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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지 Sep 22. 2020

린스바를 쓸 거면 샴푸바까지

제로 웨이스트 비누 시리즈_02


린스바 보다 액상 샴푸를 샴푸바로 바꾸는 것에 더 저항감이 있었던 게 사실. 누구나 다 갖고 있는 기억일까? 어떡하다 비누로 머리를 감게 되었을 때 머리카락 뜯기는 느낌에 충격을 받았던 어릴 적 기억. 이후 비누는 머리를 감는 물건이 아니라고 뇌리에 박힌다.  


게다가 샴푸바로 머리 감으면 떡진다는 니, 비누가 흐물흐물 녹는다느니 하는 소리들이 있어서 선뜻 마음이 가지 않았는데. 이왕 린스바를 쓸 거면 샴푸바까지 써야지 싶어 몇 가지 제품을 사용해 봤다. 실리콘 프리 액상 샴푸로 샴푸 후 뻐득뻐득함에 적응이 좀 된 터이니까.


샴푸바는 린스바 보다 선택의 폭이 넓었지만 탈모 샴푸, 해외 직구 등 제외하고 나면 10개 내외 브랜드를 찾을 수 있다. 브랜드별로 모발과 두피 상태별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고르는 재미가 있다. 모발 상태는 중건성을 기준으로 했고 그 외에 향과 성분에 따라 네 개 제품을 골라봤다.



톤28 S19(바오밥나무오일)

₩11,000 / 85g / 약산성    바로가기 

비누포장 : 종이상자 / 배송포장 : 골판지 박스, 종이테이프, 지아미(완충재)

액체가 굳으면서 남긴 소용돌이무늬가 매력적인 샴푸바. 미니멀한 박스 디자인에 첫눈에 반하고, 포장을 열면서 느껴지는 깊고 진한 향기에 두 번째 반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원숙함 느낌 물씬하는 이런 우디향 좋아함. 머리를 감을 때 향기로 호강하는 느낌. 마른 후에는 잔향이 많지 않다. 다른 샴푸바에 비해 젖은 머리 상태에서 머릿결 뻣뻣함은 적은 편. 그래도 아무래도 비누니까 뻣뻣해지긴 한다. 소개하는 샴푸바 중 건조 상태의 머릿결 가장 부드럽다.


ARENCIA 아렌시아 와일드피그 샴푸바 

₩13,000 / 85g    바로가기 

비누포장 : 크래프트 종이백 / 배송포장 : 골판지 박스, 비닐테이프, 완충재 없음

모양과 색깔이 예뻐서 골랐던 샴푸바. 말린 자몽 조각이 진분홍 코코누들 비누 위에 얹혀 있다. 실제로 보니 화면에서 보던 것 같이 화사한 쇼킹핑크는 아니라 살짝 실망. 하지만 여전히 충분히 예쁨. 건조 상태 비누에서 살구향이 나지만 머리를 감을 때나 말린 후 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감기는 느낌은? 시원하게 감긴다. 너무 뽀드득 씻겨 가는 모발이 흩날리는 내 머릿결에는 맞지 않음. 금방 기름진 머리라면 괜찮을 듯.



여기서 잠깐 샴푸바 사용법.

젖은 머리에 머릿결 방향으로 네댓 번 비누를 문지르고 거품 내면, 거품 잘 난다. 비누망으로 거품을 내고 거품을 머리에 문지르는 방법도 있지만, 비누를 직접 머리에 바르는 걸 선호한다. 비누를 덜 쓰게 되고 거품으로 비누가 떡지지 않으니까. 머리에 물기가 충분하면 비누가 잘 발리지만, 수월하지 않다면 비누에 물을 묻히면 된다.



동구밭 올바른 샴푸바 중건성용

₩9,500 / 100g / 약산성    바로가기

비누포장 : 종이상자 / 배송포장 : 골판지 박스, 비닐테이프, 옥수수 전분 완충재

동구밭의 모든 비누가 그렇든 새끼손가락 거는 손 모양이 새겨진 샴푸바. 동구밭에서는 중건성, 지성, 쿨링 세 가지 종류의 샴푸바가 나온다. 그중 중건성 샴푸 선택. 거품 잘 나고 머리 잘 감긴다. 뭉근하고 달큰한 시트러스 향. 동구밭 린스바는 글쎄, 다시 선택하지 않을 것 같지만 샴푸바는 좋다. 개운하게 감기고 감은 후 머릿결 부드럽다. 무엇보다 가격이 넘나 착하다.


