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1882년 / 글섬 옮김

by 글섬

작품 배경


〈편지(Correspondance)〉는 1882년 8월 30일자 《질 블라스(Gil Blas)》 지에 처음 발표된 소설로, 1899년에 모파상 사후 단편집 〈밀롱 영감(Le Père Milon)〉에 수록되어 출간되었다.





에트르타(Étretat)에 있는 베르트 드 X (Berthe de X) 부인이 프렌(Les Fresnes)에 있는 그녀의 이모인 주느비에브 드 Z (Geneviève de Z) 부인과 주고받는 편지글이다.


먼저, X 부인이 Z 부인에게 보낸 편지글이다.


X 부인은 Z 부인에게 프렌에는 사냥 시즌을 개시하는 날 바로 전날인 9월 2일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알린다. Z 부인은 너무 친절해서 사냥을 즐기러 온 남자들에게 사냥 시즌을 개시하는 날에는 피로하니까 Z 부인만 있을 때는 정장을 갖춰 입지 않고 저녁식사를 해도 좋다고 허락했는데, X 부인은 자기라도 가서 남자들을 괴롭혀주려고 일부러 사냥 전날에 가려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X 부인이 없는 걸 더 좋아하지만, 그녀는 저녁식사 시간에 장군처럼 남자들의 몸치장을 검열해서 조금이라도 소홀한 점을 발견하면 곧장 부엌으로 내보내 하녀들과 식사하게 할 참이다.


요즘 남자들은 에티켓과 존중심이 너무 부족해서 항상 정중함을 갖추게 해야 한다. 그래야 무례한 언행을 통제할 수 있다. 남자들이 언쟁할 때 보면 인부들이나 쓸 법한 욕설들로 서로를 모욕하고, 하인들에게는 그보다 훨씬 더 무례하다. 이런 점을 여실히 드러낼 때가 바로 해수욕할 때인데, 하나같이 무례하기 짝이 없다.


일테면, 그녀가 탑승한 기차 객실에 두 남자가 탑승했다고 치자. 그들 중 아주 근사해 보이는 한 남자가 부츠를 벗고 실내화로 갈아 신는다. 그러면 맞은편에 앉은 나이 지긋하고 부유해 보이는 신사는 아예 두 발을 그녀가 앉아 있는 좌석 옆자리에다 얹어버리는 식이다. 이런 일이 다반사다.


남자들의 세상은 이런 식의 무례함의 극치이다. X 부인이 남자들의 무례함에 이렇게 분개하는 건 아마도 에트르타에서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과 자주 만나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녀가 그들의 태도를 더 자주 접했다면 그들의 무례한 태도에 이렇게 놀라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호텔 프런트에서 그녀는 어떤 청년이 그녀의 머리 바로 위로 키를 건네받는 바람에 경악했던 적이 있었고, 또 다른 남자는 카지노에서 나오다가 그녀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그녀와 세게 부딪혔는데 미안하다는 말도 없었다. 그녀는 가슴이 아플 만큼 세게 부딪혔는데 말이다. 남자들은 모두 이런 식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그녀를 화나게 하고 경악하게 하는 건 남자들이 공공장소에서 아무런 조심성도 없이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들을 대놓고 떠벌이는 것이다. 남자 둘만 모이면 주변에 여자가 있든 말든 조금도 개의치 않고 혐오스럽기 짝이 없는 얘기들을 주고받기 일쑤이다.


게다가 에트르타는 쑥덕공론의 고장이다. 오후 5시에서 7시 무렵이면 이 무리 저 무리로 온갖 중상모략이 떠돌아다닌다. 언젠가 Z 부인이 말했듯이, 남을 험담하는 일은 소인배나 천민 계급의 표시이다. 남의 험담을 일삼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자면 Z 부인의 말이 백 번 옳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위안인 건 요즘 남자들은 더 이상 여자들에게 연애를 걸거나 여자를 사랑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언젠가 그녀는 정말이지 노래를 황홀하게 잘 부르는 탁월한 예술가인 마송(Masson) 부인의 카지노 음악 파티에 참석했는데, 그 덕에 올해 이 해변에 모여든 모든 해수욕객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자리에서는 남자들의 무례한 언행이 거의 없었다.


다음날 그녀는 이포르(Yport)에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가 바닷가 조약돌 위에 앉아 있는 한 청년을 보았다. 차분한 태도에 온화하고 세련되어 보이는 청년이었다. 그는 시를 읽고 있었는데, 다른 데는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열정적이고 집중적인 모습에 그녀는 약간 놀랐다. 그래서 그녀는 지배인에게 조심스럽게 그 청년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그녀로서는 남자가 시를 읽으면 고리타분하게 여겨져 약간 우스웠는데, 그건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지금은 그 미지의 청년을 열렬히 좋아한다. 그녀는 그를 마음 편히 지켜보기 위해 일부러 그와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곤 한다. 특히 그의 얼굴은 고요함과 세련됨의 전형이다. 그를 찾아 온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들었는데, 목소리가 무척 부드럽고 수줍었다. 이런 남자라면 틀림없이 공공장소에서 욕설을 내뱉거나 여자들과 부딪히고도 사과 한 마디 없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남자는 분명히 병약하리만치 섬세하고 감수성이 예민할 것이다. 올 겨울에는 그와 통성명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볼 생각이다.


