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생활연구 - 사생활정경 제12권
〈여자 연구(Étude de femme)〉는 1830년에 《라 모드(La Mode)》 지에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1831년에 원본 그대로 〈소설과 철학이야기(Romans et contes philosophiques)〉에 실려 《고슬랭(Gosselin)》 판본으로 출간되었다. 그 후, 1835년에 〈후작부인의 얼굴(Profil de marquise)〉이라는 제목으로 「풍속 연구(Études de mœurs)」로 분류된다. 그 후로도 여러 차례의 개정을 거치며 동일한 제목으로 「파리생활 정경(Scènes de la vie parisienne)」으로 분류되었다가, 1842년에 《퓌른》 판에 이르러서야 〈여자 연구〉라는 제목으로 수정되어 『인간희극』의 「사생활 정경(Scènes de la vie privée)」으로 분류된다.
리스토메르(Listomère) 후작부인은 아둔한 그녀의 남편이 루이 18세 정국에서 좀 더 높은 서열에 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에 정기적으로 고해와 영성체를 하러 다니는 열성적인 신자이다. 그녀는 호색가의 유혹 따위에는 꿈쩍도 하지 않을 매우 강직한 성품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한 파티에서 유진 드 라스티냑(Eugene de Rastignac)을 만난다. 그는 천사의 얼굴을 한 매우 젊고 잘생긴 청년으로, 그녀의 환심을 사려 애쓰지 않는데도 어쩐지 그녀의 주의를 끈다.
한편, 유진은 지나치게 반듯한 후작부인을 보고는 한 번 데리고 놀아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밤새도록 그녀에 대해 음탕한 생각을 한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자신의 변호사와 지금의 애인인 델핀 드 누싱겐(Delphine de Nucingen) 부인에게 편지를 써 보낸다. 그런데 주소를 잘못 쓰는 바람에 그만 누싱겐 부인에게 보낸 편지가 리스토메르 후작부인에게 보내진다. 지난밤에 혼자 그저 상상만 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버린 것이다!
무려 4페이지에 달하는 이 뜨거운 연서를 읽은 후작부인은 당혹감으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한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그녀는 예의 그 정숙함을 앞세워 그 편지를 당장에 벽난로 속으로 던져버리지 않는다. 그녀는 지금껏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계속 정숙함을 유지할 생각이긴 하지만, 유진 드 라스티냑처럼 젊은 무뢰한이 자신을 흠모한다는 생각에 흠뻑 취해 내심 더 없이 달떠 있는 게다.
처음에 그녀는 다른 파티에서 유진을 우롱해주려 했지만 그가 오지 않는 바람에 만나지 못한다. 그리고는 얼마 후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린 유진이 리스토메르 저택을 방문한다. 그러나 그녀는 라스티냑을 그녀의 집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이때 문 앞에서 후작을 우연히 만난 덕분에 라스티냑은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집안에 들어온 그를 보고 후작 부인은 당혹감에 어쩔 줄 몰라 한다. 라스티냑은 어쩌다가 잠시 후작 부인과 단둘이 남게 된 틈을 타서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그 연서의 수신인이 실은 누싱겐 부인이었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후작부인은 이 부도덕한 연서의 주인공이 자신이 아니라는 다행스런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도 이상하게 전혀 다행스럽지가 않다. 오히려 분노가 치밀어, 위염을 핑계로 모든 사교계 약속을 취소하고 집안에 틀어박혀 버린다.
이 짧은 이야기는 도덕적 공정성과 그 결과를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다. 요컨대, 오만하고 냉담한 마음으로 지나치게 엄격함을 고수함으로써 귀결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주제는 〈속(續) 여자 연구(Autre étude de femme)〉에서 또 다른 형태로 다시금 다뤄진다. 이 소설에서 발자크는 심리묘사를 통해, 빈틈없이 완전무결한 한 여인이 그녀 자신이 놓은 덫에 빠지고 마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발자크는 이 이야기의 화자인 오라스 비앙숑(Horace Bianchon)을 등장인물들 중 하나로 설정하여 이야기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증언하게 한다. 이러한 화자의 역할이 〈속(續) 여자 연구〉에서는 비앙숑에서 앙리 드 마르세(Henri de Marsay)로, 그리고는 라스티냑, 프레데릭 드 뉘싱겐(Frédéric de Nucingen)으로 이어지며 각자의 에피소드를 번갈아 이야기하는데, 여기서 비앙숑은 〈브르테슈 저택의 비밀(La Grande Bretèche)〉의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를 준비한다.
탁월한 인물화가인 발자크는 이 소설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장 드 라브뤼예르(Jean de La Bruyère)’의 18세기 풍속서인 〈성격론(Caractères)〉에서와 같이, 발자크 역시 복잡한 인물인 리스토메르 후작부인을 거침없이 단숨에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독자에게는 이미 친숙한 유진 드 라스티냑이 두 번째로 등장하는데, 사교계에는 아직 입문 단계에 불과한데도 이미 매혹적인 태도를 선보인다.
▶ 작품 배경 / 줄거리 / 분석 :
1. 영어판 야후 〈발자크 인간희극〉 일부 발췌
2. 프랑스어판 위키피디아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