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1년 / 방곤 옮김
작품 배경
모파상의 첫 번째 단편집 〈텔리에 집(La Maison Tellier)〉은 1881년 4월 21일에 《빅토르 아바르(Victor Havard)》 출판사에서 출판되었다. 이후 1891년에 《폴 올렌도르프(Paul Ollendorff)》에서 증보 개정판이 발간되었다.
단편집 〈텔리에 집〉에는 〈텔리에 집〉, 〈물 위(Sur l'eau)〉, 〈어느 농장 아가씨 이야기(Histoire d'une fille de ferme)〉, 〈가족(En famille)〉, 〈시몽의 아빠(Le Papa de Simon)〉, 〈들놀이(Une partie de campagne)〉, 〈봄(Au printemps)〉, 〈폴의 연인(La Femme de Paul)〉 등 8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이 단편집에 수록되어 발간되기 전에 《정치문예지(Revue politique et littéraire)》나 《모던 라이프(La Vie moderne)》와 같은 신문에 이미 발표되었던 소설들이다.
모파상은 1876년경에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의 주선으로 러시아 소설가 이반 투르게네프(Ivan Sergeevich Turgenev)를 만났는데, 이 단편집을 출간할 당시 이반 투르게네프의 작품들은 모파상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모파상은 단편집 〈텔리에 집〉의 헌사로 이반 투르게네프와 그의 작품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있다. 모파상은 특히 농노제 비판을 담은 이반 투르게네프의 〈무무(Moumou)〉(1854)에서 영감을 받아 〈개 이야기(Histoire d'un chien)〉를 집필하기도 했다.
단편집의 제목과 동일한 소설 〈텔리에 집〉은 1881년에 출판된 이후 1889년 2월에 일간지 《라 랑테른(La Lanterne)》에 다시 게재되었고, 1892년 10월에는 《질 블라스(Gil Blas)》에도 게재되었다.
생테티엔느(Saint-Étienne) 교회 뒷거리의 한 모퉁이에 위치한 허름한 노란색 건물에는 날마다 저녁 열한 시쯤이 되면 사람들이 모여들곤 했다. 주로 상인이나 장안의 젊은이들이었던 그들은 술을 마시면서 색시들에게 장난을 걸거나 그 집 마담과 진지한 대화를 주고받곤 했다.
그 집 마담은 농업을 경영하는 어느 양가 출신이었는데, 이 집의 소유주였던 작은아버지로부터 이 직업을 아무런 수치심 없이 유산으로 물려받았다. 도회지에서는 매음 행위를 치욕으로 여겼지만, 이 노르망디 지방의 시골 페캉(Fécamp)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마담은 후리후리한 키에 몸매가 좋고 애교가 있었다. 마담이 과부가 된 뒤로는 이 집 단골손님들이 모두 그녀에게 공연히 욕심을 내었지만 마담은 끝까지 정숙했다. 언제나 변함없이 쾌활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늘 우아해서, 교양 없는 사내가 그녀의 영업을 상스러운 말로 표현하기라도 하면 버럭 성을 내곤 했다.
마담은 가끔 주말이면 마차를 빌려 색시들을 태워 소풍을 나가기도 했다. 늘 집안에만 갇혀 있던 색시들은 기숙사를 빠져 나온 여학생 무리처럼 야외의 기쁨을 만끽했다. 색시들은 이렇듯 한없이 인자하고 친절한 마담을 몹시 따랐다.
텔리에 마담의 집에는 색시가 모두 다섯뿐이었는데, 이들 중 두 사람은 길모퉁이로 면한 출입구에서 하층 계급 사람들과 뱃사람들을 상대로 술을 팔았고, 다른 색시 셋은 일종의 귀족 계급을 상대로 주로 이층에서 일했다. 마담은 이층의 손님들과는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내며 그들이 들려주는 갖가지 장안의 소식에 귀를 기울이곤 했다.
이층의 세 색시의 이름은 페르낭드(Fernande), 라파엘(Raphaële), 그리고 로자 라 로스(Rosa la Rosse)였다. 마담은 색시들이 몇 안 되기 때문에 손님들이 누구나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에 가까운 여자를 맞이할 수 있도록 애를 썼다. 페르낭드는 대표적인 금발 미인이었고, 라파엘은 마르세유 출신으로 광대뼈가 두드러진 뺨에 매부리코였다. 로자 라 로스는 똥똥하고 짧은 다리로 집안을 민첩하게 돌아다니며 쉴 새 없이 지껄이며 날카로운 웃음을 터트리곤 했다.
