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생활연구 - 사생활정경 제7권
〈알베르 사바뤼스(Albert Savarus)〉는 1842년에 《르 시에클(Le Siècle)》 지에 연재된 장편 소설로, 같은 해에 퓌른(Furne)에서 『인간희극(La Comédie humaine)』의 「사생활 정경」으로 분류되어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처음에는 연재소설 형태였다가 원작 그대로 퓌른 초판으로 출판된 뒤,《수브렝(Souverain)》 출판사에서 발자크가 직접 수정한 최종 판본으로 출간되었다. 초판과 최종판의 주된 차이점은 여주인공의 이름이 로잘리(Rosalie)로 변경되었다는 것이다. 초판에서는 출판사 편집진의 의견에 따라 여주인공의 이름이 필로멘(Philomène)으로 변경되었는데, 최종판에서는 발자크가 한스카 부인(Mme Hanska)과의 사랑을 염두에 두고 애초에 선택했던 이름인 로잘리로 최종 변경되었다.
이 소설은 대부분의 내용이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군사 도시 브장송(Besançon)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펼쳐진다. 발자크는 1833년에 잠시 브장송을 방문했던 경험을 토대로 이 가상의 도시를 그려낸다. 다분히 자서전적인 이 소설은 발자크 본인과 한스카 부인의 사랑에서 강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특히 사랑에 대해서는 주인공 사바뤼스가 쓴 소설 〈사랑의 야심가(L'Ambitieux par amour)〉를 통해 액자소설 형식으로 상세하게 재현된다.
“브장송에서 가장 중요한 여성 인물”로 간주되는 바트빌(Watteville) 남작부인은 위압적이고 신앙이 독실한 사교계 명사로, 지역에서 가장 명성 높은 살롱(Salon) 중 하나를 장악하고 있다. 그 지역의 멋쟁이들 중에 아메데 실뱅 드 술라(Amédée-Sylvain de Soulas)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로잘리에게 마음이 있었지만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을 만큼 재정적으로 어려웠다. 그래서 그는 재치 있는 입담으로 먼저 남작부인을 공략한다. 여전히 매혹적인 바트빌 부인은 남편 바트빌 남작과 딸 로잘리(Rosalie)를 위압했는데, 로잘리를 위한답시고, 미련하고 출세 지상주의자인데다 어머니밖에 모르는 깊이 없는 아메데 드 술라와의 호화로운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때, 브장송에 배경이 알려지지 않은 영민하고 유능한 변호사, 알베르 사라뷔스(Albert Savarus)가 새로이 이주해온다. 그는 사라뷔스 백작의 사생아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사라뷔스는 로잘리에게 관심이 없었지만 로잘리는 그에게 매료된다. 배경이 알려지지 않은 이 신비로운 남자가 로잘리의 궁금증을 자아낸 것이다. 로잘리는 자신의 정치 이력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는 이 야심찬 남자를 남몰래 사랑하기에 이른다. 사라뷔스는 몇몇 대형 소송에서 승소함으로써, 그로 인해 이득을 얻은 지역 상인들의 신뢰를 얻으며 명성을 얻는다.
발자크의 대부분의 여주인공들과는 달리, 로잘리는 보다 강인한 인물로 그려지는데, 그녀는 아름다운데다 극도로 용의주도하기까지 하다. 로잘리는 사라뷔스가 그녀의 영지와 가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사랑하는 사람을 좀 더 효과적으로 염탐하기 위해 아버지에게 정원에 아름답고 작은 동굴을 지어달라고 청한다. 어머니는 로잘리의 의중을 눈치 채지 못하고 로잘리가 원하는 대로 해준다. 그렇게 지어진 정원의 작은 동굴은 이내 인근 귀족들에게 회자되고 경탄의 대상이 된다.
사라뷔스는 출판업에 뛰어들어 《이스턴 리뷰(Revue de l'Est)》라는 시사 잡지를 발행한다. 로잘리는 아버지 바트빌 남작을 졸라 이 잡지를 정기구독하게 한다. 그렇게 정기구독하게 된 이 잡지에서 로잘리는 사라뷔스가 연재하고 있던 단편소설을 읽게 된다. 〈사랑의 야심가(L'Ambitieux par amour)〉라는 제목의 이 소설은 주인공 로돌프(Rodolphe)와 젊은 이탈리아 공주의 사랑이야기이다.
〈사랑의 야심가〉에서, 젊은 두 남자가 스위스를 여행한다. 그들 중 한 명인 로돌프가 호수에서 배를 타다가 호숫가 어느 집의 창가에 서 있던 소녀에게 매료된다. 그는 즉시 그 마을에 머물기로 결심하고, 그 소녀에 대해 알아본다. 그는 마을사람들로부터 그 소녀가 영국인이고,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으며, 할아버지의 건강을 돌보기 위해 스위스로 왔으며 말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로돌프는 소녀의 집을 방문할 기회를 얻으려 애를 쓰다 결국 정원에 몰래 숨어들게 된다. 정원에서 그는 뜻밖에도 두 소녀가 이탈리아어로 대화를 나누는 소리를 듣는다. 사실 그들은 정치적인 박해의 표적이 되어 아무도 모르게 루체른(Lucerne)으로 피신한 정치적 망명자였고, 그 소녀의 이름은 프란체스카(Francesca)였으며 소녀의 할아버지로 알려진 노인은 사실 나이 많은 출판업자로 소녀의 남편이었다. 로돌프는 그들과 친구가 되고, 프란체스카와 순결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로돌프와 프란체스카는 이미 나이가 많은 그녀의 남편이 죽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결혼하기로 약속한다. 그러던 어느 날, 로돌프는 프란체스카의 남편이 복권되어 유배 생활이 끝나는 바람에 제네바로 떠난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이내 부부가 제네바(Genève)로 떠나자 로돌프도 그들 부부를 뒤따라 제네바로 간다. 로돌프는 제네바에 도착해서야 프란체스카가 실은 이탈리아 공주이고, 그녀의 남편은 공작 신분이라는 걸 알게 된다. 로돌프는 공작의 저택에 초대되고, 프란체스카와 남몰래 불멸의 사랑을 맹세한다. 그런 다음 로돌프는 세상에 나아가 명성을 얻기 위해 떠난다.
