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생활연구 - 사생활정경 제4권
〈지갑(La Bourse)〉은 발자크의 『인간희극』 중 「사생활 정경」에 속하는 단편소설로, 1832년에 《마담 들로네(Mame-Delaunay)》 지에서 출판되었다. 1835년에는 《베쉐(Béchet)》 판본으로 재출간되었고, 1839년에는 《샤르팡티에(Charpentier)》에서 「파리 생활 정경」으로 분류해 출간되었다. 이후 1842년에 《퓌른(Furne)》 판본으로 「사생활 정경」 중 세 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 장 자크 빅시우(Jean-Jacques Bixiou) : 풍자화가, 앙리 모니에(Henry Monnier)에게서 영감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
- 요셉 브리도(Joseph Bridau) : 발자크의 「지방생활 정경」 중 〈시골 총각의 살림살이(La Rabouilleuse)〉에 등장하는 인물로, 그 전에 이 작품에서 화가로 등장함.
- 기사 올가(Chevalier du Halga) : 루빌 남작부인(Baronne de Rouville)의 친구.
- 케르가루에 백작(Comte de Kergarouët, 제독) : 루빌 남작부인의 또 다른 친구.
루빌 남작부인의 집에서 기사 올가와 함께 루빌 모녀를 도와주기 위해 그녀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노름에서 돈을 잃어주는 걸 의무로 여김.
- 르세니외 드 루빌 남작(Baron Leseigneur de Rouville) : 아내인 루빌 남작부인에게 아무런 유산도 남기지 않고 사망함.
- 아델라이드 르세니외 드 루빌(Adélaïde Leseigneur de Rouville) : 루빌 부부의 딸.
자신이 처한 잔혹한 환경을 의연하게 감내하며 이를 드러내지 않으려 애를 씀.
- 이폴리트 쉬네(Hippolyte Schinner) : 가난한 화가. 자신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만나게 됨.
- 쉬네 부인(Mme Schinner) : 이폴리트 쉬네의 미혼모 어머니.
어느 날, 젊은 화가 이폴리트 쉬네(Hippolyte Schinner)는 자신의 화실에서 실수로 넘어져 의식을 잃는다. 아래층에 살던 이웃 아델라이드 드 루빌(Adélaïde de Rouville)과 그녀의 어머니가 그가 넘어지는 소리를 듣고 올라와 이 젊은 화가를 자신들의 집으로 데리고 가서 돌봐준다. 모녀의 집에서 이폴리트는 안온함과 쾌적함을 느낌과 동시에 집안 구석구석 은밀하게 감춰진 곤궁함을 간파한다. 이 젊은 화가는 아델라이드를 사랑하게 되어 모녀의 집에 자주 방문한다. 그러면서 그는 이들 모녀가 뭔가 은밀한 과거를 감추려 애를 쓴다는 걸 눈치 챈다.
그는 루빌 부인의 남편 초상화를 새로 그려주겠다고 제안하고, 이를 계기로 모녀의 집을 자유롭게 드나들게 된다. 그런데 루빌 부인에게는 그녀를 경제적으로 도와주기 위해 노름에서 일부러 돈을 잃어주는 “나이든 두 친구”가 있었다. 이폴리트는 이들 두 친구에 대한 의구심에 시달리다 못해 혹시 그녀들이 사취당하는 것도 부족해서 몸을 팔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해서 죽을 지경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폴리트는 아델라이드에 대한 사랑 때문에 모녀의 집을 꾸준히 방문한다.
