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1881년 / 글섬 옮김

by 글섬

작품 배경


〈여론(Opinion publique)〉은 1881년 5월 21일자 《르 골루아(Le Gaulois)》 지에 처음 발표된 소설이다.



시계가 11시를 알리자, 직원들은 사장이 나타날까 봐 두려워하며 서둘러 사무실에 도착했다. 각자 부재중일 때 전달된 서류들을 재빨리 훑어본 다음, 작업용 낡은 상의 대신 재킷이나 프록코트로 갈아입고 옆 사무실로 건너갔다.


선임 직원인 보낭팡(Bonnenfant) 씨가 일하는 사무실에 다섯 명의 직원이 모였다. 늘 그렇듯 그날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서기인 페르드리(Perdrix) 씨가 흩어진 서류들을 정리하는 동안 교육 공로 훈장 수훈자이자 부사장 후보인 피스통(Piston) 씨는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빈정대는 말투의 회의주의자이자 관료적인 언론인 라드(Rade) 씨는 날카로운 목소리와 악의적인 눈초리에 건조한 태도로 세간의 이런저런 스캔들에 대해 떠들어댔다.


보낭팡 씨가 오늘 아침엔 무슨 새로운 일이 있느냐고 묻자, 피스통 씨가 아무것도 없다고 대답했다. 신문마다 러시아와 차르(Tzar) 암살 관련 기사들로 가득했다. 서기인 페르드리 씨가 고개를 들더니 설득력 있는 어조로, 차르 후계자의 선전을 빌긴 하지만 자기 자리와 후계자 자리를 바꾸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그러자 라드 씨가 그도 그럴 거라고 말하며 웃었다. 발송 계원인 그라프(Grappe) 영감이 어눌한 어조로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물었다. 라드 씨는 절대로 끝나지 않을 거라고, 끝나는 건 우리들뿐이라고, 왕들이 존재한 이래 시해도 계속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보낭팡 씨가 라드 씨에게 어째서 항상 악보다는 선이 공격당하는 것인지 설명해달라며, 앙리 4세(Henri IV)도, 루이 15세도(Louis XV)도 암살당했으며, 국왕 폐하이신 루이 필립(Louis-Philippe)도 평생 암살자들의 타킷이었다고, 러시아의 알렉상드르(Alexandre) 차르도 너그러운 사람이었던 데다가, 러시아 농도들을 해방시킨 왕이 아니냐고 물었다. 라드 씨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요즘엔 사장도 살해당하는 세상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자 하루가 지난 일은 늘 까맣게 잊어버리곤 하는 그라프 영감이 사장이 살해당했냐고 물었다. 피스통 씨가 그라프 영감도 잘 알고 있던 조개 사건을 말하는 거라고 상기시켰지만, 그라프 영감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자 라드 씨가 조개 사건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한 사무실 직원이 어느 날 점심식사를 위해 조개요리를 먹으러 사무실을 나가려 했다. 그러나 사장은 직원을 못 나가게 했다. 직원은 계속 고집했고, 사장은 입 다물라며 나가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직원은 나갈 태세로 모자를 썼고, 그러자 사장이 그를 향해 돌진했다. 그러자 사장과 몸싸움을 벌이던 직원이 상사의 가슴팍에 가위를 찔러 넣었다.


라드 씨가 이야기를 마치자, 보낭팡 씨가 권한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장이라고 해서 내 점심식사를 규제하고, 내 식욕을 통제할 권리는 없다는 것이다. 내 일은 그의 권한이지만, 내 위장은 그의 권한 밖이다, 이 사건은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명백히 상사의 권한 밖의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피스통 씨가 격분해 소리쳤다. 사무실 내에서만큼은 사장에게 전권이 있다고, 권한은 불가분한 것으로, 전권이 아니라면 근무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책임자의 권한은 사무실의 지배권에서 기인하며, 사무실에서 책임자는 국가를 상징한다. 따라서 그의 절대적인 명령권은 논의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자 보낭팡 씨도 발끈했다. 그러자 라드 씨가 두 사람을 진정시키며, 자기가 말하고자 했던 게 바로 이거라고, 바로 이 지점에서 보낭팡이 피스통의 배를 종이 자르는 칼로 찌른 거라고, 왕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왕자들은 권위에 대한 인식이 민중과는 다르기에 결국 이렇게 늘 조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내가 조개를 먹고 싶다고 외치는데 네가 그걸 못 먹게 하면, 된다, 안 된다, 주고받다가 결국 왕이든 책임자든 살해를 초래하게 되는 거라고 설명했다.


