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살림

풍속생활연구 - 사생활정경 제9권

by 글섬


작품 배경


〈이중 살림(Une double famille)〉은 1830년에 〈정숙한 여인(La Femme vertueuse)〉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출판되었다. 그 후 1832년에 《마담 에 들로네-발레(Mame et Delaunay-Vallée)》에서 『인간희극(La Comédie Humaine)』의 「사생활 정경(Les Scènes de la vie privée)」으로 분류해 출간되었다. 1835년에는 《마담 베쉐(Mme Béchet)》에서 「풍속 연구(Les Études de mœurs)」로 분류해 출판되었고, 1842년에 5번째 출판 시에야 비로소 「사생활 정경」의 제1권으로 분류되어 지금의 최종 제목을 얻게 되었다.


이 소설은 2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어떤 의미로는 정당화된 불륜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두 개의 가정과 두 개의 삶이 각각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한다. 처음부터 〈페라귀스(Ferragus)〉의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배경이다. 빈민가 누추한 집에 한 노파가 창문을 열어둔 채 일을 한다. 집 앞을 지나가는 행인들이 창문 너머로 노파의 천사 같은 딸을 알아챌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신앙심이 깊은 아내와 불행한 부부생활을 하고 있던 그랑빌(Granville) 백작은 이 처녀와 사랑에 빠진다.


발자크(Balzac)는 신앙심에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고, 그가 즐겨 사용하는 전제에 따라 귀족 집안의 실내 장식을 파리 빈민가의 더러운 실내에 대조시킨다. 또한, 그가 즐겨 사용하는 또 다른 전제인 “회색 빛”의 아기자기한 장식을 귀족 특유의 실내장식과 대비시킨다. 그랑빌 부인의 집은 그녀의 이미지 그대로이다. 모든 게 “무미건조”하고, “엄정한 격식”“한 치의 오차 없이 정확한 규격”을 갖추고 있다. 그에 반해 빈민가 회색빛의 집안은 즐거움과 온기의 장소이다.


이야기는 별개의 여러 에피소드로 나뉘어 있다. 때로는 여러 해에 걸쳐 개별적으로 전개되는데, 장(章)이나 별다른 구분은 따로 없다.




첫 번째 에피소드


마레(Marais) 지구의 투르니케 생 장(Tourniquet-Saint-Jean) 거리에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 가난한 여인과 그녀의 딸은 온종일 바느질을 하고 자수를 놓는다. 가난한 생활에도 불구하고 활기 넘치는 모녀는 시종일관 창문을 활짝 열어둔 채 가끔씩 지나가는 행인들을 관찰하며 즐겁게 일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모녀의 창가로 낯선 사람이 몇 번씩 왔다 갔다 하고 있다는 걸 모녀는 알아차린다. “키가 크고, 마르고 창백한 얼굴에 검은 옷을 입고” 있는 우울한 표정의 이 청년은 매일 모녀의 창가를 지나가고, 어머니는 매력적인 딸이 마침내 그 남자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는 걸 감지한다. 그는 딸에 대해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더니, 어느 날 모녀의 빈곤을 간파하고 창문으로 지갑을 던져주고는 사라진다. 이를 계기로 그는 모녀와 친분을 맺게 된다. 그의 이름은 로제(Roger)였다. 딸의 이름은 카롤린 크로샤르(Caroline Crochard)로, 나폴레옹 전쟁에서 아버지를 잃고 시대의 정치적 격변으로 인해 파산했다. 로제는 카롤린과 함께 산책을 나간다.


두 번째 에피소드


그리고 몇 년이 지나, 1816년 9월이다. 카롤린은 사랑이 넘쳐흐르는 아파트에 로저와 두 아이와 함께 풍요롭게 살고 있다. 동화처럼 살고 있는 이들 부부는 사실 로제가 직업상의 이유로 자주 집을 비우곤 했다.


