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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지 Oct 20. 2020

1인가구 무쇠팬 고르기

만만한 선택지_05 무쇠팬

사용하고 싶은 물건이 많은 인간이 고른 쓰레기를 덜어낸 만만한 선택지.


05 무쇠팬


몇 년째 쓰던 코팅 프라이팬이 다 닳아빠졌다.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엔 버리고는, 이사 갈 때까지 짐 늘리기 싫어 에어프라이어와 전자레인지로 끼니를 때웠다. 하지만 그 옛날부터 팬으로 요리하는데 다 이유가 있다. 제대로 된 밥을 해먹을 수가 없어 끼니를 밖에서 때우고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음식이 죄다 들러붙어 이제는 정말 버려야 하는 타이밍에도 쓰레기를 버리는 죄책감에 괜히 더 써보다가 코팅이 벗겨지는 게 눈으로도 보이면 뉴스와 각종 매체에서 숱하게 나오는 환경호르몬 이야기가 자동 재생된다. 이제는 매번 프라이팬 바꿔야 하는 사이클을 벗어나 평생 쓸 하나의 팬이 갖고 싶어 졌다.

 

보통 지속 가능한 조리기구로 재활용이 가능하고 내구성이 좋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와 무쇠를 꼽는다. 요즘은 천연자원인 티타늄도 나온다는데 상당히 고가인 데다가 국내에는 거의 티타늄 코팅으로 나와 찾기 힘들다.


그럼 이제 스텐과 무쇠 중 무얼 살까 고민인 것이다. 무쇠는 관리가 어렵고 스텐은 요리가 어렵다. 대신 무쇠는 산성음식과 반응하기 때문에 가령 토마토파스타나 화이트 와인이 들어가는 요리는 맛이 괴상해진다. 비단 처참한 결과는 무쇠뿐만이 아니다. 간장계란밥 해 먹겠다고 스텐 팬에 계란 프라이 하나 했다가 설거지옥을 경험할 테니 말이다.


이리저리 1인 가구에 어울리는 직경 20cm 즈음의 팬을 찾다 보니 스텐과 무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고민은 단순하게 종결됐다. 유리 손목인 나에게는 양수, 양쪽 손잡이가 필요했고 (보통 스텐이 더 가볍지만 어차피 나에겐 둘 다 무겁다) 스텐 팬은 직경 28cm는 되어야 양수 프라이팬이 나올까 말 까라 선택지는 무쇠뿐이었다.


하지만 무쇠로 결정하고 나니 한 번 더 역경이 찾아왔다. 



무쇠 vs 에나멜 코팅 무쇠


무쇠는 사용하기 전에 기름칠도 해줘야 하고 습기 관리도 해줘야 하고 기름칠 후 살짝 구워주는 시즈닝도 해줘야 한다. 음식이 들러붙기 쉽고 녹이 잘 슬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오일막을 만들어줘야 하는 일련의 귀찮은 과정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무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에나멜 코팅이 나왔다. 우리가 흔히 아는 르쿠르제나 스타우브의 반짝반짝하고 다양한 색상의 주물들은 다 이 에나멜 코팅이다. 해외자료를 찾아보니 이 에나멜 코팅에 대해서 인체에 좋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제작과정이 믿을만한 브랜드에서 비싼 거 사야 한다는 의견으로 마무리되기도 한다. 아직까지 확실하게 '그렇다'할 단서가 없는 듯.


대신 꼬박꼬박 시즈닝 하는 귀찮음을 벗어나 에나멜 코팅 무쇠 팬을 만난다면 고이고이 모셔줘야 한다. 어디 부딪히면 안 돼. 떨어트려도 안돼. 음식은 불맛이지만 강불안돼. 에나멜 코팅은 대부분 벗겨지는 게 아니라 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나멜 무쇠냄비 브랜드의 본고장에서는 리코팅 서비스가 존재한다. 국내에서는 해외 본사까지 보내는 과정이 복잡하고 오래 걸리기 때문인지 르쿠르제와 스타우브의 경우 보상판매를 해주고 있다. 코팅이 깨진 냄비나 팬을 가져오면 동일상품을 50%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리코팅해주는 업체로 코씨와 800도씨가 있다.(찾아보면 더 있을지도) 코팅이 깨지면 마음도 깨져서 너덜너덜하겠지만 리코팅 시 기존 코팅을 싹 벗겨내고 다시 에나멜을 입히기 때문에 색상을 바꿀 수 있다. 이건 좀 설렌다.


손이 많이 가지만 막 다뤄도 좋고 쓸수록 매끈해지는 무쇠와 비싸고 이쁘고 소중한 에나멜 코팅 무쇠 중 갖고 싶은 것들로 눈 반짝이며 찾아봈다.



�논코팅 무쇠 주물팬



안성주물

안성주물 X 예올 팬 17cm (뚜껑 선택)

국내 제품  외경 17cm 무게 2.6kg / 80,000원 (뚜껑 50,000원) / 바로가기

실컷 양수 찾는다고 해놓고 첫판부터 장난질이냐고? 하지만 이쁜 걸 어떡합니까. 안성주물X예올 라인은 100년이 넘는 역사 동안 4대가 수작업으로 전통의 명맥을 이어온 안성주물과 재단법인 예올이 함께한 올해의 장인 프로젝트. 경기도 무형문화재 45호 3대 김종훈 주물장과 다자이너 최정유의 작업물이다. 현대적인 해석이 들어간 무형문화재의 작품이라니. 이미 소장가치와 함께 사야 한다는 합리적인 이유가 생긴다. 뚜껑이 있는 원형 팬은 13cm와 17cm가 있는데 뚜껑은 개별구매이므로 가격 부담을 조금 덜 수 있다. 