The Vegan Glow 더비건글로우 오리지널샴푸바

₩15,000 / 100g / pH 5.5    바로가기

비누포장 : 종이상자 / 배송포장 : 골판지 박스, 비닐테이프, 지아미(완충재), 흰색 습자지

동거인이 다 써버려 하나 더 구입해야 했던 더비건글로우 샴푸바. 동거인, 성별 남성. 국방색에 묵직한 베르가못 향이 남성들이 쓰기 무난한 샴푸바. 역시나 잘 감기고 거품 충분히 나고 감은 후 머릿결 부드럽다. 앗! 그러고 보니 동구밭 샴푸바와 사용감이 너무나 닮았다. 역시나! 제조사가 동구밭. 성분을 살펴보니 비누 베이스는 똑같다. 그 외 영양과 향 성분에 차이가 있다. 그런데, 가격차가?! 두피와 모발에 좋은 성분이 더 들어갔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로 한다. 향도 더 깊고.


스페이스선 촌스러운 샴푸바 - 모발 튼튼 수

₩15,900 / 80g / 약산성    바로가기

비누포장 : 100% 사탕수수 비목재(Tree-Free) 종이 상자 / 배송포장 : 골판지 박스, 종이테이프, 완충재 없음

자연친화적인 삶을 실천하는 귀촌 공동체 스페이스선 샴푸바. 스페이스선(仙) 이름답게 공동체의 상징인 팔문원을 비누 가운데 새겨놨다. 다양한 한방 성분이 들어가 한약 향과 지푸라기 향이… (시각적 이미지가 후각적 심상으로 전환된 건 아니겠지?) 린스바(현재는 단종입니다) 사용 느낌이 너무 좋아 샴푸바에 대해 기대를 많이 했는데, 거품이 풍성하고 뽀득뽀득 잘 씻기는데... 머릿결의 느낌은, 첫 날보다 다음 날이 더 낫다. 이 샴푸바 이제 사용하기 시작했으니 추후 한방의 효과를 기대해본다. 샴푸바에 삼베 비누망 포함되어 있고, 샘플 비누와 루파 비누 받침을 넣어주는 센스 돋보임. 스페이스선 공동체는 천연비누 외에 생태화장실, 빗물 저장탱크를 제작하고 공동체 탐방 프로그램은 운영하고 있으니 자연친화적 귀촌 생활을 꿈꾸는 이들은 참고해보면 좋을 듯하다.



결론적으로 샴푸바 사용감은 대동소이하다. 거품 잘 나고 머리 잘 감기고 감은 후 두피에 뭔가 남는 느낌이 없어 개운하다. 신기한 건 일반 샴푸와 다르게 시간이 지나도 머리카락 찌든 느낌이 없다. 냄새도 덜 난다. 사람이 더 깨끗해진 것 같은 이 느낌 뭐지.


다소 차이가 있다면 감은 후 뻣뻣함의 차이, 말린 후 부드러움의 차이. 젖은 상태에서 머릿결이 가장 뻣뻣해지는 건 아렌시아 샴푸바, 말린 후 머릿결을 가장 부드럽게 하는 건 톤28. 그리고 향의 차이가 있지만 말린 후 거의 다 날아가니 별 상관이 없을 수 있으나, 감을 때 향도 중요하니 원숙미 느껴지는 깊은 향이 좋다면 톤28 S19, 가볍고 상큼한 향이 좋다면 동구밭 중건성 추천.


샴푸바의 좋은 점 하나 더. 샴푸 후 굳이 린스바를 쓰지 않아도 된다. (아! 여기서 아렌시아 와일드피그는 제외하겠다.) 다만 젖은 상태에서 머리카락이 엉키고 뻣뻣해진 느낌이 싫다면 린스바를 구비해놓는 것이 좋다. 살짝만 발라도 머리 헹굼이 훨씬 수월하다.


한 번에 1~2g 정도 사용하니 두세 달 정도 사용할 수 있다. 스페이스선 샴푸바는 워낙 거품이 잘 나 다른 샴푸바보다 덜 사용하게 되니 가격이 좀 비싸도 똔똔일 수 있다.


샴푸바 사용 후 비누로 머리 감기에 대한 편견은 사라졌다. 올인원으로 머리 감고 샴푸바에 대한 편견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면 샴푸바로 옮겨 타시길. 아직 써볼 수 있는 샴푸바 종류도 많고, 플라스틱 용기에 대한 더 좋은 대안이 없는 한, 샴푸바로 정착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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