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소재 플리스
요즘 애들은 아니지만, 그래, 플리스 내 취향이다. 부슬부슬 후들후들 넝마 같은 스타일, 좋아한다. 그런데 내 플리스 하나 갖고 있지 못하다. 너무 많이들 입으니까 함께 하기 부끄럽잖아. 그러고 보니 겨울에 난방비 절약하려고 집에서 걸치는 얇은 플리스 하나 있다. 내의 같아서 밖에 입고 나가지 않는다. 아참, 우리 집에 플리스가 하나 더 있다. 8년 전인가(정확하지 않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 갔다가 가을밤이 너무 추워서 무지에서 하나 샀었다. 동거인 입히려고. 그의 취향이 아니었던 지라, 내가 좋아서 골랐던 지라 잘 입지 않더라. 슈퍼 갈 때, 산책 갈 때 둘이 번갈아 입는다.
어쨌거나 '외출용'으로 편하게 입을 만한 '내' 플리스가 없다. 가을 옷이 난감한 건 계절이 후딱 바뀌는 탓에 그 날 그 날 기온에 맞는 옷을 적절히 챙겨 입는 것도 어렵지만, 무엇보다 몇 번 입지 않은 옷을 세탁소에 맡겨야 한다는 사실이다. 가을 외투는 하나를 끽해야 다섯 번 입으면 많이 입을까인데, 세탁비를 생각하면 한 번 입을 때마다 천 원, 이천 원 사용료 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플리스는 세탁기에 후루룩 돌릴 수 있지 않나. 생긴 게 보플이라 보플 일어날 염려도 없다. 루즈핏으로 아무것에나 걸치기 좋고, 바지든 치마든 코디도 쉽다.
나의 뮤즈 신민아님이 새하얀 플리스를 입고 길거리 댄스를 한다. 에코 플리스, 페트병으로 만들었다고? 그러고 보니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로 만든 플리스가 요즘 눈에 많이 띈다. 폴리에스터는 면과 더불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섬유다. 전체 섬유 생산량의 57%를 차지한다고. 이렇게 많이 쓰고 있는 폴리에스터를 재활용 섬유로 대체할 수 있다니.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를 쓰면 새로운 석유 추출을 줄이고 버리진 플라스틱이 바닷가 생물의 먹이가 되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더불어 전력 소비와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고.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플리스, 가져볼 만하다.
여기,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로 만든 플리스를 소개한다. 집업 재킷 스타일로 요즘 애들 아니라도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종류로 골라봤다.
149,000원 /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100% / color : smoke blue, pink, white
에딧플러스는 기후 변화로 인한 환경의 변화로부터 우리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 지구를 구하겠다는 야심한 목표를 가진 시애틀 소재 브랜드다. 재활용 패브릭과 유기농면, 양모를 사용하고 모듈러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팩토리에서 옷을 만드는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의류 생산을 추구한다.
멀티컬러 플리스는 루즈 핏으로 낙낙하게 입을 수 있는 후디 타입이다. 스모크 블루와 베이지, 그리고 가슴 부분 주머니 오렌지색까지 세 가지 색상 조합이 귀엽다. 핑크와 베이지 조합, 화이트 컬러도 있으니 취향 껏 고를 수 있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오른편 소매 와펜 부분에 D링이 있어 좋아하는 액세서리를 붙일 수 있다. 스트라이프 지퍼 스트랩까지 완전 내 취향이지만 내가 부담스럽도록 귀여워질까 봐 나를 위한 구입은 자제하는 걸로. 조카에게 사줄까 보다 한다.
180,000원 /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100% / color : white, brick
그라인은 아이슬란드어로 그린을 뜻한다고 한다. 아이슬란드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브랜드 이미지로 삼고 있다. 자연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균형 있게 그리고 단순히 사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속가능한 옷을 만드는 브랜드다. 리사이클 소재, 오가닉 코튼 등 자연소재, 지속가능성을 위한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원단을 사용한다.
슬림한 라인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으로 남녀 모두 연령대 관계없이 소화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가슴 우븐 포켓이나 목 라인 부분, 지퍼까지 올 화이트. 같은 색상이지만 다른 재질로 포인트를 주고 스티치 방식으로 처리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안감이 없는 가벼운 타입이라 외투 안에 입을 수 있다. 브릭과 화이트 두 가지 색상이 있고, 같은 색상의 조끼도 있으니 참고하시라.
207,200원 /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85% + 일반 폴리에스터 15% / color : dark green, gray
나우는 블랙야크가 2014년에 인수한 포틀랜드 소재 브랜드다. 포틀랜드는 나이키, 콜럼비아 등 대형 아웃도어 브랜드의 본사가 있고, 킨포크가 탄생한 도시다. 이런 분위기 속에 나우는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기능성을 담보한 스타일리시한 캐주얼룩을 만들고 있다. 10가지 지속가능한 직물 목록을 만들어 사용하는 직물을 제한하고 리사이클 다운, 재생 폴리에스터, 오가닉 코튼 등을 사용한다.
U BEAVER 플리스는 얼핏 보기에도 포근함 그 자체다. 다른 브랜드에서 찾기 힘든 다크 그린, 그레이 색상이 있다. 어깨라인이 길게 내려오고, 외투 하단 밑단 처리가 되어 있어 루즈하게 입을수록 예쁠 디자인. 지퍼에 안감 라이너가 있어 겨울 외투로 딱이다. U BEAVER 라인은 재생 폴리에스터 85% 사용 제품으로 후디 외에 재킷 타입이 있다. U BEAVER 외에 100% 재생 폴리에스터를 사용한 다양한 플리스가 있으니 구경들 해보시라. 남자 플리스가 특히 예쁘다.