아래층의 두 색시는 능구렁이라는 별명을 가진 루이즈(Louise)와, 약간 다리를 절기 때문에 그네라는 별명의 플로라(Flora)였다. 어딜 가나 흔히 볼 수 있는, 더 못생기지도, 더 예쁘지도 않은, 그저 천박한 여인들이었다.
이 다섯 명의 색시들은 서로 시기하면서도 텔리에 마담의 현명한 중재와 타협으로 큰 말썽 없이 서로 간에 평화를 유지했다. 마담의 인품과 선한 심성이 주위에 잘 알려져 마담은 단골손님들에게 일종의 존경을 받았다. 때문에 마담이 남다른 우정이라도 보여줄 때면 누구나 의기양양해지곤 했다. 그 조그만 도시에는 그런 영업집이 단 한 집뿐이었기에 텔리에 집은 대단히 번성했다. 사람들은 낮에 사업 관계로 만나든가, 그저 일없이 만나든가, 늘 “그 집에서 만나자”고 인사를 하곤 했다. 요컨대 이 텔리에 집은 그 마을 사랑방과도 같았다.
오월이 다 지나간 어느 날 저녁, 재목상 주인이자 이전 읍장이었던 풀랭(Poulin) 씨는 텔리에 집 문이 닫혀 있음을 발견했다. 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집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고요하기만 했다. 그는 발길을 돌려 마르쉐(Marché) 광장에 다다랐고, 거기에서 역시 텔리에 집을 가려던 참이었던 선박업자 뒤베르(Duvert) 씨를 만났다. 두 사람이 다시 텔리에 집을 가보았을 때 생선 장수인 투르느보(Tournevau) 씨도 굳게 닫힌 문을 힘껏 두드리고 있었지만 허사였다.
세 남자는 발길을 돌려 선창가로 가다가 은행가의 아들 필리프(Philippe)와 세무관 팡페스(Pimpesse)를 만났다. 이들 역시 텔리에 집의 단골손님이었다. 그래서 이층 손님 다섯은 다 같이 다시 한 번 텔리에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문 앞에는 한 무리의 영국 선원들과 프랑스 선원들이 닫힌 문을 향해 화를 내느라 돌을 던지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발길을 돌린 다섯의 이층 손님은 보험 대리점의 뒤퓌(Dupuis) 씨와 재판소 판사인 바스(Vasse) 씨를 만났다. 그리하여 그들은 다 함께 거리를 어정거리다 방파제 끝까지 걸어가 묵묵히 파도를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뭘 해도 재미가 없었다.
그렇게 공연히 신경이 날카로워진 그들이 다시 마르쉐 광장으로 돌아왔을 때 돌연 팡페스 씨와 투르느보 씨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다. 두 사람의 말다툼을 겨우 말려서 화해시키고 나자 이번에는 풀랭 씨와 뒤퓌 씨 사이에 말다툼이 시작되었다. 두 사람은 서로 화가 나서 인사도 없이 각자 갈 데로 가버렸다. 멀리 광장에서는 프랑스 선원들과 영국 선원들의 패싸움이 벌어졌다.
얼마 뒤, 신사 일행도 흩어지고 선원들 무리도 사라져 동네에 다시 정적이 돌아왔을 때 생선 장수 투르느보 씨가 다시금 텔리에 집 주변을 살펴보다가 그제야 문턱 차양 위에서 “첫 영성체의 용무로 휴업합니다.”라고 쓰여 붙어 있던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
마담에게는 고향인 비르빌(Virville)에서 목수일을 하는 동생이 한 명 있었다. 마담은 이 동생의 딸인 콩스탕스 리베(Constance Rivet)의 대모였다. 동생은 딸아이가 열두 살이 되는 해에 첫 영성체 의식을 앞두고 누님에게 참석을 청하는 편지를 썼다.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동생과 단둘이 남은 터였기에 마담은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승낙했다. 마담의 동생 조제프(Joseph)는 슬하에 자식이 없는 누님과 친분을 유지해두면 누님이 자신의 딸아이에게 유리한 유언을 남길지도 모른다는 계산속이었다.
