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도요새

1882년 / 백선희

by 글섬

작품 배경


〈멧도요새(La Bécasse)〉는 1882년 12월 5일자 《르 골루아(Le Gaulois)》 지에 처음 발표된 소설로, 이듬해에 출판된 단편집 〈멧도요새 이야기(Contes de la bécasse)〉에 수록되었다. 단편집 〈멧도요새 이야기(Contes de la bécasse)〉의 서문에 해당하는 소설이다.





늙은 라보(Ravots) 남작은 고향에서 40년 동안이나 사냥꾼들의 왕이었다. 그러나 5, 6년 전부터 다리에 마비가 와서 의자에 묶인 신세가 되었고, 이제는 거실 창문이나 층계참에서 겨우 비둘기나 쏠 수 있는 정도였다. 나머지 시간에 그는 책을 읽었다.


그는 사교성 있는 상냥한 사람이어서 지난 세기의 많은 교양인들이 그의 집에 묵었다. 그는 이야기를, 특히 외설적인 이야기를 좋아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일어난 실화도 좋아했다. 친구가 그의 집에 들어설 때면 그는 항상, 무슨 새로운 일은 없느냐고 묻곤 했다.


햇볕 좋은 날이면 침대나 마찬가지인 그의 널찍한 의자를 문 앞까지 밀고 가게 했다. 그러고 나면 등 뒤에서 하인이 총을 들고 있다가 장전해서 주인에게 건넸다. 다른 하인은 덤불에 숨어 있다가 간간이 남작이 예측하지 못하도록 불규칙한 간격으로 비둘기를 풀어놓았다.


그런 날이면 남작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종일 총을 쏘았고, 새를 놓쳤을 때는 안타까워했으며, 새가 수직으로 떨어지거나 뜻밖으로 우습게 곤두박질칠 때는 눈물까지 흘리며 웃었다. 그럴 때면 무기를 장전하는 종복 조셉(Joseph)을 돌아보고 숨 막힐 듯 즐거워하며 방금 저 놈 떨어지는 거 봤느냐고 묻었다. 그러면 조셉은 언제나 변함없이, 남작 나리께서는 표적을 놓치는 법이 없으시다고 답하곤 했다.


가을 사냥철이 되면 그는 예전처럼 친구들을 초대했고, 멀리서 울리는 총소리를 듣는 걸 좋아했다. 그는 총소리를 헤아렸고, 소리가 빨라지면 즐거워했다. 그리고 저녁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그날 있었던 사냥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청했다.


그렇게 사냥 이야기를 하며 세 시간이나 식탁에 머물렀다. 이야기는 사냥꾼들의 허풍 심한 기질에 들어맞는 믿기 힘든 괴이한 모험담들이었다. 몇몇 이야기는 획기적인 사건이 되어 매번 똑같이 반복되었다. 일테면, 부릴(Bourril) 자작이 현관에서 놓친 토끼 이야기는 매년 똑같은 방식으로 사람들이 배꼽을 쥐고 웃게 만들었다. 5분 간격으로 새로운 연사가 실감나게 이야기를 했다. “푸르르! 푸르르! 소리가 들리더니 어마어마한 무리가 열 발짝 떨어진 곳에서 날아오르는 겁니다! 조준을 하고 빵! 빵! 쏘았죠. 비 오듯이 떨어지더군요. 정말 비 내리는 것 같았다니까요. 무려 일곱 마리나 떨어졌죠!” 이런 식이었다. 그러면 모두가 어리숙하고 놀란 표정으로 경탄했다.


그런데 이 집에는 ‘멧도요새 이야기’라고 이름 붙은 오래된 관습이 있었다. 사냥감 중의 여왕인 이 새가 저녁식사에 나올 때마다 똑같은 의식이 거행되었다.


남작이 이 새를 끔찍하게 좋아했기 때문에 매일 저녁 한 사람당 한 마리씩 먹었다. 그런데 도요새 머리는 주의해서 모두 한 접시에 모았다. 그러면 남작은 주교처럼 제식을 집행하며 접시에 기름을 조금 담아오게 했고, 부리로 쓰이는 가늘고 뾰족한 침을 붙잡고 그 귀한 새머리를 하나씩 들고 정성껏 기름을 발랐다. 불 켜진 양초 하나가 그의 곁에 준비되어 있었고, 모두가 입을 다물고 불안하게 기다렸다.


이윽고 그는 그렇게 준비한 머리 하나를 들고 핀을 찌른 다음, 코르크 마개에 그 핀을 꽂았고, 작은 막대기들을 평행봉처럼 엇갈리게 가로질러 그 모든 것의 균형을 잡았으며, 그걸 병 주둥이 위에 회전고리처럼 조심스레 설치했다.


식탁에 자리한 모두가 힘찬 목소리로 함께 “하나, 둘, 셋.”을 세면, 남작은 손가락으로 쳐서 그 장난감을 세차게 돌렸다. 뾰족하고 긴 부리가 멈춰 서면서 가리키는 사람이 그 모든 머리의 주인이 되고, 다른 사람들은 그 진귀한 음식을 선망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뽑힌 사람은 머리를 하나씩 들고 촛불에 구웠다. 기름이 튀고 껍질이 노랗게 구워지면서 연기가 났다. 그러면 운이 좋아 뽑힌 사람은 새의 코를 잡고 기름 먹인 뇌를 와작와작 씹으며 기쁨의 탄성을 내질렀다.

그럴 때마다 손님들은 잔을 들고 그의 건강을 빌며 건배했다.


잠시 후 그가 마지막 머리까지 끝내고 나면, 남작의 명령에 따라 그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 이들에게 보상 삼아 이야기 한 편을 들려주어야 했다.


그 이야기들 중 몇 편이 여기 있다.




▶ 참고 문헌 : 〈멧도요새 이야기〉, 모파상 저, 백선희 역, 새움

▶ 참고 사이트 : 불어판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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