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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섬 Jan 27. 2023

그다움


     평소 나는 그의 얼굴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지? 언행이 곱지 않아서? 그에 대한 개인적 감정 때문에? 음.. 단순히 늙어서?


     그는 나보다 서른 살이 많은 완연한 노인이다. 총기가 남달라 그 나이에도 눈동자가 흐려지지 않았다. 외모에 집착하는 성향 덕에 스타일도 썩 괜찮은 편이다. 그런데도 나는 그를 마주하고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내내 어딘가 어색한 얼굴이라고 늘 생각해왔다.


     오늘 아침 신문을 넘기다 문득 이거였네, 싶었다. 한 축구 선수가 조부모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는데, 조부모의 백발이 눈에 들어왔다. 백발은 그들에게 '그다움'을 완성하고 있었다.


     평소 내가 그를 보며 어딘가 이상하다고 여겼던 건 바로 그의 노년 얼굴에 비해 붉은기가 돌 정도로 과한 염색 머리 때문이었다는 걸 그들의 백발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백발은 '그다움'을 넘어, 웃는 얼굴도 아니었던 그들에게 인자함까지 더해주었다.


     순간 나는 결심했다. 백발로 늙어가야겠다.


     아름다움이라는 가치척도는 다분히 자기중심적이다. 원래도 그랬지만, 요즘 세상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가치는 여전히 건재한다. 여든을 넘긴 나이에 지나치게 밝은 색상의 머리는 '스타일'이랄지, '엣지'랄지, 뭐 그런 개성의 상징을 초월하는 어색함이 있다. 우리네 삶이 공평한 이유가 바로 누구에게나 유한한 시간인데 시간뿐 아니라 그에 따른 여타 유한성도 분명 공평하게 건재한다.


     노년의 유명 배우나 독보적 스타일의 사업가들을 반증으로 제시할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칠십대까지로 한정된다. 팔십대의 짙은 머리색은 오히려 스타일을 해친다. 아무리 필러나 성형으로 다져진 얼굴이라 해도 팔십대의 얼굴은 사람의 얼굴 전형에서 이미 벗어나 있다. 사람보다 자연에 더 가까운 나이이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탁월한 조화라도 생화의 찬란함을 구현할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순리를 거스른 어색함인 게다.


     아름다움 이전에 '그다움'이 먼저다. 그다워야만 아름답다.


     그렇다면 '그다움'이란 건 뭘까. 요컨대 나다움이란 어떤 것일까. 세상 평범한 나로서는 그런 걸 알 능력도 여력도 없다. 나로선 나다움을 알 따름이니 그다움은 그의 몫으로 쿨하게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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