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0년 / 글섬 옮김
〈파리 어느 부르주아의 일요일(Les Dimanches d'un bourgeois de Paris)〉은 1880년 프랑스 일간지 《르 골루아(Le Gaulois)》에 연재 형식으로 발표된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모파상은 어느 소박한 공무원의 여가를 소재로 1880년 파리의 실상을 묘사하고 있다.
파리에서 태어난 파티소(Patissot) 씨는 학업 성적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평범한 학생으로 학교를 졸업해, 고모들 중 한 사람의 후원으로 공무원이 되었다. 이제 52세가 된 파티소 씨는 별다른 미래가 없는 하찮은 공무원으로 나이 들어간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의 스트레스에 대한 해법으로 주치의는 시골 같은 데 가서 신선한 공기를 쐬며 운동을 해야 한다고 권했다. 그래서 파티소 씨는 일요일마다 걸어보기로 결심했다.
이를 위해 파티소 씨는 토요일 밤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첫 일요일 아침에 그는 베르사이유 궁에 가보기로 했다. 그러나 그는 숲속에서 그만 길을 잃어버렸고, 가방에 챙겨왔던 포도주 한 병이 깨져버리는 바람에 가방 안 음식들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뿐만 아니라, 길에서 만난 어느 매력적인 젊은 여인의 딱한 사정을 듣고 그가 갖고 있던 여비를 모두 내주었다. 다음날 아침, 그는 편두통이 심해서 출근하지 못했다.
파티소 씨는 한 주 내내 동료들에게 끔찍했던 지난 일요일에 대해 푸념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에 시큰둥하기만 했는데, 오직 부아뱅(Boivin)이라는 나이든 동료만이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부아뱅 영감은 시골에 살고 있었는데, 작은 정원을 가꾸며 사는 시골생활에 무척 흡족한 기색이었다. 두 사람은 시골 이야기로 친구가 되었고, 부아뱅 영감은 새로 사귄 친구와의 우정을 돈독히 하기 위해 다가오는 일요일에 파티소 씨를 자신의 시골집으로 초대했다.
그리하여 파티소 씨는 두 번째 일요일에 8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부아뱅 영감의 시골집을 찾아갔다. 그러나 막상 도착해서 보니, 부아뱅 영감의 집은 누추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대문을 열어준 영감의 아내는 눈매가 어찌나 매서웠던지, 파티소 씨는 그녀가 두려운 나머지 말까지 더듬었다. 게다가 그녀는 이 뜻밖의 방문객에게 불쾌함을 감추려 하지도 않았다. 부아뱅 영감이 자랑해 마지않던 정원도 나무 한 그루 없이 시들시들한 꽃들만이 덩그렇게 남아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나무가 없는 정원에는 직사광선이 내리꽂혀 한낮의 열기를 피할 길이 없었다. 부아뱅 영감은 마누라가 근사한 점심을 준비하고 있다고 새로운 친구에게 큰소리를 쳤지만, 아내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리자 죄를 지은 사람처럼 떨었다. 그의 아내가 내온 점심식사는 간소하기 그지없었고, 영감이 포도주라도 내어달라고 어렵사리 애원했지만, 그녀는 일언지하에 거절하고는 파티소 씨에게 다 먹으면 그만 돌아가라고 명령하듯 말했다. 부아뱅 영감은 친구를 대문까지 안내하더니 잠시만 기다렸다가 같이 나가자고 귓속말을 했다. 안으로 들어간 영감이 20수만 달라고 아내에게 애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일부러 밖에까지 들리도록 큰소리로 거절하며, 점심식사를 대접받은 저 양반 수중에는 돈이 남았을 거 아니냐고 외쳤다. 부아뱅 영감은 하는 수 없이 그냥 밖으로 나왔고, 예의바른 파티소 씨는 안방을 향해 점심 잘 먹고 간다고,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그러자 그녀는 그렇다고 또 오면 곤란하다고 외쳤다.
결국 빈손으로 친구를 데리고 저녁을 먹으러 나간 부아뱅 영감은, 파티소 씨가 그토록 말렸건만 만취해버렸다. 식사를 마치고 일어날 때는 똑바로 걸을 수조차 없어 파티소 씨의 부축을 받아야만 했다. 파티소 씨는 비틀거리는 부아뱅 영감을 지탱한 채 낯설고 어두운 시골길을 헤매었다. 그렇게 한참을 헤매다 행인의 도움까지 얻어가며 영감의 집에 어렵사리 도달했다. 술에 취한 영감의 고성방가에 영감의 아내가 득달같이 달려 나오더니 내 이럴 줄 알았다며 파티소 씨를 맹렬히 비난했다. 공포에 휩싸인 파티소 씨는 붙잡고 있던 영감을 진흙바닥에 놓아버리고 뒤돌아서 쏜살같이 내달렸다.
