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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선 Jan 13. 2022

실업급여

 처음으로 고용센터에 가봤다. 다양한 연령대의 실업자들이 번호표를 뽑고 의자에 앉아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번호가 불리고 담당 직원 앞에 앉았다. 옆에는 50대로 보이는 남성 실업자와 30대로 보이는 여성 직원이 있다. 그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고용센터를 가득 채운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선생님. 워크넷에서 구직 등록을 먼저 하셔야 합니다.”

“아니이 워크넷이 뭐냐고! 아가씨가 그냥 여기서 해줘요.”


 말을 주고받을수록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고용센터를 가득 채웠다. 내 앞에 앉은 직원은 이런 일이 자주 있는 듯 태연하게 자신의 일을 처리했다. 나와 나이대가 비슷해 보이는 직원의 고됨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50대의 실업자에게 인터넷이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대부분의 신청과 절차가 인터넷으로 이뤄지는데 인터넷이 익숙하지 않은 실업자에게는 막막한 과정일 것이다. 자녀가 있다면 자녀의 눈치를 살피며 신청 방법을 물어보거나 자녀가 없다면 일단 고용센터에 오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 다툼은 “공무원이 이렇게 민원을 처리하면 안 되지!” “저 공무원 아니거든요?”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내 앞에 앉아있는 직원은 묵묵히 나의 민원을 처리한 뒤 여권 크기의 작은 수첩을 주었다. 그 수첩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간, 실업급여 금액 등이 적혀있었다. 일정 기간 내에 구직활동을 하거나 인터넷 강의, 직업심리검사 같은 구직 외 활동을 하고 실업급여 신청을 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실업급여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었다. ‘실업급여 꿀이지.’ 같은 달달한 감탄사 정도. 설레는 마음도 잠시 실업급여를 타기까지는 꽤 지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퇴사한 후 회사는 근로복지공단에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신고’를 한다. 피보험자? 여기서 잠시 눈이 흐려졌으나 찬물 세수하자. 피보험자의 피(被)는 입다. 당하다는 뜻으로 보험 혜택을 받는 노동자를 말한다.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사람이 비자발적 퇴사로 자격이 상실되었을 때 받게 되는 게 실업급여다. 회사가 신고해야 실업급여 신청이 가능하다.  회사가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신고'를 마치면 그 이후에 '워크넷'이라는 홈페이지에서 이력서를 작성하면 된다. 워크넷은 고용노동부에서 만든 구직 사이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고용보험 홈페이지에서 '수급자격 신청자 온라인 교육' 수강 후 '수급자격 신청서'를 인터넷으로 제출한다. 이 모든 걸 한 뒤 2주 이내 거주지 관할 고용센터에 방문해야 한다. (헉헉) 실업급여 신청을 처음 해본 사람이라면 헤매기 딱 좋게 혼란스럽다.


비자발적 퇴사를 거쳐 실업자 신분으로 간 고용센터까지. 내가 사는 동네는 그대로인데 나는 새로운 시간에 새로운 장소를 가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일꾼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간 지 오래. 형형색색 가방을 멘 초등학생들도 한바탕 하교를 마친 애매한 평일 오후. 분리수거를 정리하는 경비원, 가벼운 폴리에스테르 재질의 가방을 메고 굽은 허리를 하고 시장을 향하는 할머니, 제일 따듯한 볕을 찾아 낮잠 자는 비둘기들, 빛바랜 듯한 고용센터 사무실. 그리고 건물과 비슷한 색으로 빛바랜 듯한 사람들. 50대의 남성 실업자는 무사히 실업급여 신청을 마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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