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의 신부

풍속생활연구 - 지방생활정경 제4권

by 글섬

작품 배경


〈투르의 신부(Le Curé de Tours)〉는 1832년에 발표된 단편 소설로, 1832년에 《마담-들로네(Mame-Delaunay)》에서 처음 출판될 당시엔 『인간희극』의 「사생활 정경」으로 분류되어 〈독신자들(Les Célibataires)〉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이후 1834년 《베쉐(Béchet)》에서 「지방생활 정경」으로 분류되어 〈독신자들(Les Célibataires)〉이라는 소제목 아래 〈피에레트(Pierrette)〉, 〈시골총각의 살림살이(La Rabouilleuse)〉와 함께 세 편의 연작 형태로 출간되었다. 1843년 《퓌른(Furne)》 판본에서야 지금의 제목인 〈투르의 신부〉로 변경되었다.


이 짧은 소설은 발자크가 〈시골총각의 살림살이(La Rabouilleuse)〉와 〈위르쉴르 미루에(Ursule Mirouët)〉에서 묘사했던 바와 같이, 작은 시골마을의 인간 군상을 제시하고 있다. 〈시골총각의 살림살이(La Rabouilleuse)〉와 〈위르쉴르 미루에(Ursule Mirouët)〉에서처럼 이 소설 역시, 작고 편협한 시골의 집단공동체에서 순진한 사제인 비로토를 희생양 삼아 무자비하게 가해지는 폭압과 음모를 다루고 있다.




1826년 가을, 프랑수와 비로토(François Birotteau) 신부는 폭우에 놀라 자신의 거처로 서둘러 돌아간다. 투르(Tours)의 생-가티앵(Saint-Gatien) 대성당 후진(後陣) 뒤에 위치한 작고 황량한 수도원에서 기거하고 있는 비로토는 벌써 수 년 동안 그의 친구 카농 샤펠로(Canon Chapeloud)처럼 성직자 기숙소에서 지내기를 고대해왔다. 샤펠로 신부와 비로토는 소작농의 아들로, 부유한 형편이 아니었다. 나폴레옹이 카톨릭 숭배를 다시 시작했을 때, 샤펠로 신부는 생-가티앵 대성당의 참사회원으로 지명되었고, 비로토는 대성당의 교구 목사가 되었다. 이에 따라 샤펠로 신부는 대성당의 참사회원 전용 기숙소인 소피 가마르(Sophie Gamard) 양 댁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샤펠로 신부가 가마르 양 댁으로 거처를 옮긴 뒤 비로토가 그를 방문했고, 멋들어진 서재와 근사한 가구들을 갖춘 모습을 보고 그만 넋이 나가버렸다. 이때부터 비로토는 내심 샤펠로가 사망하면 샤펠로의 모든 것을 자신이 물려받기를 열망하게 되었다.


이윽고 샤펠로가 죽고, 비로토가 그의 거처로 옮겨 간다. 멀리서 볼 때는 낙원만 같았던 그곳은 비로토가 직접 경험하게 되자 전혀 다른 종류가 된다. 무엇보다도, 노처녀 가마르 양은 비로토가 그 지역 상류계층 가족들을 끌어와 그녀가 존경 받는 사회 집단의 중심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비로토도 처음엔 그녀가 원하는 대로 했다. 하지만 비로토로서는 리스토메르(de Listomère) 부인이 주도하는 위엄 있는 무리와 어울리는 게 훨씬 더 즐거웠다. 가마르는 이를 몹시도 언짢게 여겨 카농 트루베르(Canon Troubert) 신부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트루베르와 가마르는 마리안느(Marianne)와 합세해 비로토의 삶을 불행으로 몰고 간다. 이를테면, 비로토가 외출 중일 때 그의 침실에 불을 지르거나 시계를 30분 빠르게 조정해서 비로토가 저녁 식사 시간을 놓치게 하는 식이다.


샤펠로 신부는 도대체 가마르를 어떻게 견뎌냈던 것일까. 사실 샤펠로는 상황 판단이 빠르고 사교에 능한 사람으로, 모든 게임에 관여하지 않고 최소한의 조치만으로도 가마르의 자만심을 충족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인물이다. 그러나 비로토 신부는 너무 순진하고 세상물정에 어두웠다.


