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한다. 처음의 그 시작, 설렘을 뒤로하고 헤어짐을 잠깐 잊은 듯 서서히 나타나는 소리들에 기대감이 생긴다. 그리움을 차곡차곡 쌓아 다시 만난 그때,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터져버린 감정이 떨어진다. 그들의 못다 한 이야기였을까.
무심코 컴퓨터를 켜서 인터넷 서핑을 시작했다. 싸이월드 즐겨찾기 주소가 보인다. 이 불길한 예감은 뭐지. 왠지 저걸 타고 들어가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 같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엎어져 자는 저 자식의 등짝을 후려치고 싶다.
그와 그녀의 사이를 의심하고 상상했다. 의심이 만들어 낸 관계이길 바랐다. 그들의 흔적을 바라보며 한숨 쉬는 이 순간에도 음악은 흘러나온다. 좋다. 이름 모를 멜로디가 귓가를 잠식하고 말았다.
미니홈피 속 그녀가 찍은 사진들이 썩 마음 든다. 왜 하필 지금.
고개를 돌려보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없던 액자 속 사진이 눈에 띈다. 그녀의 흔적이었다.
알 수 없는 질투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가 나 몰래 옛날 여자친구를 만나서 화가 나는 1차원적 감정이 아니었다. 무식하게도 내 감정 하나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좋으면 그만이라는 바보 같은 감정. 그녀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질투는 엉뚱한 곳에서 발생했다. 그녀는 패션을 모르는 내가 봐도 스타일리시했다. 나는 신경 좀 쓰라는 그의 말을 이해 못 하는 자타공인 패션테러리스트이다.
그녀는 사진을 잘 찍었다. 당연히 사진 전공, 잘 찍으니 유명한 대학에 유학을 갔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진이 너무 내 스타일이다.
입으로는 온갖 욕을 퍼붓고 있지만 눈동자는 욕을 거둬들였다. 이미 빨려 들어가 버린 눈은 멍하니 그녀가 찍은 사진을 바라본다.
그와 헤어지지 않을 이유를 찾았다.
그녀는 한국에 없었다. 그는 아무 사이가 아니라 했다. 서로가 좋으니 다시 만났다. 그와의 만남은 쿨해 보이기 까지 한다. 구질구질 한 내면이 구차하다. 떠나간 마음이 아니라 고집해 본다. 헤어질 용기가 없다. 헤어진 다음 날이 견디기 힘들 것 같아 이별을 고하지 못했다.
이 조차도 그리울까 봐 불안했다.
머릿속 그녀의 존재를 없앴다.
우리는 오랫동안 만났다.
헤어졌다.
노래만이 남았다.
흩어진 감정에 대한 알 수 없는 그리움에 휩싸일 때, 보고 싶다. 듣는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무언가가 잠깐의 침묵 속에서 설렘과 함께 나타나주길 바라는 마음이 스며있는 이 노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