주는 이가 있었는지 금연구역으로 지정이 된 것이다. 이제는 가뿐 숨을 몰아쉬지 않고 편안해졌을까. 매일 마주하는 우리의 이름을 바꿔볼까.


별일 없는 아침, 오늘도 창문 사이로 인사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한다. 붉은 물결이 출렁이는 오늘, 더없이 담배나무는 즐거워 보인다. 덩달아 가을 타던 마음이 홀가분 해지려 한다.


내 친구 담배나무





대문 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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