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집행인

철학적 연구 - 제12권

by 글섬

작품 배경


〈사형집행인(El Verdugo)〉은 1830년에 《라 모드(La Mode)》 지에 발표된 소설로, 1831년에 《고슬랭(Gosselin)》 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인간희극』의 「철학적 연구」에 속하는 작품이다.




나폴레옹의 스페인 전쟁 중에 프랑스 지휘관 빅토르 마르샹(Victor Marchand)과 그의 군대는 스페인의 작은 해안 마을 멘다(Menda)에 주둔해 마을을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어느 날 밤, 한 무리의 배들이 어둠을 뚫고 해안가에 정박한다. 반란이 일어난 것이다. 때마침 해안가에서 아름다운 클라라(Clara) 생각에 잠겨 있던 마르샹은 불현듯 해안가에 정박한 배들을 발견한다. 다음 순간, 프랑스 보초병이 마르샹 바로 앞에서 총을 맞고 쓰러진다. 반란은 프랑스군의 대학살로 이어지고 마을은 아수라장이 된다. 마르샹은 스페인 귀족이자 멘다 마을의 수장인 레가네(Léganès) 후작의 딸 클라라(Clara)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부지해 G 장군의 진영으로 피신해 장군에게 마을의 반란과 프랑스군의 대학살에 대해 보고한다. G 장군은 멘다 마을로 진격해 끔찍한 복수전을 벌인다. 이백 명의 반란군을 몰살해 반란을 진압한 뒤, 장군은 마을의 수장인 레가네 후작과 그 식솔들 전체에 참수형을 명한다. 레가네 가문의 멸족을 명한 것이다. 마르샹은 장군에게 대귀족인 레가네 가문이니만큼 참수형보다는 좀 더 명예로운 방법으로 처형해주실 것과 멸족만은 면하도록 상속인 한 명만은 살려주실 것을 요청한다. 그러자 장군은 그렇다면 레가네의 아들들 중 하나가 나머지 가족의 사형집행자 역할을 한다는 조건에서 그 아들만은 살려주기로 결정한다.


레가네 후작은 장군의 잔혹한 명령을 받고는 아들 후아니토(Juanito)가 가족의 사형집행인이 되어 살아남아 가문의 이름을 보존해주기를 강권한다. 후아니토는 아버지와 가족들의 간청을 마지못해 받아들인다.

이 처참한 비극은 프랑스 장교들이 무도회장에 모여 음주가무를 즐기는 동안에 시작된다. 클라라는 극심한 공포로 떨고 있는 오빠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자신이 제일 먼저 오빠의 손에 참수되기를 원한다. 후아니토가 클라라의 참수형을 집행하려는 순간에 마르샹이 뛰어 들어온다. 마르샹은 클라라가 자신과 결혼하면 장군이 그녀의 목숨을 살려주시기로 약속했다고 외친다. 그러나 클라라는 마르샹의 청혼을 경멸하듯 거절한다. 잠시 중단되었던 사형이 기어이 집행되고, 클라라의 목이 잘려 마르샹의 발치로 떨어진다. 그리고 후아니토는 동생들을 차례차례 참수한다.


이윽고 아버지의 차례가 되자 레가네 후작은 목이 잘린 자식들의 피를 바라보더니, 미동도 없이 숨을 죽이고 사형 집행을 지켜보고 있던 군중을 향해 돌아선다. 그리고는 후아니토를 향해 손을 내밀고 큰소리로 외친다. “스페인 민중이여, 나는 내 아들에게 내 아버지의 은총을 내리도다! 자, 나무랄 데 없는 용감한 내 아들아, 두려워 말고 내리치거라.”


마침내 어머니만 남았을 때 후아니토는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든 고통으로 무너진다. 공포로 오열하는 그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자 연회를 즐기던 프랑스 장교들의 소음과 웃음소리가 중단된다. 후아니토의 용기가 모두 소진되었음을 간파한 어머니는 아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스스로 난간 위로 몸을 던져 떨어져 바위에 머리가 부서져 숨진다. 어머니의 용기를 경탄하는 군중의 함성이 터지고, 후아니토는 실신해버린다.


연회에서 술을 마시던 한 장교가 장군에게 이 끔찍한 사형 집행에 대해 조심스럽게 회의감을 드러내자, 장군은 장교들을 향해 “제군들은 한 달 뒤면 무려 오백 명의 프랑스 가족이 눈물 흘리게 될 거라는 사실을 잊었는가? 제군들은 지금 스페인에 있다는 사실을 잊었는가? 제군들의 뼈를 스페인 땅에 두고 갈 셈인가?”라고 호통을 친다. 좌중은 숙연해지고 아무도 술잔을 들지 못한다.


스페인 왕은 레가네 후작에게 엘 베르두고(El Verdugo)라는 새로운 귀족 작위를 내린다. 하지만 후아니토는 스페인 민중의 존경심에도 불구하고, 슬픔에 잠식된 채 집안에만 틀어박혀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리하여 레가토 가문의 이름을 지켜낸 후아니토는 존경할 만한 중죄의 무게에 짓눌린 채 그의 뇌리에서 결코 떠나지 않는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참을성 있게 죽음을 기다릴 뿐이다.



▶ 참고 사이트 :

1. 영어판 야후 〈발자크 인간희극 개요〉

2. 불어판 위키피디아

▶ 작품 배경 / 줄거리 / 분석 모두 상기 불어판 및 영어판 사이트의 내용을 제가 번역해서 발췌 및 인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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