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따듯해야 배가 안 아파

by 홍탁

초딩 2학년 아들이 등교를 앞두고 새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고개를 갸웃거린다. 저 딴에는 심각해보여 넌지시 물었다. 왜? 수줍어서? 그래서 그런 거야? 아이는 잠시 머뭇거리다, 아니 아빠! 선생님이 애들이랑 잡담하지 말라셨어. 밥 먹을 때도, 쉬는 시간에도.

그렇구나. 장난도 치고 뒹굴고, 적어도 이름이라도 서로 불러야 친해질 텐데. 그냥 짠해서 저녁 먹고 배드민턴을 치자 했다. 사실 퇴근 해서도 컨디션이 분명 안 좋았다. 그래도 아이가, 아빠 이게 꿈이야 생시야~ 하며 쳐다보는데 내 굳어진 볼에도 별안간 생기가 도는 것이다.


공원 운동장, 별 뜬 밤하늘로 힘껏 야광셔틀콕을 올려보냈다. 아빠 더 높이!! 어~ 어떻게 한거야? 아이가 고개를 휙 젖히고 하강하는 공을 바라본다. 운동이 끝날 즈음 아이는 공원 옆 중학교 건물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아빠, 여기가 형아 다닐 학교야? 그렇다. 형은 이제 훌쩍 커서 예전처럼 잘 놀아주질 않는다. 형은 맨날 저리 가래 하며 볼멘소리가 늘었다. 그래도 형은 아우의 우상 아닌가.


아이가 잠자리에 들기 전 아빠를 부른다. 자리가 넉넉하다며 누워보란다. 배는 괜찮아? 주말 내내 복통과 구토로 힘들어한 걸 보면서 아이는 안절부절했단다. 엄마한테 어서 화장실에 들어가보라고 어떡하냐고 발을 동동 굴렀단다. 이불을 착착 펴서 아빠 배를 덮어주는 여린 손에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그 옛날 아버진 늘 내가 밀쳐낸 이불을 새벽녘이면 꼭 다시 덮어주곤 하셨다. 아빠, 배가 따듯해야 배가 안 아파.

그러고는 아이는 잠이 들었는지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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