페캉에서 비르빌까지는 상당한 거리였기 때문에 첫 영성체 날이 다가올수록 마담은 몹시 난감해졌다. 마땅히 가게를 맡길 사람이 없는데다, 마담이 자리를 비우면 십중팔구 색시들 사이에는 말썽이 생길 테고, 유일한 사환인 프레데릭(Frédéric)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어 행패를 부릴 게 뻔했기 때문이다. 결국 마담은 프레데릭은 휴가를 보냈고, 색시들은 모두 데리고 가기로 결정했다. 동생 조제프도 기꺼이 이들을 하룻밤 재워 주기로 약속했다.
아침 여덟 시에 떠나는 급행열차의 이등칸에 마담과 일행이 몸을 실었다. 열차가 부즈빌르(Beuzeville) 역에 도착하자 한 쌍의 농부 부부가 탑승했다. 객차 안은 마담과 색시들이 입고 있는 의상의 현란한 색채로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색시들은 농부 부부를 의식해 한껏 얌전을 빼고 앉아 있었다. 얼마 후 볼베크(Bolbec) 역에서 손가락마다 반지를 끼고 금팔찌를 주렁주렁 매단 신사 하나가 기차에 올랐다. 신사는 로자 라 로스와 늙은 농부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알고 보니 그는 행상인이었는데, 보따리를 풀자 양말대님이 가득 들어 있었다. 푸른 비단, 연분홍 비단, 빨간 비단, 보랏빛 비단, 자줏빛 비단 등 갖은 비단이 쏟아지자 색시들은 탄성을 지르면서 기뻐했다. 신사가 직접 대님 고리를 채워주겠다고 나서자 얼마간 얌전을 빼던 색시들은 이내 그에게 다리를 내어주었고, 그러는 사이에 신사가 슬며시 색시의 다리를 간질이자 비명을 지르며 사내의 머리에 스커트를 덮어씌우는 둥 난리법석을 떨었다. 농부 부부는 어안이 벙벙해 바라만 보고 있다가 목적지에서 내리면서 분명 매춘부들일 거라고 확신했다.
조제프가 마차를 끌고 정거장에 나와 있었다. 그는 색시들을 모두 정중하게 마차에 태운 뒤 마차를 출발시켰다. 목수의 집에 도착한 색시들은 목수의 딸아이를 보고 싶어 했지만 콩스탕스는 교회에서 저녁때가 되어야 돌아온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들은 다 같이 집을 나서 마을을 돌아보기로 했다.
조제프가 누님의 팔을 끼고 엄숙한 태도로 앞장서 걸었고, 그 뒤로 색시들이 종종걸음으로 뒤따랐다. 마을 사람들은 조제프 리베의 어린 딸이 첫 영성체를 배령하는 의식에 참석하려고 아주 먼 곳에서 온 이 아름다운 도회지의 여인들을 한 명 한 명 오래도록 바라보며 조제프에 대한 거대한 존경심이 일었다.
정육점, 잡화상, 목수집, 카페, 빵집 따위가 늘어선 큰 길의 상가를 지나자 그 거리의 끝에 조그만 묘지로 둘러싸인 교회가 서 있었다. 교회 앞에 다다르니 어린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마담은 색시들이 교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어린 천사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그들은 교회 뒤로 펼쳐진 벌판을 한 바퀴 돌고는 다시 조제프의 집으로 돌아갔다.
저녁이 되어 조제프의 어린 딸이 돌아오자 색시들은 앞 다투어 달려들어 입을 맞추었다. 이는 애교를 파는 직업적인 습관에서 오는 본능적인 욕망이었다. 긴 여정으로 피로했던 그녀들은 저녁식사가 끝나기 바쁘게 모두 자리에 누웠다. 조그만 시골 마을의 무한한 정적이 색시들의 마음 깊이 스며들었다. 밤마다 소란스러움에 익숙한 그들로서는 거의 종교의 경지와도 같은 정적이 온몸에 스며드는 듯했다. 하늘에까지 충만한 정적은 그녀들로 하여금 외로움의 전율을 느끼게 했다. 그녀들은 깊이 스며드는 고요와 정적으로부터 제 몸을 보호하려는 것처럼 두 사람씩 짝을 지어 꼭 껴안고 잠들었다. 그러나 짝이 없어 홀로 방에 누워 있던 로자 라 로스는 막연한 서글픔에 잠이 오지 않았다. 그때 조제프 딸의 방에서 희미한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로자는 너무도 반가워서 가만가만 아이의 방으로 가서 아이를 자기 방으로 데려다가 가슴에 꼭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그제야 마음이 진정된 그녀는 이내 잠이 들었다.
