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 증명

독서

by 선 화
최진영, <구의 증명>, 은행나무 출판, 2023년.


이것은 사랑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

왜 이 둘은 서로를 사랑하지?

그러나 점점 납득이 됐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던 순간과도 비슷했기 때문이다.


기다림이었다.

기다려지는 사람이었다.

다시 내 앞에 나타날 것이라고,

지금 만나지 않으면 영영 보지 못할 것이라고,

불안하지만 확신한다.

확신하지만 불안하다.


담이는 기다림 끝에 구를 다시 만난다.

그리고 극악의 불행함 속에서도 서로만 있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아니,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아니다.

함께라면 불행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이다.

그러나 결국엔 구의 죽음으로

그 희망마저 잃게 된다.


담이는 구를 먹는다.

잘근잘근 씹어먹는다.

구는 그런 담이를 바라본다.


희망을 외면하지만, 희망으로 살아가는 둘.


구는 죽어서 평생 담이를 기다리고,

담이는 죽어버린 구를 평생 기억하며 살아가야 한다.


나도 우리가 다시 볼 수 있을 거라고,

다시 손을 잡고 그 거리를 걸을 수 있을 거라고,

다시 눈을 마주치며 웃을 수 있을 거라고

희망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너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 이 이야기는 죽어서 서로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여전히 희망이 남아있는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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