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퍼붓다 잠시 숨을 고르던 날이었다. 잔뜩 찌푸린 구름은 언제든 물을 뿌린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현관문이 열리고 물에 빠진 생쥐 마냥 머리가 달라붙은 효준이가 들어섰다. 얼굴이 흠뻑 젖었지만 눈가에 흐르는 건 빗물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야?” 조심스레 물었다. 아이는 아빠의 말에 대답하기는 하는데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들썩이는 아이의 등을 잠시 쓰다듬어주었다.
공원에서 동네 아이들과 물총 싸움을 하다가 5학년 누나에게 흠씬 얻어맞은 것이다. 누나는 이미 왈가닥으로 소문난 친구였다. 누나가 공원 화장실의 변기물을 담아 쏜 것이 싸움의 발단이었다. 효준이는 저항했고 화를 냈다. 누나는 반성하지 않았다. 효준이는 바닥에 떨어진 물총을 저만치 차버렸다. 누나는 곧장 달려와 신발을 벗어들고 효준이의 뺨을 때렸다. 효준이도 발길질을 했다. 아이들은 이 격렬한 싸움을 말리기도 하면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까 효준이는 억울해했다. 그래도 상대는 여자이니까 거세게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사과하려던 찰나에 얻어맞은 것이다. 웬만하면 아이들 싸움에 어른이 나서지 않으려고 했지만, 아이 손을 잡고 공원으로 나갔다.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던 누나를 불렀다. 자초지종을 듣기도 전에 누나는 효준이를 몰아붙였다. 니가 먼저 그러지 않았냐고, 말문을 막아버렸다. 우선, 둘이 치고받은 행동에 대해 서로 사과하도록 했다. 그리고 누나에게 말해주었다. “네가 여기서 가장 큰 누나이잖니. 다음에 동생들과 놀게 되면 잘 이끌어주면 좋겠다.” 누나는 조금 누그러지는 듯했다.
“음, 그리고, 효준이는 너한테 먼저 사과하고 싶었다고 했어.”
누나는 여동생과 함께 있었다. 여동생은 언니가 좀 심했다고 중얼거렸다. 갑자기 하늘에서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자매가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것 같아 우리가 썼던 우산을 건네주었다. “감기 걸릴라, 이 우산 쓰고 얼른 집에 가.” 누나와 동생은 감사하다고 말한 뒤 집으로 뛰어갔다.
우리도 집에 돌아왔다. 비를 세차게 맞으면서. 집에 와서는 따듯한 물로 효준이를 샤워시켜주었다. 오랜만에 머리도 감겨주고 헤어드라이로 말려주었다. 아이가 방으로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 살짝 방을 들여다보았다. 새근새근 잠든 모습이 얼마나 평화로운지. 누운 아이의 발이 침대 끝으로 더 다가선 것 같았다. 어제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