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연구 - 제13권
〈바닷가 이야기(Un drame au bord de la mer)〉는 1834년에 문예지 《르 볼뢰르(Le Voleur)》에 먼저 발표된 후, 1835년에 《베르데(Werdet)》 출판사에서 「철학적 연구(Études philosophiques)」에 속해 〈영생의 묘약(L'Élixir de longue vie)〉 다음 편이자 「철학적 연구」의 마지막 편으로 발간되었다. 1843년에 〈아버지의 심판(La Justice paternelle)〉이라는 제목으로 재발간되었고, 1846년에는 《퓌른(Furne)》에서 애초의 제목인 〈바닷가 이야기〉로 제목을 변경해 『인간희극』의 「철학 연구」로 분류하여 〈사형집행인(El Verdugo)〉과 〈붉은 여인숙(L'Auberge rouge)〉 사이에 배치해 출판되었다.
1821년, 브르타뉴(Bretagne) 반도의 해안에 야망으로 가득한 청년 루이 랑베르(Louis Lambert)가 이제 막 해수욕을 마치고 나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생각에 잠겨 있다. 잠시 뒤, 바위가 움푹 패인 천연 풀에서 수영을 하던 그의 연인 폴린(Pauline)이 물에서 나온다. 두 사람은 사로 손을 맞잡고 나란히 아침 산책을 하다가 어부 한 사람과 마주친다. 어부는 서른일곱 살 노총각으로, 눈 먼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결혼도 하지 않았다. 어업은 매우 힘들지만 그렇다고 염전에서 일하기엔 체력이 달렸다. 어부는 언제나 집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일했다. 루이와 폴린은 어부의 궁핍함과 가족에 대한 맹목적인 헌신에 감동받는다. 그들은 어부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주고 싶은 마음에, 바츠(Batz) 해변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며 어부를 안내인으로 고용하고 싶다고 제안한다. 해변에 유사(流砂)가 있어 안전하게 길을 찾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었다. 어부는 연인에게 길을 일러주며, 먼저 가고 계시면 자신은 낚시 도구를 집에다 갖다 놓고 그들을 곧 따라가겠다고 말한다. 폴린과 루이가 마을을 지나 모래사장에 도달했을 즈음, 어부가 좋은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돌아온다.
어부와 연인은 정오 무렵에 바츠까지 가는 길의 중간 지점에 도달했고, 루이는 인근에 높은 바위가 보이는 곳을 가리키며 쉬어가자고 제안한다. 어부는 그곳엔 어떤 남자가 있는데, 현지인들은 항상 그곳을 피해 우회해 간다고 알려준다. 그러나 루이와 폴린은 그 남자도, 그들도, 서로에게 어떠한 해도 끼치지 않을 거라며 계속 그곳에서 쉬어가자고 조른다. 하는 수 없이 어부는 연인을 그곳으로 안내하고, 자신은 그 남자를 지나치지 않도록 멀리 우회해 간다. 연인이 바위 주변에 다다르자 이윽고 어부가 말하던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그 남자는 작렬하는 태양 아래 마치 화강암처럼 바다를 향해 미동도 없이 앉아 있다. 루이는 인상적인 남자의 모습에 뭔가 뭉클한 감동을 느낀다. 다시 어부에게 돌아온 연인은 그 남자에 대해 묻는다. 어부는 일명 “맹세의 남자”라고 불리고 조카가 갖다 주는 물과 빵으로 연명하며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그 남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업으로 성공한 피에르 캉브르메르(Pierre Cambremer)는 아내와 함께 작은 섬의 외딴 집에 살고 있었다. 부부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아이를 한 명만 낳았고, 외아들 자크(Jacques)는 왕처럼 대접받으며 자라 몹시 버릇이 없었다. 자크는 거짓말과 도둑질, 폭력 등 온갖 못된 짓을 일삼았지만 피에르는 아들을 결코 나무라는 법 없이 그저 웃어넘겼다. 그러다 자크는 부모의 돈까지 훔치더니, 급기야 낭트(Nantes)까지 가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야 말았다. 그러자 비로소 피에르는 훈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자크에게 앞으로 적어도 2년 동안은 아버지를 따라 어업에 열중하라고 명했다.
