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2년 / 글섬 옮김
작품 배경
〈미친 건가(Fou?)〉는 1882년 8월 23일 《질 블라스(Gil Blas)》 지에 모프리뇌즈(Maufrigneuse)라는 예명으로 처음 발표된 소설로, 같은 해에 단편집 〈피피 양(Mademoiselle Fifi)〉에 수록되었다.
내가 미친 건가? 아니면 그저 질투심인가? 뭐가 뭔지 모르겠다. 다만 나는 죽을 듯이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난 미친 짓을, 완전히 미친 짓을 저지르고야 말았다. 그랬다. 하지만 열정적인 사랑과 배신, 그리고 이어진 그 끔찍한 질투와 무시무시한 고통, 이 모든 것이 머릿속이나 마음속으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광기를 부려 범죄를 저지르기에 부족하단 말인가?
아! 나는 고통스러웠다. 고통스럽고, 또 고통스럽고, 끝없이 끔찍하게 고통스러웠다. 나는 그녀를 열광적으로 사랑했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내가 그녀를 사랑했던가? 아니지, 아니지, 아니다. 그녀는 나의 영혼과 육체를 소유했고, 나를 잠식했고, 구속했다. 나는 그녀의 것이었고, 그녀의 장난감이었다. 나는 그녀의 미소, 그녀의 입술, 그녀의 시선, 그녀의 몸매, 그녀의 얼굴에 예속되어 그녀의 외모의 지배하에 헐떡거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주인인 그녀, 나는 그녀를 증오하고 경멸한다. 왜냐면 그녀는 야만적이고 불결한 배신자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타락한 여자다. 영혼이나 생각이라고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거짓되고 성적인 동물, 그녀는 인간 짐승일 뿐이다. 그녀는 그저 비열한 배신이 도사린, 경이롭도록 부드럽고 유연한 살덩이일 뿐이다.
우리의 관계는 처음에는 미묘하고 감미로웠다. 그녀의 품에서 나는 채울 수 없는 욕망의 극심한 고통으로 기진맥진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내게 갈증을 일으켜 입술을 열게 만들었다. 한낮엔 회색빛이었다가, 해질녘엔 초록빛으로 물들었고, 해가 떠오르면 푸른빛을 띠었던 그녀의 눈동자. 내가 미친 게 아니라, 정말 그녀의 눈동자가 세 가지 색을 가졌다고 맹세할 수 있다.
사랑을 나눌 때면, 커다랗고 날카로운 그녀의 눈동자는 멍이 든 것처럼 푸른빛을 띠었다. 그리고 가볍게 떨리는 그녀의 입술은 이따금 장밋빛으로 축축한 혀끝을 내밀어 파충류처럼 파닥거렸고, 그녀의 무거운 눈꺼풀이 천천히 일어나면 나를 집어삼킬 듯이 강렬한 시선이 뿜어져 나와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그녀를 품에 안고 그녀의 눈을 바라볼 때면 나는 그녀를 완전히 소유하기 위해서는 그녀를 죽여야 한다는 끝없는 열망으로 전율했다.
그녀가 내 방안을 걸어 다닐 때면 그녀의 걸음걸음마다 내 마음 속에서는 소요가 일었다. 그녀가 옷을 벗기 시작하고, 그녀의 드레스가 바닥에 떨어지고, 찬란하게 빛나는 그녀 몸의 선이 드러나면, 나는 팔로, 다리로, 가슴으로, 온몸에 숨이 가빠지며 무한정 힘이 빠져버리는 게 느껴졌다.
어느 날 나는 그녀가 나를 권태롭게 여긴다는 걸 알아챘다.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 바라본 그녀의 눈 속에서 그걸 확인했다. 그날부터 나는 매일 아침 그녀에게 몸을 숙이고, 우리의 관계 초기에 그녀가 내게 보냈던 그 시선을 기다렸다. 나를 노예로 삼은 이 잠자는 짐승에게서 나는 증오와 경멸과 분노로 가득한 시선을 기다렸다. 그러나 물빛처럼 투명한 그녀의 푸른빛 눈동자는 여전히 따분함과 피로감을 드러나며 애무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것은 내 열정을 격화시켜 나를 타오르게 하는 불꽃이었다. 그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는 무심하고 무기력한 시선을 발견했다.
아! 나는 그걸 보았고, 알아챘고, 느꼈고, 그 즉시 이해했다. 이제 끝이었다. 영원히 끝난 것이다. 그리고 나는 매시간, 매순간 그걸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내가 그녀의 입술을 찾거나 그녀를 안으려 할 때면 그녀는 느끼하게 굴지 말고 자기를 좀 내버려두라고 말하며 권태를 드러냈다. 나는 질투심에 휩싸여 그녀를 의심했지만 교활하게도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나는 그녀가 곧 다시 나를 사랑해줄 거라는 걸, 그녀의 감각이 다시금 되살아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미친 듯이 질투했다. 하지만 나는 미치지 않았다. 물론이다. 절대로 미치지 않았다. 나는 기다리며 기회를 노렸다. 그녀는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 차가웠다. 이따금 그녀는 “남자는 지겨워.”라고 말했다. 그건 사실이었다.
그때 내가 질투했던 대상은 바로 그녀였다. 밤마다 이어진 그녀의 무관심과 고독을 질투했다. 내가 여전히 경멸해 마지않던 그녀의 몸짓과 생각을 질투했고, 내가 간파했던 모든 것을 질투했다. 이따금 그녀가 아침에 일어나, 열렬했던 우리의 예전의 밤들처럼 욕망에 사로잡혀 동요된 것 같은 나른한 시선을 할 때면 나는 분노로 질식해 전율했다. 그녀를 교살하고픈 욕망, 그녀를 나의 무릎 아래로 쓰러뜨리고픈 욕망, 그녀의 목을 졸라 그녀 마음의 모든 수치스런 비밀들을 고백하게 만들고픈 욕망에 휩싸였다.