스켑슐트

트래디셔널 깊은 프라이팬 24cm

스웨덴  외경 24m 내경 20cm 무게 2.05kg / 169,600원 / 바로가

이번엔 스웨덴 장인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에그팬과 팬케이크 팬으로 로망의 키친툴 되어버린 스캡슐트. 트래디셔널 라인은 손잡이가 붉은 너도밤나무로 되어있는데 목재 자체가 워낙에 견고하고 튼튼해서 공구로 작업하기도 힘들다고- 보통 솜씨로 만든 손잡이가 아니란 말씀. 대신 손잡이가 나무임에도 불구하고 무게가 꾀나 나간다. 월넛과 스텐 등 손잡이는 다양하니 원하는 디자인을 고르기 좋다. 대신 논코팅 무쇠 중 고가라는 점... 



롯지

쉐프 스킬렛 10인치

미국  외경 25.4cm 무게 2.3kg / 내열 미트(손잡이 커버) 포함 47,700원 / 바로가기

역시 그 옛날부터 함께 해온 조리기구이다보니 무쇠 브랜드의 역사가 다들 100년씩은 너끈하다. 미국의 롯지또한 물론이다. 캠핑족들이 사랑하는 브랜드인 만큼 아주 조그만 팬부터 캠프용 더치오븐까지 다양한 형태의 팬들이 많다. 대중적인 브랜드라 핸들 손잡이나 스크러버 등 다양한 액세서리들도 따로 나온다. 마끈으로 롯지팬 핸들 감싸는 법까지 여기저기 공유하는 사람들도 많고 말이다. 현재 롯지팬은 10인치부터 양수로 나온다. 양옆에 주둥이들이 있어서 음식을 담거나 기름을 버릴 때 유용한 디자인. 논코팅 무쇠를 처음 시도해본다면 만만한 선택지가 아닐까 싶다.


  



에나멜 무쇠 주물팬



스타우브

더블 핸들 프라이팬 20cm

프랑스  외경 20cm  내경 17.6cm  높이 5cm  무게 1.47kg / 120,000원 / 바로가기

주물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아닐까. 차분한 색상을 잘 뽑아내는 스타우브. 냄비 한 개를 만드는데 1주일이 걸리며 그 작업에 스무 명이 넘는 사람의 손을 거쳐 탄생한다고. 깊이를 보면 소테 팬 같으면서도 생김새를 보면 냄비 같은, 그 중간에 있는 디자인이다. 국물이 자작한 볶음이나 전골류를 자주 한다면 손이 갈 디자인. 넓적한 전을 구울 때 뒤집개가 들어갈 각도가 안 나와서 애를 좀 먹을 형태다. 스타우브는 실물이 훨씬 이쁘니 직접 가서 보고 사고, 택배박스 쓰레기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 거기다 무거워서 한 개씩만 사게 되는 매직.



무쎄

프라이팬 22cm Y브릿지

한국  내경 22cm  무게 1.8kg / 109,000원 / 바로가기

한식 전문 무쇠 브랜드라고 자부하는 무쎄. 실제로 냄비나 웍이 가마솥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들이 많다. 무쎄는 10년간 에나멜 코팅을 다시 입혀주는 '라이프 리컨디셔닝 프로그램'을 자체 운영하고 있다. 제품 사이즈마다 3~5만 원대 가격으로 하나의 팬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이 프라이팬은 안정감 있는 Y자 손잡이와 플랫한 디자인이 맘에 든다. 팬의 벽과 바닥이 거의 일자로 떨어지고 3cm의 낮은 깊이라 식빵 구울 때 제격일 듯- 모서리가 둥근 아이들은 그 부분만 식빵이 노릇해지지 않거나 빵끝이 탄다고요.


 


르쿠르제

시그니처 스킬렛 20cm

프랑스 내경 19cm 무게 알 수 없음 / 157,000원 / 바로가기

프랑스 주방용품을 보면 하나같이 알록달록 이쁘다. 개중 선명한 컬러와 존재감이 넘치는 르쿠르제. '바로 그 주물'이라는 브랜드의 이름과 함께, 녹인 쇳물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그러데이션 오렌지 색상 'flame'이 가장 유명하다. 그러데이션 된 색상은 나의 취향이 아니라 쨍한 체리 레드 스킬렛을 뽑아왔다. 하지만 나는 캐러비안 블루 색상을 샀다는 사실. 매장에 쭈그려 앉아 색상을 고민하다 결국 캐러비안 색상을 샀지만 알록달록한 색상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빨간색이 아주아주 탐났다. 정말 이쁘다. 베이컨 4줄 정도 올라가고 새우 12마리 정도의 감바스를 하기 딱 좋은 사이즈다. 둥근 손잡이 부분이 커서 실리콘 손잡이를 끼고도 안정감 있게 들 수 있다. 들고 가다가 발등이 깨질 일은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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