페르드리 씨는 어쨌든 오늘날 군주라는 직업은 별 볼 일이 없는 직업이라며, 소방관만큼이나 달갑지 않은 직업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제 차분해진 피스통 씨가 프랑스 소방관들은 이 나라의 긍지라고 지적했다. 라드 씨는 조직 말고 소방관 개개인들은 그렇다고 인정했다. 그러자 피스통 씨가 조직을 옹호하느라, 우리가 문제를 조사해 주의를 환기시키면 그와 관련된 권한을 지닌 사람들이 그 문제에 관여하고, 그러면 이내 필요한 수단들이 조화롭게 적용되는 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라드 씨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더니,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라고 단언했다. 우리는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할 거라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시스템은 바뀌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시스템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의 물을 보유하도록 조직되어 있다. 그래서 시스템이 보유한 대서양으로 화재를 진화할 수 있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프랑스에서는 모든 게 결정권과 판단력, 창의력에 달려 있다. 물도 없고, 펌프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그저 있는 거라곤 소방관뿐이다. 그 외엔 아무것도 없다. 프랑스 시스템은 소방관들을 불에 굽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가련한 영웅들은 도끼를 휘둘러 불을 끈다. 그러고도 프랑스인들은 미국에 대해 우월감을 지닌다. 소방관들이 구워지도록 내버려둔 채 그저 미국의 물 시스템과 프랑스의 결정권 시스템에 대해 시의회가 떠들어대고, 대령이 떠들어대고, 국회의원들이 떠들어대며 논쟁한다. 그러고는 어느 고관이 구조대원들의 무덤 위에다 대고 잘 가시라고 말하는 것이다. 프랑스는 이런 식이다.


자기 생각에 빠져 있던 보낭팡 씨가 한숨을 쉬며, 프랭탕(Printemps) 백화점 화재는 또 무슨 재앙이냐고 탄식했다. 라드 씨가 이 화재에 대해 냉정하게 말할 수 있는 지금으로서는 프랭탕 사장에 대해 약간 신랄하게 논쟁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들 사장이 인정 많은 사람이라고들 하던데 자기도 그 점은 인정한다며, 적어도 능란한 사업가임은 분명하다고, 하지만 연설가로서는 부정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페르드릭 씨가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라드 씨는 다들 사장에게 닥친 끔찍한 재앙으로 인해 동정심이 유발되어 사장의 연설에 대해 충분히 조롱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직원들의 두려움을 진정시키기 위해 직원들에게, 지금 당장 돈이 없어도 선뜻 돈을 빌려주고 도움을 손길을 내밀어줄 친구들이 있으니 걱정 말라고, 자신도 모자까지 타버려서 소방관 모자를 다 집어 들어야 했을 정도라고, 하지만 친구들이 있으니 그들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자기도 지금 목구멍까지 빚으로 차 있다고, 했던 프랭탕 사장의 연설 말이다. 직원들 중 누구도 사장의 말에 응수하지 못했다. ‘사장 말은 세 가지를 증명하는군요. 첫째, 사장 주머니에 땡전 한 푼도 없다. 요컨대 내가 지갑을 집에 두고 왔을 때랑 똑같은 처지이다. 하지만 사장한테 땡전 한 푼 없다는 말이 사장한테 부동산이며 호텔, 주식이나 담보가 없다는 말은 아니잖아? 둘째, 어쨌든 사장은 주변 친구들에게 여전히 신용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니 사장은 그걸 이용하면 된다. 셋째, 결국 사장이 지금 무척이나 불행하다는 걸 증명한다. 이제 그걸 알았으니 온 마음으로 사장을 동정할 작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들 상황이 개선되는 건 아니잖아? 결국 사장의 말은 실은 우리를 속이는 감언이설일 뿐이야’라고 아무도 항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사무실의 모든 직원이 동의했다. 보낭팡 씨가 짓궂은 표정으로, 백화점 화재 시에 기숙사동에서 자고 있던 여직원들이 속옷 바람으로 뛰쳐나오는 걸 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자 라드 씨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불에 구워질 뻔했던 여직원 기숙사동 일도 믿기지 않는다며, 적어도 화재 경보라도 울렸다면 여직원들을 구할 수 있었을 거 아니냐고, 불꽃이 너울대며 연기로 가득 찬 아비규환의 백화점에 속옷 바람으로 도망치는 여직원들이라니!


그러자 페르드리 씨가 어쨌든 무척 혼란스럽고 이상한 시절을 살고 있는 건 분명하다며 갑자기 뒤포(Duphot)가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얘기를 꺼내려는 순간, 사무실 급사가 문을 벌컥 열고는 사장님 오신다고 알렸다. 그러자 단 1초 만에 모든 직원들이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져 버렸다.



▶ 〈Opinion publique〉 원문 번역

▶ 참고 사이트 : 불어판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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