세 번째 일요일에 파티소 씨는 새롭게 낚시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는 브종(Bezons) 강가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강변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러 나와 있었다. 파티소 씨는 부아뱅 영감을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로 갔다. 부아뱅 영감은 햇빛에 그을린 얼굴이 매우 강인해 보이는 뚱뚱한 오십대 남자를 데리고 와서 파티소 씨와 인사시켰다. 세 남자는 큰 보트를 빌려 물고기가 많이 잡힌다는 지점으로 갔다. 그러나 좀처럼 입질은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만, 낚시 초보였던 파티소 씨는 그의 곁에서 낚시를 하고 있던 어느 부인의 모자를 낚아 강물에 빠뜨려 버렸다. 뚱뚱한 오십대 남자가 요절복통하는 가운데 파티소 씨는 부인의 모자가 떠내려가는 방향으로 모자를 따라 내달렸다. 아연실색한 부인은 너무 화가 나서 어쩔 줄을 몰라 했고, 몹시 화가 난 그녀의 남편은 파티소 씨에게 모자 값의 3배를 요구했다.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동안 파티소 씨는 뚱뚱한 오십대 남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졌고, 그는 다음 일요일에 파티소 씨를 그의 집으로 초대했다. 그는 자신의 배를 함께 타고 산책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다음 일요일이 오기 전 어느 저녁에 파티소 씨는 거리를 걷다가 사촌을 만났다. 유명한 언론인이었던 사촌은 평소에도 파티소 씨에게 흥미로운 여러 일들을 제시하곤 했었는데, 그날도 사촌은 그에게 이번 일요일에 두 명의 유명 인사를 소개시켜주겠다고 제안했다. 사촌이 말하는 두 명의 유명 인사는 알고 보니, 화가 장 루이 에르네스트 메소니에(Jean-Louis-Ernest Meissonier)와 작가 에밀 졸라(Emile Zola)였다. 『루공-마카르 총서』를 모두 읽은 파티소 씨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렇게 대단한 남자들과의 대화에서 자신이 바보 같은 소리나 하지 않을는지 두려워졌다. 사촌은, 예술가들은 칭찬을 먹고 사는 존재들이니 이따금씩 그림을 언급하고 소설을 인용하며 칭찬을 듬뿍 해주면 된다고 그를 안심시켰다. 그리하여 일요일 아침에 파티소 씨는 사촌과 함께 예술가의 집으로 향했다.
첫 번째 방문했던 메소니에의 집을 나서면서 파티소 씨는 메소니에 같은 위대한 예술가는 자신의 재능이나 성공, 명예 때문이 아니라 환상을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 붓지만, 반면에 평범한 부르주아들은 돈을 모으기 위해 모든 환상을 포기해버린다는 걸 절감했다.
다음으로 그들은 『루공-마카르 총서』의 저자 에밀 졸라가 기거하는 메당(Médan)에 당도했다. 겨우 40세의 이 위대한 작가는 성품이 훌륭했다. 사촌이 작가에게 자신이 일하고 있는 신문에 연재를 부탁하러 왔다고 방문 목적을 알리자 에밀 졸라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사촌은 에밀 졸라의 집을 나서기 전에 에밀 졸라에게 메당 별장을 어떻게 구입하게 되셨느냐고 물었다. 에밀 졸라는 처음엔 여름 동안 소설을 집필할 작은 집을 빌리려 했었는데 헐값에 나온 이 집을 보고 당장 사들였다며, 그만한 가치가 있는 집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에밀 졸라의 집을 나서며 사촌은 파티소 씨에게 “모든 장군은 자신만의 워털루(Waterloo)를 지니고 있고, 모든 발자크는 자신만의 자르디(Jardies) 별장을 가지고 있으며, 시골에 기거하는 모든 예술가들은 지주의 마음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바스티유 습격을 기념하는 첫 번째 국경일이 다가왔고, 파티소 씨는 어느 왕당파의 집을 빌려 깃발 세 개와 제등 네 개를 설치했다. 그 다음 일요일엔 축제로 인해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자연 속에서 조용히 지내기로 했다. 광활한 수평선을 보고 싶었던 파티소 씨는 생제르맹(Saint-Germain)의 테라스에서 점심을 먹었다. 선사 박물관을 관람했지만 전혀 이해할 수는 없었고, 다만 센강을 중심으로 아름답게 펼쳐진 파리의 자연에 감탄했다. 오랜 산책 끝에 파티소 씨는 어느 공원 벤치에 앉았다. 벤치에는 나이 지긋한 신사가 앉아 있었다. 그 신사는 스물두 살 시절에 자신이 처한 환경으로 인해 잃어버리게 된 첫사랑 얘기를 들려주더니, 여인을 멀리하기 위해 매일 이렇게 벤치에 앉아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계속되는 일요일마다 파티소 씨는 창녀와 무정부주의자를 알게 되었고, 여성의 사회적 권리를 요구하는 여성 해방 집회에도 참석하게 되었다.
▶ 〈Les Dimanches d'un bourgeois de Paris〉 원문 번역
▶ 참고 사이트 : 불어판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