어느 날, 비로토는 투르에서 다소 먼 시골에 위치한 리스토메르 부인 댁에서 열흘 동안 지내기로 결정한다. 이에 따라 가마르 일당은 몹시도 사악한 음모를 계획한다. 카농 씨와 가마르가 비로토에게 그의 거처를 떠나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이다. 비로토는 경악한다.


리스토메르 부인이 주도하는 모임에서는 가마르를 독으로 여기며 그녀가 비로토를 몰락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해 비로토에 대한 우호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단 한 사람만은 이들과 생각을 달리 하고 있다. 늙은 지주인 부르본느(Bourbonne) 씨는 비로토가 가마르의 집단에 완전히 편입되지 않는 한 결코 그녀의 악행을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비로토가 가마르에게 굴복하고 완전히 마을을 떠나야 하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리스토메르 부인은 부르본느 씨의 의견을 따르지 않고 가마르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기로 결정한다. 그러자 갑자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해군 장교인 리스토메르 남작이 승진의 대열에서 빠져 은퇴자 명단에 오른다. 이유는 남작이 지금까지 투르의 교회에 반대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카농 트루베르의 영향력이 광범위하게 미쳐 왕당파 무리로부터 리스토메르 부부가 자유당원들을 지지해 교회에 반대한다는 의혹을 받게 된 것이다. 남작은 신속한 조치를 취한 뒤, 부인에게 이 사건에서 손을 떼고, 가마르 집에서 쫓겨나 리스토메르 부부와 함께 살고 있던 비로토에 대한 지원도 중단하라고 지시한다.


카농 트루베르가 주교 대리 법무관으로 임명된다. 비로토 신부가 그토록 바라마지 않았던 성당 참사회원직에도 다른 사람이 임명된다. 그러자 권한을 갖게 된 트루베르는 비로토를 투르에서 멀리 떨어진 춥고 외진 교구인 생-생포리앙(Saint-Symphorien)의 교구목사로 임명한다. 리스토메르 부인은 “불쌍한 노인이 이제 정말 산 채로 무덤에 묻히게 생겼네요. 정말이지 악랄한 계략이에요!”라며 분노한다.

그러는 사이에 리스토메르 부인은 트루베르를 직접 만나 상대를 가늠해본다. 그녀는 협상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다. 이 장면에서 발자크는 두 사람이 실제로 나누는 대화 뒤에 이탤릭체로 이들이 내심 품고 있는 생각을 서술해두었다. 이 작품의 백미로 꼽을 수 있는 장면이다.


가마르가 사망하고, 트루베르가 주재하는 가마르의 장례식에 리스토메르 부부도 참석한다. 5개월 후, 트루베르는 트루아(Troyes)의 주교가 된다. 주교가 된 그의 기념 퍼레이드가 생-생포리앙을 지나쳐간다. 비로토는 테라스 의자에 앉아 이 대열을 바라보며 자신이 야심 찬 성직자 투르베르에게 완전히 패배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발자크는 결국 “독신생활에는 사람의 힘을 단 하나의 열정, 다시 말해 이기심에 집중시킴으로써 독신자의 영혼을 유해무익하게 만드는 폐해가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분석


발자크는 정열을 사회적 요소로 파악하고 있다. 발자크의 『인간희극』 서문에 따르면, 정열은 개인적, 사회적 원동력이자 파괴적 요인이 된다. 정열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의 흐름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정열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 정치적 변화와 밀접한 관계 하에 형성되고 발전되고 있다. 특권계급의 붕괴와 맞물려 새롭게 부상하는 부르조아 계급의 재화에 대한 광적인 탐욕과 신분상승 욕망은 발자크에게 당대의 현실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소재가 된다 하겠다. 그는 사회에서 점차 퇴색되어 가는 종교적 가치관과 부르조아의 물질주의적 가치관의 대조를 통하여, 후자의 폐단을 보다 극명하게 보여 준다.


이 소설에서 발자크는 인물의 특성을 결코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통속극의 함정을 피해 브로토 신부의 선한 성품과 서글픈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 작품 배경 / 줄거리 / 분석 모두 〈프랑스 현대소설사(Le Roman depuis La Révolution)〉(Michel Raimond 저, 김화영 역, 열음사)의 내용을 제 임의대로 압축해 줄거리 형태로 요약한 것입니다.

▶ 볼드 처리된 문장은 역자가 원작을 번역한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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