어느 날 밤, 피에르 부부는 인기척에 잠에서 깼다. 금화를 훔치려다 들킨 자크는 어머니의 팔을 칼로 찌르고 금화를 들고 도망쳤다. 피에르의 아내가 매트리스에다 넣고 실로 꿰매어버린 스페인 금화를 꺼내려고 어머니를 찔렀던 것이다. 피에르는 절망하고, 아내는 기절해버렸다.
자크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피에르는 아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는 자크를 낳은 자신이 죄인이기에 자크의 심판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자크는 온갖 거짓말을 둘러대며 모면하려 했다. 어머니가 자크에게 회개를 종용하자 자크는 어머니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아버지가 아들의 고해성사를 들어주실 신부님께서 오고 계신다고 말하자 아버지에게도 욕설을 퍼부었다. 피에르는 격분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낳은 이 괴물을 자신의 손으로 제거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아내가 해변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아들의 입에 재갈을 물려 배에 태워 바다로 나간 뒤 아들의 몸에 돌을 묶어서 배 밖으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아내는 고통에 겨워 절명해버렸다. 아내는 피에르에게 배를 불태워달라고 유언했고, 그는 아내의 유언에 따랐다. 이후 피에르는 종적을 감췄다가 열흘 만에 지금 앉아 있는 자리에 다시 나타났다. 그는 아들의 심판을 자처해 아들을 살해한 죄를 속죄하기 위해 지금처럼 미동도 없이, 말 한 마디도 없이 마치 바위처럼 살아가기로 바다를 향해 맹세했다. 그때부터 피에르는 오로지 신에 귀의해 회개한다는 표시로 바위 근처에 십자가를 꽂고 바다를 향해 앉아 그의 조카가 가져다주는 최소한의 양식으로 연명해왔다.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난 루이와 폴린은 남자와 그 가족의 끔찍한 운명을 깊이 애도한다. 그들은 남자의 이야기로 심란해진 나머지, 바츠에 가지 않고 돌아가기로 한다. 돌아가는 길에는 그들도 남자를 우회해 간다.
숙소로 돌아온 뒤에도 루이와 폴린은 바다에서 얻었던 평온함을 잃고 잔뜩 마음이 가라앉는다. 폴린은 남자의 비극적인 이야기로 인해 격앙된 루이의 감성을 염려하여 남자의 이야기를 글로 쓰면 침울한 기분이 좀 덜어지지 않겠냐고 루이에게 제안한다. 그리하여 루이는 남자의 이야기를 자신의 삼촌에게 편지로 써 보내는데, 그게 바로 이 〈바닷가 이야기〉이다.
1830년대에 발자크는 로르 드 베르니(Laure de Berny) 부인과 함께 부르그 드 바츠(Bourg-de-Batz)에 위치한 라 발레트(La Valette) 부인의 집에 체류했다. 이곳에서 발자크는 크루아직(Croisic) 반도와 그 해안을 배경으로 한 이 짤막한 소설, 〈바닷가 이야기〉를 집필했다. 당시 프랑스엔 해수욕이 막 유행을 타기 시작했고, 크루아직의 포르 랭(Port Lin) 해변들과 생 고스탕(Saint-Goustan)의 해변들은 최초로 해수욕객들을 맞이한 해변들 중 하나였다.
▶ 참고 사이트 :
1. 영어판 야후 〈발자크 인간희극 개요〉
2. 불어판 위키피디아
▶ 작품 배경 / 줄거리 / 분석 모두 상기 불어판 및 영어판 사이트의 내용을 제가 번역해서 발췌 및 인용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