아침 다섯 시가 되자 교회의 종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마을의 농부들은 벌써 일어나 분주했다. 여느 때 같으면 지난밤의 피로를 푸느라 아침 한나절을 온통 자면서 보냈던 색시들도 교회의 종소리에 일찍 잠에서 깼다. 마담의 진두지휘 하에 색시들은 첫 영성체를 앞둔 어린 아이의 몸을 깨끗이 해주고 머리를 빗겨 땋아주고 옷을 입혀 주며 부산하게 단장시켰다.
조그만 교회에서 다시 종이 울렸다. 성체를 받을 어린 아이들이 저마다의 집에서 나와 교회를 향해 걸어갔다. 그들 뒤로는 성장한 부모들이 어색한 얼굴로 거북스럽게 몸을 놀리며 아이들의 뒤를 따라갔다.
먼 데서 온 많은 친척들이 성체를 받을 어린이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야말로 그 가정을 위해 명예로운 일이었기에 조제프는 승리에 찬 표정으로 장군의 행진처럼 장엄하게 걸어갔다. 교회 안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은 일제히 그녀들을 보려고 서로 떼밀려 바싹 다가섰다.
소년소녀 성가대의 성가가 시작되고 교회의 제단 앞에는 무릎을 꿇은 어린이들로 가득 찼다. 어린이들 양편으로 소년들과 소녀들이 긴 촛대를 손에 들고 양편으로 갈려져 서 있었다. 끝없이 울려 퍼지는 단조로운 풍금 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르던 성가대가 성가를 멈추자 교회 안에 모인 사람들은 침묵 속에서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머리가 하얗고 거룩해 보이는 늙은 신부가 왼손에 성배를 들고 나타났다. 침묵 속에 조그만 종이 울리자 식이 시작되었다. 형언할 수 없는 어떤 위대한 감동이 조그만 교회 안을 가득 채웠다. 신부가 신자들을 향해 라틴어로 기도하라고 외치자 군중들 모두가 엎드려 신을 부르며 기도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로자가 별안간 울기 시작했다. 그녀의 어머니와 교회에서 첫 성체를 받았던 날의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처음엔 아주 조용히 울기 시작했던 로자는 점점 더 온갖 추억으로 감정이 부풀어 가슴이 터질 듯하여 이내 목이 쉬도록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러자 로자 곁에 있던 루이즈와 플로라도 옛 추억에 파묻혀 홍수 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다음으로 마담의 눈시울이 젖어들더니, 이윽고 그 걸상에 앉아 있던 사람 전체가 울기 시작했다. 그들의 흐느낌은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져 순식간에 교회 안 군중 전체가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도취한 군중의 감동과 흐느낌으로 교회 안은 일종의 광란에 휩싸였다.
성체 배령이 끝났을 때 신부는 너무나 큰 신앙의 흥분과 감격으로 거의 실신 상태였다. 성가대원들마저 눈물에 젖은 소리로 성가를 불렀다. 풍금 소리까지도 울음에 젖어 있는 것 같았다. 갑자기 신부가 양손을 들어 성가를 멈추라는 손짓을 하더니 나직하게 목 메인 소리로 하느님을 느낀 기쁨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신부는 오늘 그의 일생에서 가장 큰 기쁨을 느꼈다며 특히 색시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믿음과 마음씨가 훌륭한 그녀들이 이 마을 사람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 그들의 경건한 감격이 우리 교구를 교화해주었다며 진정으로 경건한 분위기를 이룩해주신 그녀들에게 주님의 은총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제야 성식이 완전히 끝나고 모두가 교회를 떠나갔다. 색시들은 모두 콩스탕스를 부여안고 입을 맞추며 도무지 놓아줄 줄을 몰랐다. 온몸에 신이 스며든 콩스탕스는 가슴에 신을 간직한 채 색시들의 영예로운 호위를 받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마을은 집집마다 온통 잔치가 벌어졌다. 나들이옷을 입은 사람들이 탁자를 둘러싸고 즐겁게 먹고 마시는 모습들이 어느 집 창문으로나 눈에 띄었다. 조제프의 집에서는 한껏 들떠 즐거운 와중에도 모두의 마음에 여전히 은근한 감동의 여운이 감돌았다. 텔리에 마담은 연 이틀씩이나 휴업을 하지 않기 위해 오후엔 페캉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조제프는 어떻게든 마담 일행을 다음날까지 붙들어 두고 싶어서 전력을 다했지만 마담은 확고부동했다. 조제프 부부는 마담이 떠나기 전에 콩스탕스의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을 받아두고 싶은 마음에 마담과 이런저런 긴한 대화를 벌였지만, 마담은 구체적인 약속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그저 막연히 콩스탕스를 유념해두겠다고만 말했다.
