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4. 건축 시공과 관련된 궁금증
-홈트리오 건축가 3인방이 전하는 집짓기 입문 필독서-
저자 : 이동혁, 임성재, 정다운
세라믹 사이딩이라는 키워드로 제목을 달았지만 꼭 세라믹이 아니더라도 일본에서는 사이딩류처럼 벽 하지에 끼우거나 거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전원주택을 비교해보면 특징적인 부분이 있는데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 가로 직사각형 배치와 세로 직사각형 배치
2. 외부 디자인의 차이
3. 외장재의 차이
가까운 나라인 일본이지만 생각보다 주택과 관련된 자료가 거의 전무합니다. 저도 대학교 때 공부했던 일본 주택의 자료들이 아직까지도 거의 그대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니 얼마나 자료가 인터넷 상에 없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일본식 주택을 검색해봐도 아마 나오는 것은 한국에서 지은 일본식 젠 스타일의 건축물일 뿐일 거예요. 일본의 주택의 특징이나 왜 저렇게 지어야 했는지에 대한 자료는 그동안 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오늘 글에서는 일본이 짓는 건축방식과 한국이 짓는 건축방식에 차이점을 알아보고 무엇이 더 좋다고 보다는 왜 그렇게 지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살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1. 가로 직사각형 배치와 세로 직사각형 배치
한국 건축물과 일본 건축물이 다르게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의외로 땅에 있습니다. 한국은 가로로 긴 직사각형 형태나 정사각형 형태로 땅을 분할합니다. 그리고 남향의 마당을 둔 상태에서 북쪽으로 집을 앉히죠. 일본은 땅의 분할이 세로로 긴 직사각형 형태로 되어있습니다. 한국과는 달라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일본집을 보면 세로로 긴 평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각 나라별 도시계획과 연관이 되어 있을 거예요. 깊이 들어가면 너무 복잡하니 '아! 한국과 일본의 땅 분할 기준이 다른가 보구나' 정도로 인지만 하시면 되세요.
땅의 폭과 너비가 다르다 보니 당연히 설계 공간 기법도 다르게 적용되겠지요. 한국은 좌, 우로 넓게 펼치는 평면이 일반적이지만 일본은 협소 주택처럼 오밀조밀하게 남, 북으로 공간을 구성하는 설계안들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설계도면을 보고 일반적이다라고 생각해서 일본의 도면을 벤치마킹해 집을 짓는 분들이 간혹 계세요. 개인 취향이기는 하지만 아마 생각보다 불편해서 못 사실 거예요. 동선 구성이 완전히 다르거든요. 한국인은 아파트라는 평면에 이미 모든 라이프스타일이 적응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특색 있게 한다고 다른 나라의 동선 구성을 들고 온다면? 네, 처음에는 신기해도 조금만 살다 보면 불편해서 못 살 거예요.
국내에서 협소 주택과 땅콩주택이라고 불리는 주택들이 초기에 반짝 인기를 끌었다가 지금은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특히 스킵플로어라고 하는 반층씩 올라가면서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은 협소 주택에서 주로 사용되었는데. 이 방식이 처음에는 분명 새롭게 느낄 수도 있지만, 벽을 치는 것이 아닌 계단실을 통해 공간을 구분하는 방식이어서 조금만 사용해보면 어색한 불편함을 느끼실 거예요.
2. 외부 디자인의 차이
일본 주택은 특징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한국처럼 디자인이 다양하지 않아요. 특히 단열적인 부분에서는 관심을 크게 두지 않습니다. 정말 추운 지역이 아니라면 창도 얇은 프레임에 단창을 쓴 것을 쉽게 볼 수 있을 거예요.
일본 주택은 지진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모든 자재들도 지진 시 떨어지지 않는 마감자재들로 되어있고, 타일 종류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죠. 패널 종류로 대부분 걸거나 고정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특히 화장실은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일 거예요. 바닥까지 모두 한 판으로 제작하여 감싸버리거든요.
진동에 의한 크랙을 미연에 방지해 놓은 방법이다라고 생각하시면 편하세요.
일본의 대표적인 주택 스타일을 우리는 젠 스타일이라고 통칭하여 부릅니다. '젠'은 '선'의 일본식 발음입니다. 동양 여백의 미를 살리며 절재 미와 심플함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세요.
20세기 후반 동양의 전통적인 스타일과 서양의 멋, 그리고 현대의 미니멀리즘이 혼합된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들이 봤을 때 가장 큰 한국 주택과의 차이점은 자연과 여유라는 테마인데요. 전통적인 느낌과 자연 친화적인 느낌이 섞이면서 오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철근콘크리트와 빨간 벽돌이 주를 이뤘던 세대이다 보니 자연적인 느낌보다는 인공구조물의 느낌이 강하죠.
현대에 와서는 다양한 취향이 섞이면서 중구난방이 된 느낌이긴 한데... 한국은 개성을 좀 더 중요시하고, 일본은 조화를 중요시한 것이 외부 디자인의 특징으로 발현된 것 같습니다.
3. 외장재의 차이
이번 글의 주제가 담겨 있는 키워드입니다. 세라믹 사이딩이 대세인 이유.
한국에서도 세라믹 사이딩을 많이 사용하기는 하지만 압도적인 외장재는 벽돌입니다. 쌓는 벽돌 또는 파벽돌이 한국사람이 가장 선호하는 외장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지어지고 있는 집들 중 70% 이상은 벽돌로 외장 마감을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일본 주택 중 벽돌 마감 집을 본 적이 있나요? 있다 하더라도 그 벽돌을 쌓거나 붙이는 것이 아닌 하지 틀에 끼워서 시공한 벽돌일 것입니다.
일본은 지진 때문에 기본적으로 쌓거나 붙이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땅이 떨리는 순간 크랙이 가거나 다 떨어져 버릴 것이거든요.
벽돌이 떨어진다는 뜻은 길가다가 그 벽돌이 떨어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과 같겠죠. 또한 수시로 일어나는 지진인데 그때마다 계속 유지보수를 할 수 없어요.
그래서 일본은 기본적으로 모든 외장재를 틀에 끼워 고정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자재가 세라믹 사이딩인 것입니다. 세라믹 코팅을 한 자재를 사이딩처럼 끼워 시공하는 방식이에요.
오염이 적고 깨끗한 느낌을 주며, 질감 패턴이 다양해서 원하는 느낌을 디자인적으로 구현 가능합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수입자재이다 보니 싸지 않습니다. 벽돌보다 단가가 비싸며, 하지 작업 후 끼우고 고정하는 방식이라 시공비가 더 비쌉니다.
아마 단일 외장재 중 가장 비싼 금액을 자랑하지 않을까 싶네요.
세라믹 사이딩은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무작정 박스형 건물에 세라믹 사이딩을 시공해 버리면 조립식 주택이나 창고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지붕의 디자인이 매우 중요하며, 전체적인 창과 디자인을 조화롭게 구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비싼 외장재 써 놓고 창고처럼 보이는 것을 원하시나요?
그냥 붙인다고 좋아 보이는 것이 아닌 꼭 지붕과 창문, 그리고 매스와의 조화를 고려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