그러던 어느 날, 동전 몇 개가 들어 있던 화가의 낡은 지갑이 사라진다. (이 젊은 화가의 성 앞에 귀족을 의미하는 “드”(de)가 붙어 있긴 하지만, 그 역시 가난하다.) 젊은 화가는 자신의 지갑을 누군가 훔쳐갔다고 생각하고 루빌 모녀를 의심한다. 이에 상심한 그는 더 이상 모녀의 집을 방문하지 않고, 그의 어머니까지 눈치 챌 정도로 속앓이를 한다. 다행히 이폴리트는 우연한 기회로 모녀의 과거를 알게 된다. 알고 보니 모녀는 남작 집안이었는데, 남작이 유산을 전혀 남기지 않아 곤궁한 생활에 처해졌고, 모녀의 집에 자주 들렀던 “나이든 두 친구”는 그녀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일부러 노름에서 돈을 잃어주러 드나들었던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갑도 되찾는데, 아델라이드가 직접 수를 놓아 완전히 새 지갑이 되어 그의 손에 돌아온다. 알고 보니 아델라이드가 그의 낡은 지갑을 안타깝게 여겨, 지갑을 말끔하게 수선해주려고 지갑을 가져갔던 것이다. 그녀의 정성으로 이제 근사해진 지갑 속에는 동전 한 닢도 사라지지 않은 채 그대로 들어 있었다.
발자크는 향후 여러 작품에서 차례차례 다루게 될 주제들인 모든 형태의 예술과 세상, 그리고 그 세상이 유발하는 기쁨과 고통 같은 주제를 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다. 〈시골 총각의 살림살이〉의 주인공 화가로, 이 작품에서 처음 등장하는 인물인 요셉 브리도의 실제 모델인 외젠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의 광팬인 발자크는 창조적이고 이해하기 힘든 화가들의 세상을 자신의 작품에서 다각도로 보여준다. 〈미지의 걸작(Le Chef-d’œuvre inconnu)〉에서는 신인시절엔 무명이었다가 나중에 인정받게 되는 천재 화가 프렌호퍼(Frenhorfer)의 혁신적인 세상을, 요셉 브리도(Joseph Bridau)를 통해서는 부유한데도 빵을 굽는 화가의 난해한 세상을 보여주며, 티치아노(Le Titien), 라파엘(Raphaël), 렘블란트(Rembrandt), 루벤스(Rubens)의 모작을 그리며 생을 낭비하는 피에르 그라수(Pierre Grassou)는 그의 재산과 사회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가혹하게 남겨진다.
발자크는 자신의 소설에서 그 어떤 유명한 그림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지갑〉에서도 그림에 대해서는, “아델라이드는 유명한 그림에서 게랭(Guérin)이 디도(Didon)의 누이에게 취해준 포즈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모방하면서 노신사가 앉아 있는 안락의자의 등받이에 무심코 팔꿈치를 괴었다.”라고만 언급되어 있다.
발자크는 그가 중시하는 주제들을 탁월한 솜씨로 다루고 있는데, 『인간희극』을 점철하고 있는 이러한 주제들은 그의 장편 소설과 단편 소설, 그 밖에 다양한 글에서 전문가들이 놀랄 정도로 정밀하고 정확하게 다뤄지고 있다. 이를 테면, 조각과 관련해서는 〈사라진느(Sarrasine)〉의 주인공 사라진느를 반항적인 천재로 묘사하고, 음악과 관련해서는 강바라(Gambara)를 통해 거의 수학에 가깝다시피 정밀한 작곡을 묘사하며 자코모 마이어베어(Giacomo Meyerbeer)의 오페라에 대해 정밀하고 치밀한 분석을 보여준다. 오페라의 경우 〈마실리나 도니(Massimilla Doni)〉를 통해 로시니(Rossini)의 예술에 대한 강론을 소재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갑〉에서 발자크가 제시하는 또 하나의 주요 주제는 바로 “사람을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발자크는 〈시골 총각의 살림살이〉에 나오는 나폴레옹(Napoléon)의 잊혀진 사람들(혹은 피해자들)처럼, 그가 자주 다루는 사회계층의 초상을 짧은 소설을 통해 성공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 진정한 이야기꾼이자 위대한 우화작가이다.
이 작품에서 그림이 비록 부차적인 소재로 다뤄지긴 하지만, 이를 통해 다분히 돌발적인 방식으로 회화의 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동일한 주제를 다룬 다른 작품들에서도 이러한 “발자크의 예술적 감각”을 엿볼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이 작품은 『인간희극』이라는 구조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주춧돌인 셈이다.
▶ 작품 배경/등장인물/줄거리/분석 : 프랑스어판 위키피디아 번역
▶ 볼드 처리된 문장은 원작의 표현을 그대로 번역해 인용한 문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