편지 말미에서 X 부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인들의 예의범절이 고약한 영국인들에 비하면 모범적이라는 추신을 덧붙였다. 영국인들로 말하자면 마치 마구간지기의 손에 자라난 사람들처럼 그 어떤 것도 개의치 않고 늘 주변인들을 고문하니 말이다.


X 부인의 편지를 받고 Z 부인은 아래와 같이 회신한다.


Z 부인은 예전에는 자신도 X 부인처럼 남자들의 무례함에 무척 분개하곤 했는데, 나이 들면서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여성성을 잃으니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며, 남자들이 항상 정중하지 않다면 반대로 여자들은 늘 말할 수 없이 무례하다는 반대 의견을 제시한다.


여자들은 여자라면 모든 게 허용되고, 또 응당 그래야 한다고 믿으며 기본적인 에티켓도 지키지 않는 무례한 행위들을 마음껏 저지르곤 한다. 이와 반대로 남자들은 여자들의 무례함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자들에게 정중하다. 게다가 남자란 여자 하기 나름이기에 여자들이 모두 진정한 귀부인답게 처신한다면 남자들도 모두 신사가 될 게 틀림없다.


낯선 두 여자가 길에서 마주쳤다고 가정해보자. 그녀들은 과연 어떠할까? 경멸이 가득한 시선으로 서로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폭이 좁은 길에서 마주치기라도 할 때는 한쪽 여자가 비켜서며 길을 양보해줄 거라고 생각하는가? 천만에 말씀이다. 두 남자라면 두 남자가 동시에 비켜서며 ‘실례합니다’라고 말한다. 반면에 여자들은 무례한 시선으로 서로를 빤히 쳐다보면서 한 치의 물러남 없이 서로 버티고 서 있을 뿐이다.


이번에는 서로 아는 여자 둘이 계단에서 마주쳤다고 가정해보자. 둘 중 한 여자가 다른 여자를 만나러 그녀의 집으로 가는 길에 문 앞 계단에서 마주친 것이다. 두 여자는 계단을 통째 막아선 채로 수다 삼매경에 빠져버린다. 누군가 계단을 올라와도 그녀들은 반 발짝도 비켜 서주지 않는다. 절대로!


지난겨울에 Z 부인은 어느 살롱의 문 앞에서 정확히 20분 동안 기다린 적이 있었다. 뒤이어 남자 둘도 문 앞에서 기다리게 되었는데, 그녀와 달리 전혀 화가 나 보이지 않았다. 남자들은 오래전부터 여자들의 이런 무의식적인 무례함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또 한 번은, 파리를 떠나기 전에 남편과 함께 샹제리제(Champs-Élysées)에 위치한 어느 식당에 저녁식사를 하러 갔었는데, 모든 테이블이 만석이었다. 종업원이 그들에게 기다려달라고 간청했다. 그러자 방금 전에 식사비를 계산하고 금방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날 듯이 모든 채비를 마친 어느 노부인이 Z 부인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25분이 넘도록 노부인은 장갑까지 낀 채로 대기 손님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식당의 모든 테이블을 하릴없이 둘러보며 테이블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식사를 마친 두 젊은 남자가 Z 부인을 보고는 다급히 종업원을 불러 계산서를 청해 계산을 하더니 종업원이 잔돈을 돌려주기도 전에 곧장 그녀에게 자리를 내준 다음, 선 채로 종업원이 잔돈을 가져다주기를 기다렸다. 이젠 젊고 예쁘지도 않은 백발의 Z 부인을 위해서 말이다. 따라서 Z 부인은 오히려 여자들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쳐야 한다고 역설한다.


Z 부인은 X 부인이 에트르타 같이 멋진 해변에서 남의 험담이나 일삼는 사람들에 대해 얘기했는데, Z 부인도 예전에는 무척 자주 갔던 해변이라고, 옛날에는 극소수의 진정한 사교계 인사들과 예술가들만 모여 친교를 다지는 장소였기에 그땐 험담 같은 건 하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당시엔 거드름 피우며 바보같이 춤이나 춰대는 따분한 카지노 같은 데는 없었기 때문에 저녁시간을 즐겁게 보낼 방법을 강구해야 했는데, 남편들 중 한 사람이 인근의 농장으로 춤을 추러 가자고 제안했다. 매일 밤 그들은 화가인 르 푸아테뱅(Le Poittevin)이 평소에 연주하는 크랭크 오르간과 손전등을 들고 다 함께 미친 듯이 웃고 떠들어대면서 농장으로 향했다. 농장의 농부와 하인, 하녀들이 잠에서 깨어났고, 그들은 양파 수프까지 만들어 먹으며 사과나무 아래서 오르간 소리에 맞춰 춤을 추었다. 잠 깬 수탉들이 농장 안쪽에서 울어댔고, 마구간 짚더미 위에서는 말들이 흥분해서 뒤챘다. 풀 냄새와 농작물 냄새 가득한 시골의 신선한 바람이 그들의 볼을 어루만졌다. 벌써 30년 전의 일이니 까마득한 시절의 이야기이다.


끝으로, Z 부인은 X 부인에게 그녀가 사냥 시즌 개시일에 맞춰 오는 걸 원치 않는다고, 그날만큼은 예복 같은 건 벗어버리고 시골의 정취에 흠뻑 젖어 편하게 놀고 즐길 남자들에게 뭐 하러 세속적인 몸치장 같은 걸 강요해 그들의 기쁨을 망치려 하느냐고, 그거야말로 남자들을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부드럽게 타이른다.




▶ 〈Correspondance〉 원문 번역

▶ 참고 사이트 : 불어판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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