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용감무쌍한 나를 응원해

2024년 8월 4일 일요일 / 인간 실격

by 글섬

저는 바른생활 교과서에 나오는 정의니 뭐니 하는 도덕 따위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저한테는 서로 속이면서 살아가는, 혹은 살아갈 자신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인간이야말로 난해한 것입니다.

-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살아간다는 건, 특히나 나로서 살아가기로 작정한다는 건 사실 용감무쌍한 일이다. 살아지는 거 말고 살아내는 것도 말고 살아가는 거 말이다. 게다가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인간들이 뒤엉켜 있어 그들의 말도 의중도 오리무중인데, 그 와중에 나는 또 나 스스로를 속이고 속는다. 그 어려운 걸 해낸다. 이걸 믿어줘, 말어,에 초집중하느라 진이 다 빠진 뒤에야 겨우 얻어내는 선택지라니. 다른 사람들이 서로 속이면서 살아가는지 어쩐지까지는 헤아릴 여력이 없다. 오늘도 나 자신에게 속지 않고 살아갈 자신이 있는 것처럼 속이는 나라는 인간이야말로 난제다.


살면서 내가 내린 수많은 선택들이 바로 나다. 내가 살아가는 방식은 그 선택들을 통해 결정되고 그렇게 나는 가장 나다워진다. 그러고 보면 나 자신은 세상 가장 미더운 존재여야 마땅한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함정이다. 마음은 하나가 아니니까. 마음에도 층이 있다. 내 마음의 층은 도대체 몇 겹일까. 가장 밑바닥에 깔린 층은 교묘하게 숨어 상위 층들로 짜깁기한 판을 짜고 영영 드러나지 않기도 한다. 선택이 내려지고 한참 뒤에야 마주하게 되는 내 마음의 맨 밑바닥은 거의 항상 추레하기에 거기까지 굳이 내려가보는 수고는 최대한 뒷전이 되기 일쑤다. 살아남는 일에 중독되지 않으려면 마음의 눈을 부릅떠야 한다.


생각이 여기까지 내려오면, 아, 술이 필요해... 오늘은 이만, 여기까지. 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하루살이가 아니니 나머지는 내일의 나에게로 토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