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섬 옮김
〈바다까마귀 바위(La Roche aux Guillemots)〉는 1882년 4월 14일자 《르 골루아(Le Gaulois)》 지에 처음 발표된 소설로, 이후 1885년에 단편집 〈낮과 밤 이야기(Contes du jour et de la nuit)〉에 수록되었다.
바야흐로 바다까마귀의 계절이다. 파리에서 해수욕객들이 도착하기 전, 4월부터 5월말까지 에트르타(Étretat)의 작은 해안에 사냥 재킷을 입고 장화를 신은 남자들이 대거 출몰한다. 그들은 나흘이나 닷새 정도 오빌(Hauville) 호텔에서 체류하다가 사라진 뒤, 다시 3주 뒤에 돌아온다. 그리고 얼마간 체류한 뒤 이번엔 영영 사라진다. 그리고 이듬해 봄이 되면 다시 돌아온다.
이들은 바다까마귀 사냥꾼으로, 대개가 나이 지긋한 남자들이다. 삼사십 년 전, 이십대일 때부터 바다까마귀 사냥을 열광적으로 지속해온 탓이다. 그들은 무척이나 광적인 사냥꾼들이다.
바다까마귀는 기이한 습관을 지닌 아주 희귀한 철새다. 거의 일 년 내내 뉴펀들랜드(Terre-Neuve) 인근 해역과 생피에르에미클롱(Saint-Pierre et Miquelon) 섬 인근 해역에서 서식한다. 단, 짝짓기 계절에만 한 무리의 바다까마귀가 바다를 가로질러 매년 에트르타 근처의 동일한 장소, 일명 바다까마귀 바위라고 불리는 곳으로 날아와 알을 낳고 부화시킨다. 그들 무리는 절대로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오로지 그곳에만 출몰한다. 바다까마귀는 항상 그곳으로 오기에 항상 그곳에서 사냥을 당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항상 그곳으로 돌아온다. 새끼들이 부화해 날기 시작하면, 그 즉시 되돌아가 일 년 동안 나타나지 않는다.
바다까마귀는 왜 다른 곳으로는 가지 않는 걸까? 어째서 파 드 칼레(Pas-de-Calais)부터 아브르(Havre)까지 길게 이어지는 이 똑같은 하얀 절벽에서 다른 곳을 선택하지 않는 것일까? 도대체 어떤 힘, 그 어떤 불굴의 본능, 그 어떤 세기적 습관이 이 새들을 이 똑같은 장소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일까? 까마득한 옛날, 최초의 조상이 어째서 맨 처음 이곳으로 이동한 걸까? 혹은 그 어떤 풍랑으로 인해 이 바위에 맨 처음 던져진 걸까? 그리고, 어째서 그 후손들은 대를 이어 매년 이곳으로 돌아오는 걸까?
그들의 수는 많지 않다. 마치 이러한 전통을 한 가문만 유지해가는 것인 냥, 많아야 백여 마리 정도가 해마다 이 순례를 수행한다. 매년 봄이면 이 철새 부족이 그 바위에 정착하자마자 사냥꾼들도 이 마을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마을사람들은 그들이 젊었을 때부터 그들을 봐왔다. 이제는 노년인 그들은 벌써 삼사십 년 전부터 이어온 이 지속적인 회합에 지극히 충실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들이 이 회합에 불참하는 일은 없다.
몇 해 전 4월의 어느 밤이었다. 바다까마귀 사냥꾼 세 명이 먼저 도착했는데, 나머지 한 사람인 다르넬(d'Arnelles) 씨가 나타나지 않았다. 누구도 그에게서 편지를 받은 바 없었고,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그렇다고 그가 죽은 건 아니었다. 다들 그건 알고 있었다. 그를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은 결국 먼저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저녁식사가 끝날 무렵에야 마차 한 대가 호텔 안뜰로 들어왔다. 그리고 이내 지각생이 호텔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기쁜 듯 두 손을 비비며 자리에 앉더니 왕성한 식욕으로 먹기 시작했다. 먼저 온 사람들 중 하나가 그가 프록코트를 입고 있는 모습에 놀라자 그는 태연하게, 옷 갈아입을 시간이 없었다고 대답했다.
바다까마귀를 불시에 습격하려면 동이 트기 전에 출발해야 했기 때문에 사냥꾼들은 저녁식사를 마치자마자 잠자리에 들었다. 이른 아침의 이 사냥만큼 근사한 건 없다.
새벽 3시부터 선원들이 유리창에 모래를 던져 사냥꾼들을 깨운다. 그러면 사냥꾼들은 불과 몇 분 만에 사냥 채비를 마치고 내려간다. 아직은 여명의 기미조차 전혀 보이지 않지만, 별들은 이미 약간 희미해져 있다. 자갈밭은 부서지는 파로로 인해 바드득거리는 소리를 내고, 바닷바람은 시원하다 못해 차가워서 두꺼운 옷을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살짝 오한이 느껴진다.
얼마 후 남자들이 작은 배 두 척을 자갈밭의 경사로 밀어내면 배는 이내 첫 파도에 흔들린다. 갈색 돛이 돛대로 올라가면, 바람을 타고 부풀어 볼록한 배를 내밀었다 들였다를 반복하며 요동친다.