143,100원 / 에코플리스 / 여성 color : ivory, camel / 남성 color : ivory, cream, dark gray, burnt olive, camel
노스페이스는 지난해부터 리사이클 원단을 사용한 에코 플리스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에코 플리스 생산 물량을 늘리고 다양한 스타일이 출시되어 선택의 폭이 보다 넓어졌다. 광고 노출이 많아 페트병 리사이클 소재와 환경 이슈에 대해 널리 알리는 효과가 있을 듯.
이름마저 친환경스러운 SAVE THE EARTH 플리스. 노스페이스 플리스는 기본 형태가 같고 봉제선이나 주머니 모양, 와펜 위치 등 디테일이 다양한데, 개중 가장 심플한 디자인이다. 여성용은 화사한 아이보리색과 무난하게 입을 수 있는 카멜 두 가지 색이고 남성용은 좀 더 다양한 색상이 있다. 나는 이 새~하얀 플리스가 맘에 들지만 일반인이 모델만큼 소화할 수 있을지. 노스페이스에는 플리스 외에도 다양한 '에코' 상품이 있고, 상품 썸네일에 에코 라벨을 게시해놔서 검색이 용이하다.
115,000원 /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리젠 제주) 100% / color : green, blue, grey
페트병 재생 원사를 사용하여 주름 토트백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플리츠마마에서 플리스를 내놓았다. 제주도에서 수거한 페트병을 재활용했다 하여 이름 또한 제주보틀 니트 플리스. 플리스 하나에 제주도에서 버려지는 페트병 53개가 사용됐다 하니, 제주 환경을 깨끗하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 거부하지 않을 수 없는 아이다. 그동안 재생섬유를 만들기 위해 해외에서 폐페트병을 수입해왔는데, 국내 페트병 재생섬유로 의류를 만든 거의 첫 사례.
제주보틀 니트 플리스는 뽀글이가 아니라 니트 소재다. 주머니 부분은 자잘한 뽀글이로 포인트를 줬고 소매에 페트병 리사이클링 로고가 들어간 와펜이 귀엽다. 목 안감과 지퍼 풀러에 항균 원사를 사용했다니 세탁 회수를 줄일 수 있어 이 또한 환경친화적. 이 쨍~한 초록색, 완전 좋아하는 색인데, 외투로 입을 만큼 내가 과감했던가? 플리츠마마 제주 에디션으로 플리츠마마 대표 상품 주름백과 노트북 파우치, 핸드폰 파우치, 티셔츠 등 제주 향 머금은 다양한 제품이 있으니 둘러보시길.
89,900원 /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100% (겉감, 안감 모두 적용) / color : ivory, light brown, red, black
이마트 PB 브랜드 '자연주의'로 시작한 자주는 브랜드 리뉴얼 후 제품 라인도 다양해지고 디자인도 깔끔해지더니 이제 심지어 에슬레저룩까지 내놓게 되었다. 자주를 이용하는 연령대가 좀 더 다양해질 듯.
이 카펫 문양 플리스는 복고복고해서 볼수록 예쁘다. 사진 속 모델처럼 웜톤의 면바지와 같이 입으면 가을 분위기 내는 데 제격. 청바지와 입어도 예쁠 것 같고, 허릿단이 짧아 짙은 단색 플레어스커트를 입으면 멋스러울 듯하다. 좀 더 차분한 스타일을 원하면 아이보리와 블랙이 고르면 되고, 레드는 좀 파자마 같아서... 아노락, 베스트, 롱가디건도 있으니 참고하시라. 단, 이 플리스는 여성용이다.
59,000원 / 100% 리사이클 원단(GRS 인증) / 여성 color : indigo pink, black, ivory, red ink, dull mint / 남성 color : cream, black, dark navy, charcoal gray, frozen
네파도 다양한 친환경 소재 활용을 시도하고 있는데, 100% 리사이클 소재 사용한 제품은 많지 않다. VISCO 라인은 100%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를 사용했고 GRS(Global Recycle Standard) 인증을 받았다. 소프트한 플리스라 뽀글이라기보다 부슬이에 가깝다. 다양한 연령대에서 소화 가능한 심플한 디자인으로 간절기 외투나 겨울 가디건으로 활용 가능하다. 색상이 다양하고 가격이 저렴해서 하나쯤 장만해놓을 만하다. 같은 라인에 조끼도 있으니 참고하시라.
요즘 마트에 가보면 음료수 페트병이 투명한 병으로 바뀐 것을 볼 수 있다. 그동안 녹색병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고수하던 장수막걸리, 칠성사이다, 씨그램도 이제 투명한 페트병으로 나온다. 페트병 라벨에는 절취선이 생겼다. 지금까지 페트병에서 끈덕한 라벨 떼어내느라, 떼어내고도 남아있는 접착제 자국 지우려 애쓰느라 우리 모두 고생 많이 했다. 작년 12월 25일부터 자원재활용법이 개정안이 시행된 덕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다.
색깔 없이 투명하고 이물이 묻지 않은 페트병으로 질 좋은 재생 원료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원료로 재생 섬유를 만들 수 있다. 이제 우리가 분리 배출한 페트병이 옷이 된다. 플리츠마마 제주 에디션으로 시작되었고, 블랙야크와 코롱FnC 제품으로 곧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고품질 페트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폐페트병을 다른 플라스틱과 섞이지 않게 별도로 수거하는 일이 아직 남아있지만(서울, 제주, 부산, 천안, 김해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분리수거 열심히 하는 일이 헛된 일만은 아니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