목수의 아내가 마차를 알아보러 나간 사이, 조제프는 로자를 강제로 품에 안아보려고 희롱하기 시작했는데, 아침의 그 경건한 성식이 가슴에 여전히 남아 있던 로자는 전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로자는 깔깔대며 조제프를 피해 도망 다녔다. 술에 취해 흥분한 조제프가 온 힘을 다해 로자의 스커트를 잡아당기자 마담은 몹시 화가 나서는 동생을 방문 밖으로 밀어 던져버렸다. 어찌나 세차게 던졌던지 조제프는 그만 벽에 쾅 하고 부딪쳤다.
이윽고 마차가 준비되고, 전날처럼 모두 마차에 올라 길을 떠났다. 머리에 물을 끼얹어 정신을 차린 조제프가 마차를 몰아 역 앞에 도착했다. 조제프는 몹시 서운한 어조로 다음엔 자신이 페캉으로 가겠다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조제프는 한 사람씩 작별 키스를 하더니 로자를 안아보려 애를 썼지만 로자는 웃어대면서 날쌘 동작으로 그를 피했다.
기차에서 색시들은 페캉에 닿을 때까지 내내 잤다. 만족한 양심의 고요한 잠이었다. 이윽고 텔리에 집에 도착한 그녀들은 부랴부랴 식사를 하고 나서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단골손님들을 기다렸다. 텔리에 집 문이 열렸다는 소식이 순식간에 온 마을에 퍼졌다. 남자들은 휘파람을 불면서 집을 나서더니 다급한 마음에 뛰기 시작했다.
텔리에 집은 마치 잔칫날 같았다. 아래층에는 항구 사나이들의 소란스러운 목소리로 귀청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고, 이층 살롱은 아홉 시에 이미 초만원이었다. 마담과 정신적인 사랑으로 마음을 태우는 사이였던 상사 재판소 판사 바스 씨는 한쪽 구석에서 마담과 무언가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 다 웃음을 띠고 있었다. 치마 밑이 허벅지까지 말려 올라가 훤히 드러난 로자의 빨간 스타킹에는 행상인의 기념품인 파란 양말대님이 꽂혀 있었다. 돌연히 방문이 열리면서 투르느보 씨가 나타나자 춤을 추고 있던 라파엘이 그에게로 돌진해 품안에 안겼다. 그러자 투르느보 씨는 맹렬하게 라파엘을 안아 올렸고, 만장의 갈채 속에서 그대로 방안을 가로질러 침실 층계로 사라져 버렸다. 로자도 전 읍장 풀랭 씨와 함께 사라졌다. 페르낭드가 샴페인을 가지고 오자 필리프 씨가 카드리유 춤곡을 치기 시작했다. 곧이어 쾌활한 폴카 곡을 치기 시작하자 모두가 흥에 겨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잠시 후 로자가 돌아왔고, 아래층에서 루이즈와 플로라까지 뛰어 올라와서 정식 무도회가 벌어졌다. 루이즈와 플로라는 부리나케 왈츠를 한 바퀴씩 돌고는 아래층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다시 뛰어 내려가곤 했다.
밤 열두 시가 되어도 춤은 계속되었다. 이따금씩 남자들 중 한 사람과 색시들이 사라지곤 했다. 오늘 밤엔 색시들이 이상하리만큼 모두 온순했다. 마담은 여전히 한 쪽 구석에서 바스 씨와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마침내 한 시가 되어 투르느보 씨와 팡페스 씨가 돌아간다며 계산을 부탁했을 때 계산서에는 샴페인 값만 명시되어 있었다. 게다가 그것조차 평소 한 병에 10프랑이던 값이 5프랑으로 되어 있었다. 이 너그러운 계산에 두 사람이 놀라자 마담은 화사한 얼굴로 오늘은 특별히 축하해야 할 일이 있어서라고 답했다.
▶ 발췌 문헌 : 〈라 메종 텔리에〉, 모파상 저, 방곤 역, 하서
▶ 참고 사이트 : 불어판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