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망디식 장난

1882년 / 백선희

by 글섬

작품 배경


〈노르망디식 장난(Farce normande)〉은 1882년 8월 8일자 《질 블라스(Gil Blas)》 지에 모프리뇌즈(Maufrigneuse)라는 예명으로 처음 발표된 소설로, 이듬해에 출판된 단편집 〈멧도요새 이야기(Contes de la bécasse)〉에 수록되었다.


이 소설은 A. 드 주앵빌(A. de Joinville)에게 헌정되었다.





농가의 한산한 길에 결혼식 행렬이 이어졌다. 신혼부부를 필두로, 부모들과 손님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 마을의 가난한 이들도 그들 뒤를 따랐다. 신랑은 이 마을에서 가장 부유한 농부인 장 파튀(Jean Patu)라는 잘생긴 사내였다. 그는 무엇보다 사냥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서, 사냥에 필요한 개, 관리인, 사냥용 족제비, 총을 위해서라면 사리분별 없이 돈을 쓰는 광적인 사냥꾼이었다. 신부인 로잘리 루셀(Rosalie Roussel)은 싹싹한 데다 지참금까지 많다고 소문이 나, 주변의 모든 혼처에서 무척이나 탐을 냈던 아가씨였다. 그런 그녀가 파튀를 선택한 이유는 그녀가 사려 깊은 노르망디 여자인 만큼 그가 돈이 더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식 행렬이 장 파튀 농가의 커다란 울타리를 돌아갈 때 40발의 총성이 울렸는데, 도랑에 숨은 사격수들은 보이지 않았다. 예복을 차려입고 육중하게 몸을 움직이던 사람들이 그 소리에 쾌활해졌다. 파튀는 나무 뒤에 숨은 하인을 덮쳐 그의 무기를 빼앗더니 직접 한 발을 쏘았다.


행렬은 마침내 큰 농가에 도달해 정원을 가로질러 뱀처럼 길게 이어졌다. 열려 있던 울타리로 손님들이 계속 들어왔다. 도랑에는 호기심 많은 아이들과 가난뱅이들이 그득했다. 총소리가 끊이지 않고 사방에서 동시에 터져 나왔다.


백 명은 거뜬히 수용할 수 있는 커다란 부엌에 식탁이 차려져 있었다. 2시에 식탁에 앉은 사람들은 8시가 되어도 여전히 먹었다. 남자들은 불콰해진 얼굴로 밑 빠진 독처럼 끊임없이 화주를 마셔댔다. 손님들이 모두 한껏 먹고 마신 덕에 모두가 느슨해질 무렵, 식탁에는 음담패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모두 첫날밤에 관한 것들이었다. 백 년 전부터 똑같은 음담패설들이 똑같은 기회에 쏟아져 나왔다. 모두가 아는 그 농담들은 회식자들을 여전히 호탕하게 웃게 했다.


식탁 끄트머리에 나란히 앉은 네 남자가 신랑 신부에게 장난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주 재미난 장난인지 뭐라 속삭이며 발을 마구 굴렀다. 그들 중 한 사람이 신랑에게 오늘밤처럼 보름달이 뜰 때면 밀렵꾼들이 출몰하기 십상이라며 신랑이 망을 서야 하는 거 아니냐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누군가, 그렇다고 신랑이 오늘밤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고 대꾸하자 모두가 몸을 들썩이며 웃었다. 그러나 신랑은 그의 영지에서 밀렵이 저질러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격분했다.


얼마 후, 사람들은 잔뜩 취해 잠자리에 들었다. 신혼부부도 신혼방으로 들어갔다. 날이 약간 더웠기에 부부는 창문은 열고 덧창을 닫았다. 신부가 머리장식과 예복을 벗고 속치마 차림으로 신발 끈을 푸는 동안 신랑은 곁눈길로 신부를 바라보며 시가를 한 대 피웠다.


그는 다정하다기보다는 육감적으로 번득이는 눈길로 신부를 살폈다. 그녀를 사랑하기보다 욕망했기 때문이다. 그가 별안간 작업에 착수하려는 사람처럼 갑작스레 옷을 벗었다.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고 있던 신부가 신랑에게 자기가 침대에 들어갈 때까지 커튼 뒤로 가서 숨어 있으라고 말했다. 신랑은 음험한 표정으로 커튼 뒤로 갔고, 몸은 숨기고 머리만 내놓았다. 그녀가 웃으며 그의 눈을 가리려 했다. 두 사람은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장난을 쳤고, 결국 그가 양보했다.


그녀는 순식간에 남은 속치마 끈을 풀었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그녀가 발밑으로 떨어져 바닥에 동그랗게 깔린 속치마를 뛰어 넘고 침대 속으로 미끄러져 들었다. 곧 신랑도 신발을 벗고 바지 차림으로 아내에게 다가왔고, 몸을 숙여 신부의 입술을 찾았다. 바로 그때, 멀리서 총소리가 울렸다.


그는 경직된 마음으로 불안하게 몸을 일으켰고, 창문으로 달려가 덧창을 열었다. 보름달이 정원을 비추고 있었다. 장이 바깥으로 몸을 내밀고 온갖 소리를 탐색하고 있는데, 그의 아내가 그의 목을 휘감아 뒤로 잡아끌었다. 그는 몸을 돌려 그녀를 안아들고 침대로 향했다.


그가 그녀를 침대에 내린 순간, 새로운 총소리가 조금 더 가까이에서 울렸다. 그러자 장은 격렬한 분노에 사로잡혔다. “빌어먹을! 저놈들은 내가 당신 때문에 못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기다려!” 그는 신발을 신고 언제나 손닿는 곳에 걸어두는 총을 들었고, 아내가 그의 무릎을 붙들고 필사적으로 애원하는데도 재빨리 몸을 빼내어 창문으로 달려가더니 정원으로 뛰어내렸다.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고, 날이 밝아올 때까지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자 아내는 당황해서 사람들을 불러 장이 격분해서 밀렵꾼을 뒤쫓았다고 얘기했다. 곧 하인들, 마차꾼들, 사내들이 장을 찾아 나섰다.


신랑은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묶이고, 총은 휘어지고, 팬티를 뒤집어 입은 채 죽도록 화가 난 상태로 농가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었다. 목에는 죽은 산토끼 세 마리가 묶여 있었고, 가슴에는 이런 팻말이 걸려 있었다. “사냥을 떠나는 사람은 제자리를 잃는 법.”


장난 치고는 아주 고약한 장난이었다. 사람들이 토끼 잡듯이 그를 올가미로 잡아, 그의 머리에 자루를 씌웠던 것이다. 노르망디에서는 결혼식 날 이런 장난을 하고 논다.




▶ 참고 문헌 : 〈멧도요새 이야기〉, 모파상 저, 백선희 역, 새움

▶ 참고 사이트 : 불어판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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