하늘이 맑아진다. 어둠이 녹아드는 것 같다. 해안은 커다란 장벽처럼 하얗고 거대한 수직의 해안을 감추는 듯하다. 배가 거대한 궁륭, 만느 포르트(Manne-Porte)를 지나 쿠르틴(Courtine)의 끝을 지나면 드디어 앙티페르(Antifer) 계곡에 다다른다. 그러면 갑자기 수백 마리의 갈매기가 운집해 있는 해변이 나타난다. 여기가 바로 바다까마귀 바위이다.
바다까마귀 바위는 그저 절벽의 작은 융기에 불과하다. 바위의 옹색한 돌출부 위로 수많은 바다까마귀의 머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바다까마귀들은 그곳에서 위험을 무릅쓴 채 꼼짝도 하지 않고 떠날 때를 기다린다. 몇몇은 바위의 돌출부 가장자리에 꼿꼿하게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몸을 곧추세운 모습인데, 다리가 너무 짧아서 가만히 있을 땐 병 모양처럼 보이고, 걸을 땐 미끄러지는 것처럼 보인다. 날아가려면 절벽에서 거의 돌처럼 굴러 떨어지다시피 해야 한다.
바다까마귀들은 자신의 결점과 그로 인한 위험을 잘 알고 있기에 재빨리 도망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선원들이 나무 놋좆으로 바위의 가장자리를 두드리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면 바다까마귀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한 마리씩 허공으로 돌진해 파도를 향해 급강하한다. 다음 순간, 날개가 황급히 퍼덕거리다 비로소 바다로 나아간다. 그러면 산탄이 비 오듯 쏟아지며 그들을 물속으로 내던진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사냥꾼들은 바다까마귀들에게 일제사격을 가해 차례로 도망치게 만든다. 가끔은 암컷 몇 마리가 알을 품는 데 열중한 나머지 도망가지 않고 둥지에 남아 있기도 한다. 그들 역시 연이은 산탄을 맞고 하얀 바위 위에 장밋빛 핏방울들을 분출하며 알을 남기고 죽는다.
사냥 첫 날에 다르넬 씨는 평소처럼 활기 있게 사냥을 했다. 그러나 태양이 높이 떠오른 오전 열 시 무렵, 사람들이 돌아가려할 때 그는 평소와 달리 약간 걱정스러워 보이기도 했고, 뭔가 골몰히 생각에 빠진 것 같기도 했다.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하인으로 보이는 흑인 한 명이 그에게 다가가더니 목소리를 낮춰 뭔가를 말했다. 그러자 그는 생각에 잠겨 주저하는 듯하다가, “아니, 내일”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사냥이 시작되었다. 그날, 다르넬 씨는 거의 총신 끝에 몸을 내던지다시피 한 새들을 종종 놓쳤다. 친구들은 웃으면서 그에게 사랑에 빠지기라도 한 거냐, 도대체 무슨 은밀한 일로 그렇게 마음과 영혼이 온통 흔들리는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사실 그날 오후에 떠나야 할 상황이라 짜증스럽다며, 꼭 가봐야 할 일이 있어서 더는 지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점심식사를 마치자마자 흑인 하인이 다시 나타났다. 다르넬 씨는 마차에 말을 매라고 지시했다. 나머지 세 사냥꾼 친구들이 그를 못 가게 하려고 애걸복걸하고 가로막고 야단법석을 부렸지만, 그는 기어이 나서려 했다. 그러자 세 친구들 중 한 사람이 그에게, 이미 이틀을 기다리게 한 일인데 뭐 그렇게 갑작스레 중대해졌냐고 물었다. 그러자 몹시 난처해진 그는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기며 엄청나게 고민하는 듯했다. 그러더니 오랜 고민 끝에 망설이면서, 실은 여기 혼자 온 게 아니라 사위와 함께 왔다고 말했다. 친구들이 깜짝 놀라며 그러면 사위는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갑자기 당혹스런 표정으로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는, 심하게 말을 더듬으며 “사실 사위는 지하실에 있어. 죽었거든.”이라고 말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모두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다르넬 씨는 점점 더 당혹스러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는 사냥 직전에 사위 상을 당해 사위의 시신을 브리즈빌(Brisevill)에 있는 자신의 집까지 운구해야 했다. 그런데 가는 길에 길을 약간만 돌아서 가면 이 바다까마귀 사냥 회합에 참석할 수 있을 듯했다. 그래서 브리즈빌로 시신을 운구하는 길에 이곳에 들렀고, 그렇게 이틀을 우회했으니, 이제 더 이상은 지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자 친구들 중 한 사람이 좀 더 대담하게, “그래... 그런데 말이지... 사위는 이미 죽었으니까 말이지... 그러니까 하루쯤 더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두 친구도 “그러네”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자 다르넬 씨는 비로소 큰 짐을 덜어낸 듯 홀가분해 보였는데, 그래도 여전히 약간 불안한 듯, “그래도 저기... 정말 그렇게 생각해?”라고 물었다. 그러자 세 친구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당연하지! 한 이삼 일 정도는 시신에 아무 문제없을 거야!”라고 대답했다.
이제야 비로소 완전히 마음이 놓인 장인은 상여꾼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어이! 모레 출발하자구!”
▶ 〈La Roche aux Guillemots〉 원문 번역
▶ 참고 사이트 : 불어판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