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물건이 쓰레기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나의 잡다구리들
항상 사고 싶은 물건이 많고, 그것들을 찾아보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쓰레기는 만들고 싶지 않다. 이번엔 이런 두 개의 자아가 서로 싸워가며 고른 나의 생활 물건들을 보여주려고 한다.
제로 웨이스트 실천방법의 대표주자 장바구니와 텀블러를 기대했을지 모르겟지만 1인 가구의 급작스러운 장보기는 몇 가지 되지도 않아 그냥 가방에 때려 넣고, 통근시간 도보 10분인 회사가 곧 생활권자인 나는 목이 마르면 집이든 회사든 뛰어가서 마시면 될 일이라... 아쉽게도 평소에는 장바구니와 텀블러는 가방에 잘 없다.
1. 순한글 '아름다운' 에코백 / 면 100%
5년 정도 전에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 산 에코백. 원하는 색상이나 소재의를 고르면 순한글 레터링을 프린팅 해주는 곳이었는데, '아름다운' 순한글 표기가 이뻐 보여서 선택했었다. 오래돼서 구매내역도 조회되지 않더라. 다시 사고 싶어도 찾을 수가 없다.
영국 환경청은 포장가방의 수명 주기 평가에서 에코백은 최소 131회 사용해야 일회용 비닐봉지보다 환경영향이 적다고 했다. 131번이면 완전 가능하지~하고 내심 뿌듯했는데, 2018년 덴마크가 최소 7100회를 사용한 뒤 버려져야 면화를 생산하면서 발생시킨 오염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7100회라니, 포장가방에 대한 기준이긴 하지만, 매일 들고 다닌다는 가정 하에 무려 19년을 사용해야 한다. 밑단에 구멍이 조그맣게 여러 개 났는데 14년은 더 써야 하니 얼른 꼬매 줘야겠다.
2.CORCO 코르코 안경 케이스 / 코르크+합성피혁+폴리에스터 / 15,000
심한 난시에 양쪽 시력도 차이 나서 사람을 잘 못 알아보는 편인데, 안경 끼는걸 안 좋아한다. 이렇게 앉아서 화면을 보고 작업할 때나 영화관에서 자막을 봐야 할 때만 안경을 챙기는 편.
안경을 쓰고 있더라도 안경케이스가 가방 자리 차지하는 게 싫어서 케이스를 안 들고 다닌다. 그렇게 안경을 가방에 아무렇게나 넣어 다니다 망가졌다. 때문에 늘 맘 한편에 적당한 케이스를 하나 사야지. 했는데 작년 SEF 팝업스토어에서 이 안경케이스를 발견했다. 안감은 폴리였지만 이 정도는 괜찮은 선택이다 싶어 구입했다. 안경을 보관할 때는 세모기둥 모양이었다가 평소에는 납작하게 접을 수 있다. 접어서 납작해진다는 게 제일 맘에 든다.
3.Dr.jart+ 닥터자르트 스퀴저 / 스테인리스 / 단종
옛날 옛적 동생에게 받은 닥터자르트 스퀴저. 닥터자르트가 예전에는 알루미늄 튜브용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이 스퀴저를 같이 주는 프로모션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은 플라스틱 튜브로 용기가 변경되어 (아쉽다) 스퀴저도 만들지 않는 듯. 록시땅에서는 이 스퀴저를 '매직키'라고 부른 다. 이게 없으면 알루미늄 튜브를 밀어서 짜다가 겉에 프린팅 된 가루가 후두두 떨어지고 꼭 가장자리에 구멍이 나기 일쑤이기 때문. 사실 이 스퀴저로 밀어도 알루미늄 튜브 안에 있는 내용물을 깨끗하게 쓰긴 어렵다. 마지막에는 배를 갈라 내용물을 덜어두고 용기를 씻어서 분리 배출한 뒤 덜 어둔 걸 손에 바르자.
4.Nukak 누깍 키링 / 광고 배너 업사이클링 / 약 6,000원 (공홈에는 팔지 않아서.. 기억이.. 안 나요)
바르셀로나의 버려진 광고 배너와 타이어 튜브를 업사이클링하는 브랜드 누깍. 서울 새활용 센터를 들렸다가 집 열쇠에 달고 다닐 겸 2개를 구입했다. 어릴 땐 주렁주렁 다는 걸 별로 안 좋아했는데 작은 물건은 뭐라도 달아서 부피가 커져야 안 잃어버리고 빨리 찾을 수 있더라. 하나는 다른 가방에 달고 하나는 집 열쇠를 달고 다녔는데, 도어록이 있는 집으로 이사하면서 키링이 주인을 잃었다.
