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writing

by Hee언니

<개구리>

오늘 비가 오려했다가 왔다가 그쳤다가 합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려줘야 내 피부도 촉촉이 숨을 쉬며 살아갈 텐데. 피부로 숨 쉬고 싶은 시간인데 오락가락합니다.

내 큰 눈을 껌벅여 봅니다. 눈도 뻑뻑합니다. 맑은 눈빛을 찾기 위해 계속 껌벅거려 봅니다.

아무래도 물속으로 뛰어들어야겠습니다. 뒷다리 힘차게 구르며 수영하다가 숨이 턱 막힐 때까지 돌아다니다 보면, 입으로 다시 공기를 마시며 지금의 건조함으로 돌아가고 싶을 것 같습니다.


예상치 못한 황소개구리의 출연에 나는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 봅니다.

예상보다 빨리 물에서 뛰쳐나갈 것인가.

황소개구리와 한판 붙어볼 것인가.

대화를 시도해 살살 구슬려 볼 것인가.


질문 : 나는 무슨 색일까?

정답 : 초록색, 녹색, 에메랄드 색, 이끼색, 짙은 녹색

보통은 그렇게 부른다. 초록색. 세상의 모든 개구리색.

네가 볼 수 있는 내 색깔은 어떤 색이니.

네가 보았던 초록색의 내 몸뚱이들은 어디에서부터 나온 너의 눈빛들이니.

네가 말하고 있는 색깔의 진실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해한 너의 사실들이니.

내가 아는 나의 색

네가 아는 나의 색







책장을 정리하다 몇 장 쓰지 않은 노트를 발견했다. 거기에 쓰인 짧은 글들을 그대로 옮겨보았다. 이 유치하고 이상한 메모들은 무엇인가. 기억을 더듬어 흩어진 조각들을 발견했다.


2013년 11월 금천예술공장에서 진행하는 아트 라이팅 워크숍에 갔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삶이 될 수 있기에 뭐라도 해야 한다는 머릿속 작은 꿈틀거림은 이름도 거창한 <Art Writing> 예술 글쓰기라는 무료 수업으로 이끌었다.

예술 글쓰기가 뭔지도 모르고 갔던 그날을 어렴풋이 기억한다. 별명을 지어보고, 1인칭 주인공 시점(그 별명의 입장)에서 글을 써보고 그리고 그 별명에 대해 표현해 보는 것이었다. 내 별명은 튀어나온 눈을 생각하며 지은 '개구리',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개구리의 삶에 대해서 짧게나마 진지하게 생각했었다. 나름 기승전결을 위해 황소개구리도 등장시켰고, 처음 해보는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꼬박 10년 만이다. 글쓰기에 ㄱ도 모르는 이가 말도 안 되는 글쓰기를 했던 그때의 작은 날갯짓이 지금의 계속 쓰고자 하는 폭풍 같은 마음을 만들었을까. 무료 워크숍에서 쓴 어디다 내놓기 부끄러운 이 메모는 흔히 아는 나비효과,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인 복잡계의 초기 조건의 민감성(작은 원인이 예상치 못한 큰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정도는 될듯하다.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작은 꼬물거림이 지금은 글쓰기의 폭풍이 되어 휘몰아치고 있다.



저 개구리 이야기 말고 생각나는 것은 일단은 글이라는 건 써야 한다것이다. 일단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강사님의 그 말 한마디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명 작가를 비롯한 글 쓰는 모든 이들이 이야기하는 글쓰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쓰는 것이다. 개발새발 메모장도 이렇게 나중에 글감이 되어 나타날 수 있는 걸 보니, 뭐든 써놓고 볼일이다.


이 수업은 그 후 몇 번의 수업이 더 있었다. 구글에서 릴레이로 여러 사람이 함께 글을 이어서 쓰는 생소한 작업도 해보았다. 글쓰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소화해 낼 수 있겠다는 자유로운 방법으로 기억한다.







한 가지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 하나 떠오른다. 바꿀 수 없는 레슨이 딱 하나 생긴 그때, 수업을 딱 하루 못 간 그때, 김영하 작가님이 오셨다고 한다. 인생의 귀인을 놓친 기분이다.

가끔 그런 생각을 종종 하게된다. 그때부터 꾸준히 글을 써왔다면, 김영하 선생님의 수업을 들었다면 지금쯤 엄청난 작가가 되었을까. 작가님을 동경하며 많은 것을 배운 것은 몸 어딘가에 적잖이 스며들어 있었을 것이다. 배우는 모든 것들이 인생을 이어가게 하지만, 사람의 운명을 그것만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쓰는 삶이 곁으로 온 것, 그 자체로도 감사하다.


과거의 이상한 개구리 이야기에서 느낀 가장 중요한 건 글쓰기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것. 그때의 초기 조건의 민감성이 언제 임계점을 넘을지 모를 일이다. 일단 쓰는 삶을 누려보자.


그 날의 이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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