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가 어디서 터졌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힙하지 않아.>가 명절 시작과 함께 힙한 글이 되었다. 갑자기 조회수가 쑥쑥 올라가더니 브런치 인기글에 며칠째 떠돌아다니고 있다.
A.I. 가 대충 키워드 보고 골라 어쩌다 조회수가 뻥튀기된 걸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 모두가 안다. 주저리주저리 신세한탄한 노처녀 이야기를 읽어주고, 공감해 주고, 라이킷을 눌러준 모든 분들에게 그저 감사하다. 조회수에 연연하는 거 아니라는 브런치 대선배님들의 말씀이 있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글쓰기가 계속하고 싶어졌다.
딱 하나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했다. 내가 브런치 작가라는 것을 먼저 가르쳐 준 사람들 이외에, 나를 아는 이 중에 브런치를 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 며칠을 '조선희' 본명으로 32살에 시집도 못 가고 동생 결혼식을 못 본 불쌍한 노처녀가 지금은 힙하지 않은 아들 셋 아줌마가 되었다는 누가 봐도 '이거 내가 아는 조선희 맞네.' 이야기를 봤다는 지인이 단 1명도 없다. 앞으로 이 행운을 어떻게 써먹어야 좋을지 글을 쓸 때마다 고민해 봐야겠다. 아차차, 내 인간관계가 문제인 건가. 이 부분은따로 생각해 보아야겠다.
본명으로 글을 쓴다는 건 참으로 부담스럽다. 처음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할 때 브런치의 부자도 모르고 작가 프로필을 별다른 고민 없이 바꿨다. '썬스' 이름 한 글자를 따서 세게 한번 불렀다. 선, 썬. 선희 꺼 썬스.
유치하게.
근사한 필명을 찾아보았다. 애들 이름 호에 내 이름 선, 호선. 친구가 다른 것 때문에 지어주었지만 예쁜 서린, 조선이라는 말이 있어 조선의 국모 등등.
너무 어렵다. 필명 찾기.
썬스라는 이런 유치하고 뭔 뜻인지도 모르는 이상한 조합의 필명을 쓸 바엔 차라리 내 이름으로 살리라.
솔직히 많이 평범하다. 선희. 아주 흔하디 흔한 이름. 박선희, 김선희, 이선희 많고도 많은 선희들이 대한민국 여자이름으로 인기 만점이던 시절이 있었다.
가수 태진아 아저씨도 우리 선희들을 위해 노래도 불러준다. "선희야~! 가방을 왜 쌌니. 선희야~! 서울이 싫더냐."
왜 그러셨나요. 아재 개그 좋아하는 사람들은 요즘도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약간의 친근감을 표시한다. 네네네. 제가 그 선희. 그 흔한 선희입니다.
아빠는 작명소에 가서 아이 이름을 어떻게 지을까 물었더니, 선희라고 하라고 했단다. 고개를 끄덕이는데 엄마는 꿈에서 깨어났고, 그 길로 아빠는 작명소에 가서 진짜 선희로 이름을 낙찰받아왔다.
꿈에서 지은 이름 선희.
착할 선(善), 빛날 희(熙) 착하게 빛나라는 뜻.
과연 착하게 빛날 수 있을까. 둘 중 하나만 하라고 하면 잘할 것 같은데, 이건 인생 쉬운 길 놔두고 힘들게 돌고 돌고 지름길 피해서 에베레스트 찍고 7대 불가사의 미스터리 풀고 100살쯤 돼서 이름을 날리까 말까 착하게 살까 말까 계속 고민하라는 뜻 같다.
얼마 전 제야의 종소리를 기다리다 우연히 듣게 된 배우 김세정의 수상소감이 인상 깊다.
연기하면서 많이 느낀 것 중 하나가 선한 에너지가 악한 에너지를 이기는 곳은 연기하는 곳이라 느꼈습니다. 악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보다 선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이 훨씬 더 좋은 연기, 좋은 현장, 많은 귀인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선한 에너지, 좋은 에너지 뿜어내는 연기자가 되겠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배우의 말 한마디에서
'저 배우는 계속 저렇게 웃는 얼굴로 오래도록 저 세계에 남아있을 수 있겠구나.'
라는 알 수 없는 확신이 생겨났다. 이상하게 계속 텔레비전 화면에서 보고 싶다는 응원의 마음이 자리를 잡는다. 선한 영향력, 선한 무언가를 널리 퍼뜨리며 빛을 내라는 것이 선희라는 이름과 묘하게 닮았다. 세상에 악한 기운보다 선한 에너지가 더 영향력이 있다 믿는 사람들이 계속 존재하는 한, 선희라는 이름의 뜻은 삶 자체에 충실할 수 있는 기본적인 원동력이 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조금이나마 심어진다.
그냥 살아가는 거니깐 사는 것, 뭐 그냥 그런 거지 뭐, 별생각 없이 살아가던 평범한 이에게 인생을 생각할 빈 공간을 내어준 브런치, 내 이름으로 살게 해 줘서 고맙다.
활활 타오르는 황금빛 태양은 못 되어도 활자의 눈덩이를 이리저리 굴려서 가끔은 밤에 잠깐 보는 이들 마음에 반짝 추억을 심어줄 반딧불이, 가끔은 칠흑 같은 어둠의 찰나를 잠시나마 밝히는 촛불 정도는 되고 싶다.
믿도 끝도 없는, 아니 어쩌면 영원히 없을지도 모르는 허황된 믿음일 수도 있지만 아직은 알고 싶은 것이 많은 우리네 세상에서 계속 또르르 눈알을 굴려보기로 했다. 아직도 가보지 못한 세계가 너무나도 많기에 그 선한 영향력이 발휘할 수 있는 곳이, 착하게 빛날 수 있는 그 어딘가가 있기는 한 건지 떼구르르 굴러 다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