5. ipad pro 2세대 12.9 인치 / 130만 원...이었던가...
그림도 그리고 책도 보고 노트로도 써서 종이 사는 걸 줄이고 작업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구입한 아이패드. 이북 볼 때 사용한다. 여러분들은 이북리더기 사세요.
6. 애플 펜슬 케이스 / 면 앞치마 끈
펜슬케이스를 패드에 부착하는 형태는 싫고 사자니 맘에 드는 것을 못 찾았었다. 펜슬 1세대는 라이트닝 케이블로 충전할 때 커넥터가 따로 필요하다. 그걸 다 넣고 다닐만한 케이스가 없더라. 길이도 길어서 보통 필통에도 안 들어가고, 커다란 필통에 펜슬 한 자루 넣어 다니려고 들고 다니도 불편하지 않은가. 그래서 집에 앞치마 끈이 쓸데없이 길길래 잘라서 꿰매어서 사용 중. 2년 넘게 들고 다녔더니 너덜너덜하다.
7.Aesop 이솝 레저렉션 아로마틱 핸드 밤 75ml / 알루미늄 튜브 + 플라스틱 뚜껑 / 31,000원
친구가 안 쓴다고 준 이솝 핸드 밤. 사실 이번 생일에 똑같은 이솝 핸드 밤을 받아서 2개가 됐다. 눈 뜨면 바로 핸드크림부터 바르는 사람이라 핸드크림 선물을 많이 받는다. 안 바르면 손바닥에서 세로선이 죽죽 생기고 심하면 손 주름대로 다 찢어진다. 그래서 있으면 뭐라도 다 바르지만 사용감보다는 보습력이 더 중요하다. 이솝 핸드 밤은 보송보송한 보호막이 한 겹 써져있는 느낌. '와 촉촉하다.', '기름이 손주름 다 채워주는 것 같다.' 이런 느낌은 아니다. 건성이 아니라면 겨울에도 충분히 잘 사용할 듯. 향은 라임 껍질+로즈메리 허브 냄새.
8.Burt's Bee 버츠비 허니 립밤 4.25g / 50 % 재활용 플라스틱 / 6,000원
밖에서 손을 얼굴에 대는 게 무서운 시국이라 스틱 타입으로 된 립밤을 샀다. 재활용 종이상자에 립밤 용기는 50%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었고 내용물은 100% 천연재료다. 가끔 보면 뻑뻑하게 발리는 립밤이 있는데, 버츠비 립밤은 발림도 좋고 끈적거리지도 않는다. 유지력도 꽤 괜찮다. 허니라는 이름에 걸맞게 바르면 꿀 냄새가 퐁퐁 난다. 맛도 달달하다. 바르고 마스크를 끼면 마스크 안이 꿀 냄새로 가득해져 기분도 좋아진다. 작은 플라스틱은 재활용 과정에서 탈락되기 일쑤라는데 버츠비 해외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같은 재질의 큰 플라스틱 통에 넣어서 버리라고 한다. (본사에서는 테라 사이클로 수거 중. 한국 버츠비는 왜 같이 안 해주나요)
9. 받은 티슈+ 받은 지퍼백
유튜버 '밀라논나'의 왓츠 인 마이 백 영상에서 보고 감명받아 얼른 따라 했다. 테이크아웃을 하거나 가끔 햄버거를 배달시켜 먹을 때 티슈가 한 뭉치씩 생긴다. 새거라 버리기는 아까워서 주방 서랍에 넣어놨다가 기름을 닦을 때나 벌레 잡을 때 썼다. 그런데 밀라논나는 받은 티슈들을 지퍼백에 담아서 가지고 다닌다는 것! 잠시 유튜브 영상을 멈추고 바로 주방으로 가 모아뒀던 티슈를 지퍼백에 넣었더니 딱이다. 지퍼백은 사은품으로 받았다. 다 쓴 휴대용 반지갑 타입 티슈 비닐에는 받은 티슈들 크기가 제각각이라 넣기 불편해 들고 다니길 포기했는데 이 방법, 아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