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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독성 May 07. 2024

우리 사이에는 뭔가가 있다.

5월에는 봄도 여름도 아닌 뭔가가 있다. 애매한 공간을 사이에 둔 너와 나의 존재 같다. 식탁에 앉아 창가를 바라보면 푸른 잎 무성한 나무 한 그루와 눈이 마주친다. 일명, 담배 나무. 담배 연기를 먹고 자란다고 사람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OO대학교 후문에 자리 잡은 이 나무 그늘 아래에는 항상 담배 피우는 사람들로 가득했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잠들기 전까지 담배 나무를 바라본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내는 동안 한 없이 바라본다. 우울한 날에도 기쁜 날에도 화나거나 슬픈 날에도 담배 나무는 항상 그 자리에서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5월의 뜨거운 햇볕이 내리 쬐는 날, 빛나는 이파리들이 힘차게 날아올랐다. 세차게 바람 부는 날 머리를 흩날리며 웃음을 보내기도 한다.


올해 내 친구 담배 나무는 푸른 잎이 훨씬 풍성해졌다. 작년에 금연 구역으로 바뀐 후부터 부쩍 키가 커진 것 같다. 나무 아래는 뽀얀 담배 연기 대신 젊은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해졌다. 여전히 우리 사이에는 뭔가가 있지만 오랜 친구에게 다른 친구들이 생긴 것 같아 괜히 질투가 난다. 그래도 계속 나는 너에게 말을 걸어보려 한다. 분명히 우리 사이에는 뭔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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