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12월 31일 늦은 밤 편지를 쓴다. 한해를 조용히 돌아보고 열심히 살아줘서 고마웠다는 격려를, 내년을 또 살아갈 자신감을 심어 줄 희망을 담은 나만의 새해맞이 의식이다.
예정에 없던 코로나, 셋째 출산 등은 근래 몇 년의 일상을 뒤흔들어 놓았지만, 이마저도 사랑스럽게 보려고 노력 중이다. 코로나는 바쁘게 나돌아 다니던 일상을 집안으로 끌어들여주었고, 이제껏 내향적인 삶을 추구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면을 성찰하는 과정으로 글쓰기와의 필연적인 만남이 결과로 연결된 브런치가 그중 가장 뜻깊은 인연으로 기억될 것 같다.
모든 아이들은 소중한 존재이다. 이제껏 그 아름다운 생명들은 나와는 별로 상관없는 존재 인 줄만 알았다. 아이는 낳을수록 예쁘다는 어른들의 그 말씀을 셋째를 낳고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다. 아이들이 예쁜 줄 모르고 살아왔던 사람에게 아이가 셋, 그것도 아들만 셋이라는 건 아이처럼 살지 말고 정신 차리고 애들 잘 키우는 어른이 되라는 뜻인 것 같기도 하다.
엄마라는 길에 들어서는 순간 책임감이라는 그림자를 계속 짊어지고 걸어야 한다. 끝이라도 나는 길이라면 좋으련만, 무엇이 나타날지 모르는 길을 아이들과 같이 걸어가야 한다. 두렵고, 힘들고, 포기하고 싶어질 때도 있지만, 사랑하는 가족이라는 든든한 힘이 있으니 천천히 걸어갈 수 있으리라.
셋째는 그런 의미에서 더욱 특별하다. 더 단단하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울타리를 셋째가 완성시켜 주었다.
팬데믹에서 앤데믹으로 넘어가는 시간 동안 많이 신경 써주지 못했음에도 잘 태어나고 잘 자라준 막내에게 그저 감사할 뿐이다.
아이들과 같이 잠들어버리기 일쑤, 점점 줄어드는 편지의 길이에 어이가 없지만 미리 간단히 편지를 써본다.
선희야! 올 한 해 동안 애썼다. 내년에도 몸, 마음 건강하게 잘 지내자.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하며 지내자. 사랑해!
2022년 12월 31일 선희가
그리고 오늘은 습작임에도 불구하고 구독해주시고 읽어주시는 구독자분들께 인사를 드려야겠다.
글로 이어진 좋은 인연에 감사드려요. 미천한 글을 구독해주셔서 또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계속 쓸 수 있는 용기를 주고 계시는 거 아시죠? 새해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시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