로잘리는 사바뤼스의 소설을 탐독하며 아무래도 실화가 아닐까 의심한다. 그러자 그녀는 맹렬한 질투심을 느낀다. 사랑에 빠진 여인의 호기심으로 로잘리는 사바뤼스의 하인을 속여 그의 편지들을 가로챈다. 그의 편지들 중에 이탈리아 공주에게 보내는 편지를 발견하고는 역시 실화였다고 확신한다. 로잘리는 이탈리아 공주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자 분노에 가까운 질투심을 느낀다. 또한, 사라뷔스의 정치적 야심과, 이탈리아 공주 프란체스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알게 된다. 로잘리는 그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나중에는 이탈리아에서 오는 우편물을 통째로 가로채고, 심지어는 변호사의 필적을 모방하여 공주로 하여금 사바뤼스가 선거운동에 지나치게 몰입해 열정을 다한 나머지, 공주에 대한 사랑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고 여기게 만드는 가짜 편지를 쓰기에 이른다. 이에 화가 난 공주는 알베르에게 아무런 소식이 없자 홧김에 재혼해버린다. 알베르가 국회의원이 되어 파리(Paris)로 떠나버릴까 봐 두려웠던 로잘리는 그의 정적들에게 그의 왕당파 과거를 폭로하는 것도 부족해, 그동안 사라뷔스의 편지를 가로채 읽고 알아냈던 그의 비밀들을 모두 폭로함으로써 그의 선거운동을 망쳐버린다. 그러자 선거전이 더욱 강경해지며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선거전에 임해야 할 처지에 놓이는데, 바로 그 순간에 사라뷔스는 프란체스카가 재혼했다는 갑작스런 소식을 접하고 브장송에서 자취를 감춘다.
그러자 로잘리는 한 사제에게 자신의 계략을 고해한다. 그 사제는 공교롭게도 사라뷔스의 친구였는데, 그는 로잘리의 고해를 듣고 아연실색하며 분노한다. 그는 로잘리의 끔찍한 운명을 예언한다. 사라뷔스는 공주를 찾아가 다시금 구애하지만 공주는 냉담하기만 하다. 그는 결국 모든 희망을 잃고 깊은 슬픔에 빠져 상심한 나머지 봉쇄수도원인 그랑 샤르트뢰즈 수도원(Grande Chartreuse)에 처박힌다. 로잘리로 인해 떠밀리다시피 수도원에 처박히게 된 이 젊은이는 나중에 레토레(Réthoré) 공작부인에게 로잘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기어이 자기 고집대로 밀고 나가고야 마는 이 놀라운 처자를 보세요! 이 여자는 사정거리 안에 들어온 한 남자, 알베르 드 사바뤼스가 제 스스로 샤르트뢰즈 수도원에 처박히도록 만들고야 말았어요. 이 여자 때문에 그 남자는 존재 자체가 부서져 버렸죠. 이 여자가 바로 브장송의 그 유명한 상속녀 바트빌 양(Mlle de Watteville)이랍니다.”
바트빌 남작이 사망하자 바트빌 남작부인은 아메데 드 술라와 재혼한다. 애초엔 딸 로잘리와 결혼시키려 안달했던 남자인데, 로잘리는 그와의 결혼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파리로 떠나버렸다. 로잘리로서는 브장송을 떠나 브장송에서 멀리 떨어진 자신의 영지에 처박히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로잘리는 자신의 죄책감을 프란체스카와 분담하기 위해 지금껏 자신이 가로챘던 편지들을 프란체스카에게 우편으로 돌려보내준다. 이를 받아 본 프란체스카는 비로소 자신의 냉담했던 태도가 알베르를 수도원의 정적으로 내모는 데 일조했음을 깨닫게 된다.
그 후로 매년, 로잘리는 그랑 샤르트뢰즈 수도원까지 성지순례를 한다. 그러다 1841년 선상 여행 중에 배의 증기 기관이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나 로잘리는 왼쪽 팔과 다리가 절단되는 끔찍한 부상을 입게 된다. 결국 사바뤼스 친구인 사제의 예언이 실현된 셈이다.
어떤 측면에서 로잘리는 〈사촌 누이 베트(La Cousine Bette)〉와 동일한 유형의 모략가에 속한다. 베트처럼 로잘리도 자기가 파놓은 함정에 자기가 빠지게 된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간 로잘리는 결국 엘리자베트 피셔(Élisabeth Fischer)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Besançon은 아마도 스탕달(Stendhal)에게도 매력적인 도시였던 듯하다. 10년 전에 발표된 스탕달의 소설 〈적과 흑(Le Rouge et le Noir)〉 역시 브장송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당시에 강력한 군사 거점이자 여러 수도회의 소재지였던 브장송은 도시 외곽이 온통 자연으로 뒤덮여 있어, 은폐된 열정을 비밀리에 양성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 작품 배경 / 줄거리 / 분석 : 영어판 위키피디아, 영어판 야후 〈발자크 인간희극〉 번역
▶ 볼드 처리된 문장은 원작의 표현을 그대로 번역해 인용한 문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