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1882년 / 글섬 옮김

by 글섬

작품 배경


〈실화(Histoire vraie)〉는 1882년 6월 18일자 《르 골루아(Le Gaulois)》 지에 처음 발표된 소설로, 이후 1885년에 단편집 〈낮과 밤 이야기(Contes du jour et de la nuit)〉에 수록되었다.



밖에는 거대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울부짖듯 포효하는 가을바람으로 마지막 잎들이 떨어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사냥꾼들은 여전히 장화를 신은 채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노르망디 영주들로, 부유하고 원기왕성한 시골귀족이자 농부였다. 그들은 하루 종일 에파르빌(Éparville) 시장인 블롱델(Blondel) 선생의 영지에서 사냥을 했고, 지금은 영주의 거대한 성의 커다란 식탁에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사냥과 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들 거나하게 취하기 시작하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그들 모두가 음식을 가득 담은 접시들을 나르고 있던 뺨이 통통한 하녀를 눈으로 쫓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몰락한 늙은 귀족인 드 바르네토(de Varnetot) 씨가 술에 취해 커다란 목소리로, 오래전에 딱 저렇게 생긴 여자애와 기묘한 일을 경험한 적 있다고 말을 꺼냈다. 그 일을 떠올릴 때면 항상 그가 도소넬(d’Haussonnel) 백작에게 팔아버린 그의 개 미르자(Mirza)가 떠오른다고 덧붙였다. 미르자는 원래 주인이었던 그를 떠날 수 없어, 사람들이 목줄을 풀어주기만 하면 매일 그에게 돌아왔었다. 결국 그는 짜증이 나서 백작에게 제발 목줄을 풀어주지 마시라고 간청했다. 그랬더니 미르자는 슬퍼하다가 결국 죽어버렸다. 바로 그 미르자가 떠오르는 하녀 이야기를 해주겠다며 그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드 바르네토 씨가 25살이었을 때였다. 당시 그는 빌봉(Villebon) 성에 살고 있었다. 매일 밤, 저녁식사를 마치면 따분하기 그지없어서 이리저리 사방으로 눈길이 쏠리곤 했다. 그러다 그는 이웃인 데불토(Déboultot) 집에서 하녀로 일하는 처녀를 발견했다. 그녀는 그를 유혹했고, 어느 날 그는 그녀의 주인인 데불토 씨를 찾아가 그녀를 그에게 넘기면, 데불토 씨가 2년 전부터 눈독 들였던 그의 암말 코코트(Cocote)를 팔겠노라고 제안했다. 데불토 씨는 그의 제안을 수락했고, 거래가 성사되었다. 그리하여 그 하녀는 그의 성으로 왔고, 그의 암말은 300에큐를 받고 그가 직접 코빌로 몰고 가 데불토 씨에게 넘겼다.


처음엔 아무 문제없었다. 아무도 아무것도 짐작하지 못했다. 다만, 로즈(Rose)가 다소 지나칠 정도로 그를 좋아했다. 사실 이런 하녀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아닌가. 결국 그녀는 주인과 놀아나게 될 운명의, 그렇고 그런 흔해빠진 하녀에 지나지 않으니 말이다.


어쨌든 그녀는 그를 너무나 열렬히 사랑했다. 그녀의 지나친 애교와 애정 행위들은 그를 고민에 빠지게 했다. 급기야 그는 그녀와의 관계를 지속했다가는 발목 잡히게 생겼다는 걸 자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임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슴에 총을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며 웃고, 춤추고, 미친 듯이 좋아했다. 그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 밤, 그는 이성적으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는, 이 난관을 타개하려면 서둘러 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의 부모님과, 후작과 결혼한 여동생은 그의 성에서 불과 8킬로미터 떨어진 지척에 살고 계셨다. 장난할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떻게 벗어난다? 로즈를 성에서 내보내면 다들 뭔가를 의심해 수군거릴 것이다. 그렇지만 계속 데리고 있다간 결국 모든 게 들통 날 게 뻔했다. 그렇다고 그녀를 저렇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고민 끝에 그는 삼촌인 드 크르퇴일(de Creteuil) 남작에게 의논했다. 남작은 그에게 로즈를 다른 남자와 결혼시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잘 찾아보면 분명 적임자가 있을 거라고 일러주었다. 그는 삼촌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적임자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그와 함께 저녁식사를 마친 치안판사가 그에게, 포멜(Paumelle) 어멈의 아들이 또 맹추 같은 짓을 저질렀다며 저러다 큰일 날 거라고, 역시 피는 못 속인다고 말했다. 포멜 어멈은 1에큐를 벌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영혼은 물론이고 망나니 아들놈도 장에다 내다팔았을 교활한 노파로, 그녀 역시 청춘을 방탕하게 보냈었다.


드 바르네토 씨는 포멜 어멈을 찾아가 어렵사리 그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노파는 그래서 로즈에게는 뭘 줄 생각이냐고 물었다. 노파는 간악했지만, 그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로서도 계산속이 있었다.