내가 미쳤나? 그렇지 않다. 왜냐면 나는 어느 날 밤엔 행복했다. 나는 그녀 안에서 새로운 열정이 살아나는 걸 느꼈다. 나는 분명 그걸 의심할 여지없이 확신했다. 그녀의 눈은 타올랐고, 그녀의 손은 따뜻했으며 몸 전체에서 나를 미치게 만들었던 사랑의 열기가 발산되었다. 나는 짐짓 아무것도 모른 척했지만, 나의 관심은 그물처럼 온통 그녀를 감쌌다. 그러나 그런 날에도 결국 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나는 한 주를 기다렸다. 다시 한 달을 기다렸고, 한 계절이 지나도록 기다렸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는 열정의 개화 속에서 피어올랐다. 그녀는 도무지 포착할 수 없는 애무의 행복 속에서 평온해 했다.
그리고 나는! 갑자기 나는 모든 걸 간파했다! 나는 미친 게 아니다. 맹세코 나는 미치지 않았다! 그걸 뭐라고 해야 할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가증스럽고 불가사의한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어느 날 저녁, 나는 그녀가 승마를 마치고 돌아와 말에서 내렸을 때, 붉게 상기된 얼굴로 가슴을 헐떡이며 다리가 풀린 채 초췌해진 눈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랬다. 나는 그걸 보고야 말았다! 그녀는 사랑에 빠져 있던 거였다! 내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그 순간, 나는 정신이 나가버렸기 때문에 그녀를 보지 않으려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창밖에는 하인 한 명이 반항하는 그녀의 커다란 말을 끌고 마구간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반항하며 펄쩍펄쩍 뛰어오르는 말을 쫓아 따라갔다. 그러더니 시야에서 말이 사라지자 그녀는 곧바로 잠이 들어버렸다.
그날 밤새도록 나는 생각에 골몰했다. 이제까지 내가 결코 의심하지 않았던 비밀을 간파해낸 것 같았다. 여성의 변태적 성욕을 누가 가늠할 수 있을까? 누가 그 기묘하고도 기묘한 환상의 충족감과 거짓말 같은 욕망을 이해할까?
매일 아침, 그녀는 새벽부터 평야와 숲을 가르며 말을 몰았다. 그리고 매번 그녀는 광란의 사랑을 마친 뒤처럼 나른한 상태로 돌아왔다.
그제야 나는 모든 걸 이해했다! 나는 신경질적으로 질주하는 그녀의 말을 질투하고 있었던 게다. 미친 듯한 질주 속에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는 바람을 질투했던 거고, 그녀의 귓가를 스치며 입맞춤하는 잎사귀들을 질투했던 거고, 나뭇가지들 사이로 그녀의 이마 위로 떨어지는 햇살을 질투했던 것이며, 그녀가 허벅지로 껴안고 있던 안장을 질투했던 거였다.
그녀를 그토록 행복하게 해주고, 그녀를 흥분시키고, 그녀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그녀를 녹초가 되게 만들어 내게는 무감각해지게 만들었던 장본인이 바로 이것이었다.
나는 복수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그녀를 온화하고 자상하게 대했다. 나는 그녀가 광적인 질주를 마치고 돌아와 말에서 내릴 때면 자상하게 그녀의 손을 붙잡아 주었다. 광포한 말은 나를 향해 발길질했다. 그녀는 말의 목을 쓰다듬고 말의 콧잔등에 입을 맞추어 주었다. 침대에서 사랑을 나눈 뒤처럼 땀에 젖은 그녀의 체취가 시큼한 말 냄새와 뒤섞여 내 코를 자극했다.
나는 때를 기다렸다. 그녀는 매일 아침 똑같은 길로 질주했다. 자작나무 오솔길을 지나 숲을 향해 달려가곤 했다.
드디어 그날, 나는 결투를 나서는 사람처럼 품속에 권총을 숨긴 채 손에는 밧줄을 들고 새벽이 오기 전에 집을 나섰다. 나는 그녀가 사랑하는 길을 향해 달려갔다. 양편으로 늘어선 자작나무 사이에 밧줄을 묶은 다음, 덤불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는 땅에다 귀를 대고 멀리서 다가오는 말발굽 소리를 들었다. 이윽고 나는 최고 속도로 질주해 다가오는 그녀를 보았다. 오! 내가 착각한 게 아니었다. 내가 옳았다! 환희에 휩싸인 그녀는 두 뺨이 상기된 채 눈에는 광기가 번뜩였다. 질주로 인한 격렬한 움직임이 그녀의 신경을 혼자만의 강렬한 쾌락으로 요동치게 했다.
이윽고 말이 내가 놓은 덫에 걸려들었다. 한 순간에 밧줄에 다리가 걸린 말은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져 굴러 뼈가 부러져버렸다.
그렇다면 그녀는? 나는 말 등에서 떨어지는 그녀를 재빨리 팔로 받아 안았다. 그리고는 그녀를 땅에 내려놓은 다음,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그놈에게 다가갔다. 여전히 나를 물어뜯으려는 그놈의 귓속에다 권총을 박아 넣고 방아쇠를 당겼다. 마치 미친놈처럼.
그러나 다음 순간 나는 승마용 채찍 두 방을 맞고 쓰러졌다. 그리고 그녀가 나를 향해 다시 돌진하려는 순간, 나는 그녀의 복부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자, 이제 말해보라, 내가 미친 건가?
▶ 〈Fou?〉 원문 번역
▶ 참고 사이트 : 불어판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