세 번째 에피소드


그로부터 십여 년 전, 1806년에 젊은 판사 그랑빌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소꿉친구였던 앙젤리크(Angélique)에게 청혼했다. 결혼은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젊은 아내는 그녀의 어머니의 영향으로 완고하고 편협한 신앙생활에 집착했다. 아내의 이 가혹한 신앙심은 너무도 신실한 나머지 결혼 생활을 악화시키고 모든 사교 활동을 거부하더니 결국엔 남편의 금욕 생활로 귀결되었다. 앙젤리크는 출세 지향적이고 위선적인 사제 파농(Fanon)에 복종하여 모든 걸 그의 뜻에 따랐다. 부부관계가 점차 악화되더니 결국엔 사회적으로 꼭 필요할 때만 잠깐씩만 대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불행한 결혼생활에 지친 로제 드 그랑빌(Roger de Granville)은 점점 더 밖으로 떠돌게 되었다.


네 번째 에피소드


캐롤린의 어머니가 오래전부터 앓고 있던 지병으로 사망한다. 이를 계기로 파농이 로제 드 그랑빌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다. 파농은 부랴부랴 그의 후견인 앙젤리크에게 그랑빌의 내연녀를 귀띔해준다. 앙젤리크는 계속 망설이다가 결국 어느 날 갑자기 불륜 사실을 확인하러 나타난다. 그제야 로제는 아내에게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으며 남은 생을 함께 하고 싶지 않다고 고백한다.


다섯 번째 에피소드


1829년, 소설이 시작되었던 장소와 동일한 지역인 마레 지구의 투르니케 생 장 거리에 침울한 얼굴의 로제가 홀로 길을 걷고 있다. 카롤린은 그를 떠나 원래의 집으로 돌아가 살고 있다. 그 사이 냉소적으로 변한 로제는 길에서 카롤린의 이웃사람과 우연히 마주친다. 그를 통해 캐롤린의 곤궁한 처지를 알게 된 로제는 처음엔 그녀를 도와주고 싶어 하지만 결국엔 포기한다. 그때 그의 아들 외젠(Eugène)이 갑자기 그를 찾아와 그날 저녁에 친구 집에서 절도를 하다 체포된 새파랗게 젊은 녀석이 로제의 아들이라고 우기고 있다고 전한다. 로제가 이름을 묻자 외젠은 샤를 크로샤르(Charles Crochard)라는 녀석이라고 알려준다. 그러자 로제는 잠시 침묵하더니 그의 아들이 맞는다고 시인한다. 그리고는 외젠에게 상당한 액수의 돈을 주며 샤를을 위해 써달라고 부탁한다. 그는 사실 내일 이탈리아로 떠날 참이라고 말하며 외젠에게 마지막으로 자신이 체득한 진심 어린 조언을 남긴다. 장차 결혼을 하게 되면 반드시 결혼 전에 먼저 아내가 될 사람의 성격이 어떠한지 오랫동안 지켜보며 잘 알아보라고. 잘못된 결혼은 평생 끔찍한 불행으로 이어진다고.




분석


발자크는 이 소설의 등장인물인 그랑빌을 이후 작품에서 재등장시키는, 소위 “인물 재등장” 기법을 다시금 사용한다. 1839년에 집필을 시작했던 〈음모(Une ténébreuse affaire)〉에서는 그랑빌(M. de Granville)의 정치적, 직업적 측면만 집중 조명되고, 〈창녀들의 영광과 비참(Splendeurs et misères des courtisanes)〉에서는 청렴한 사법관의 그랑빌이 다시 등장한다.


이 소설은 발자크의 젊은 시절 작품이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에 비해 중요성이 떨어진다고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극적인 구성은 매우 현대적이고, 이 현대적인 극적 구성에다 발자크는 여성들의 인물화가로서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카롤린은 젊고 매혹적이고 쾌활한 모습인 반면에 앙젤리크는 냉담하고, 위선적인 사제의 잘못된 영향으로 극단적인 신앙생활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장차 촉발될 종교 과잉에 대한 비판들의 전조가 된다. 이 소설은 분명 단편이긴 하지만 『인간희극』에서 강렬하고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 작품 배경 / 줄거리 / 분석 : 프랑스어판 위키피디아 번역

▶ 볼드 처리된 문장은 원작의 표현 그대로 번역해 인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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