당시 그는 사스빌(Sasseville) 근처에 세 마지기의 땅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는 빌봉에도 세 마지기 땅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빌봉의 소작인들이 사스빌의 땅을 돌보던 터라, 늘 멀다고 불평했다. 소작인들이 하도 아우성을 처대서 그는 임대 기간이 끝날 때까지 소작료 일체를 가금류로 받아왔다. 바로 이 사스빌의 땅과 이웃한 땅을 조금 사들인 다음, 1500프랑을 들여 오두막집을 지었다. 그리하여 그는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작은 집을 마련했고, 이 집과 땅을 로즈에게 지참금으로 지불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노파는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거래를 거부했다. 결국 아무 결론도 내지 못하고 노파의 집을 나섰다.


다음날, 새벽같이 노파의 아들이 그의 성을 찾아왔다. 정말이지 망나니 같이 생긴 놈이었다. 노파의 아들은 마치 소를 사러 온 것처럼 흥정을 시작했다. 결국 두 사람이 합의에 도달했을 때, 노파의 아들은 오두막집과 땅을 직접 보고 싶어 했다. 그래서 두 남자는 들판을 가로질러 갔고, 이 불한당 같은 놈은 마치 그에게 속아 넘어가기라도 할까 봐 두려운 듯, 땅을 둘러보고, 측정하고, 흙을 만져보면서 무려 세 시간 동안이나 그를 땅에 세워 두었다. 그러더니, 집에 지붕이 아직 없으니 짚 말고 슬레이트 지붕을 얹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더니, 가구도 마련해주느냐고 물었다. 드 바르네토 씨가 발끈해서는, 농가를 제공한 걸로 이미 충분하다고 항의하자, 놈은 히죽히죽 웃으며 애가 생기는 게 무지 무섭다고 말해 그를 당혹스럽게 했다. 그러더니, 침대와 식탁, 장롱이랑 의자 세 개, 접시 몇 가지면 된다고 제안했다. 그는 동의했다.


이렇듯 무려 세 시간 동안이나 로즈의 지참금에 대해 흥정을 이어가는 동안 그놈은 정작 아내가 될 로즈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하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그놈이 불현듯 교활한 표정으로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말이죠, 만약에 그 여자가 죽으면 이 농가는 누구 꺼죠?” 드 바르네토 씨는 “당연히 자네 것이 되지.”라고 대답했다.


로즈를 설득하는 건 그 망나니 놈을 상대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그녀는 그의 발밑에 엎어져 오열하며 그 이외엔 아무도 원치 않는다고 계속해서 말했다. 그가 아무리 설득하고 애원해도 그녀는 한 주가 넘도록 계속 저항했다. 여자들이란 일단 사랑에 빠지면 도대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존재들이다. 분별력이라곤 완전히 사라지고, 그저 사랑밖엔 몰랐고, 사랑에 모든 걸 걸었다.


결국 그는 화가 나서 그녀를 밖으로 내쳐버리겠다고 위협했다. 그제야 그녀는 가끔씩 그를 보러 와도 된다는 조건으로 조금씩 수그러들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는 그녀를 직접 교회로 데리고 가서 모든 결혼식 비용을 치르고 그녀를 결혼시켰다. 마침내 완전히 해결한 것이다. 그런 다음, 그는 도망치듯, 남동생이 있는 투렌(Touraine)으로 떠나 6개월을 보냈다.


그가 돌아왔을 때 그는 로즈가 매주 성을 찾아와 그를 찾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도착한 지 불과 한 시간 만에 로즈가 품 안에 아기를 안은 채 성으로 들어왔다. 그로서는 이 갓난아기를 보는 게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게다가 로즈는 피골이 상접한 얼굴로 황폐해져 있었다. 너무 말라서 폭삭 늙어버렸다. 그 빌어먹을 결혼이 순조롭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그저 지나는 말처럼 그녀에게 행복하냐고 물어보자, 그녀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젠 도저히 그 없인 살 수가 없다고, 차라리 죽는 게 낫다며 오열했다. 그녀는 무슨 악마처럼 악다구니를 쓰며 울어댔다. 그는 겨우겨우 그녀를 달래 돌려보냈다.


알고 보니, 그녀의 남편이 그녀를 매질했고, 마귀할멈 같은 시어머니도 그녀를 구박했다.


이틀 후, 그녀는 다시 왔다. 그녀는 그를 끌어안더니 바닥에 엎어져, 절대로 돌아가지 않을 테니 차라리 자기를 죽이라고 외쳤다. 완전히 미르자와 똑같지 않은가!


그는 드디어 이 모든 일이 성가시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또 다시 도망쳐 6개월 뒤에 돌아왔다. 그렇게 6개월 뒤에 그가 성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가 일요일마다 성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다가 3주 전에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죽은 지 8일 만에 아기도 사망했다고 한다.


악당 같은 교활한 남편이 그녀의 지참금을 물려받았다. 그때부터 돌변한 그놈은 지금은 시의회 의원이 되었다. 결국 드 바르네토 씨가 그놈을 출세시킨 장본인인 셈이다.




▶ 〈Histoire vraie〉 원문 번역

▶ 참고 사이트 : 불어판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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