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북 소개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원래 그랬다. 일반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게 되면서 재활용 쓰레기는 자연스럽게 분리배출될 수 있었다. 재활용 쓰레기를 미리 골라내 종량제 봉투에 들어가는 쓰레기 양을 줄이면 종량제 봉투값이 절약되니까. 그래서 종량제 봉투로 쓰레기를 수거하는 시스템이 도입되었을 때 매우 혁신적인 사례로 국내외에 소개되었었다. 여전히 어느 정도 그 논리가 작동하고 있지만, 요즘처럼 대책 없이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시대에 재활용에 대해 좀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할 런 지 모른다.
재활용이 잘 되기 위해 재활용 순환 고리에 놓여있는 각자가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우리는 소비자니까 제대로 잘 버려야 한다. 하지만, 다들 그렇겠거니 위안을 삼더라도 재활용품 분리배출은 여전히 귀찮은 살림 거리 중 하나다. 잘하고 있나 항상 의구심이 들게 하는 일이기도 하고. 내가 이렇게 많이 쓰고 많이 버려도 되는 건지 죄책감이 들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어쨌든 재활용은 불편하다.
이런 불편한 마음은 남 탓으로 곧장 이어지는데, 왜 소비자에게 이렇게 부담을 지우나, 기업이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물건을 만들어야지, 적어도 재활용하기 쉽게 물건을 만들던가. 내가 분리배출한 재활용품이 제대로 재활용이 되기는 하는 걸까 의심이 들기도 한다. 재료별로 분리해서 재활용품 내놓으면 수거하는 아저씨들이 다시 섞어 수거차에 실어버린다. 분리배출하는 나의 수고가 이르는 지점은 어디인지. 분리배출을 잘 하는 건 고사하고 적어도 불편한 마음을 덜고 분리배출을 하기 위해, 분리배출에 대한 이해가 나에게 필요했다.
행동이 미치는 결과를 모르면 아무것도 못하는 멍청이스러운 나에게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의 발간 소식이 들린 건 지난 9월. 오프라인 서점 판매 개시일을 기다려 책을 구입했다. 유튜브 채널 "도와줘요 쓰레기박사!" 를 알고 있었지만 5분 내외 짧은 영상을 하나씩 돌려 보기 어려웠는데, 그 내용을 한 번에 모아놓은 책이 나온다니. 이렇게 좋을 수가, 종합편! 하나로 다 해결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홍수열 지음, 슬로비, 2020)"는 지은이 홍수열 박사님이 직접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 “도와줘요 쓰레기 박사!”에서 소개된 쓰레기 지식을 정리한 책으로, 쓰레기에 대한 기본 개념과 처리 과정, 품목별 분리배출 방법이 담겨 있다. 재활용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함께 현재 우리가 처한 쓰레기 문제를 비롯하여 소비자의 입장에서 궁금하고 헷갈릴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짚어준다. 그것도 아주 쉽게. 앉은자리에서 두세 시간이면 한 권을 다 읽어낼 수 있는 뿌듯함은 덤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해하게 된 분리배출 팁! 이미 알고 있는 분들도 많이 있겠지만, 나같이 아직도 잘 모르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내 방식대로 정리해봤다.
첫 번째, 분리배출 마크가 있는 물건은 모두 분리 배출한다.
이게 재활용이 되는 거야, 아닌 거야, 머리 싸매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분리배출 마크가 있다면 분리배출하면 된다. 소비자의 역할은 여기까지. 분리배출 표시가 있다는 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 의해 생산자가 직접 재활용을 하거나 재활용 비용을 대는 방식으로 재활용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다. 기업과 국가에서 재활용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약속이니, 소비자는 분리배출만 하면 된다.
기업이 책임을 진다고는 하지만 소비자가 구입한 물건 가격에 비용이 포함되어 있는 셈이다. 이미 재활용 비용을 지불했으니 종량제 봉투 값으로 또 한 번 비용을 낼 필요는 없다. 소비자가 책임은 떠안은 꼴이라 속이 쓰리지만, 분리배출 여부를 두고 골치 아플 염려는 줄었다.
두 번째,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분리’는 틀렸다.
나는 보통 종이, 유리, 고철 그리고 비닐과 스티로폼 포함 플라스틱류로 분류해서 내놓는다. 나만 그런가? 시중에서 판매하는 분리수거함도 이렇게 분류되어 있지 않나? 어쨌든 내 분류 기준은 그랬다.
이 책에서는 선별장에서 어떻게 재활용품을 선별하는지 그림으로 상세히 보여준다. 우선 종이류와 스티로폼류, 비닐류를 별도로 빼놓는다.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컨베이어벨트로 이동, 컨베이어벨트로 옮겨진 재활용품은 각각 플라스틱 종류별, 유리 색깔별, 고철 종류별로 분류된다. 품목별 담당자가 손으로 직접 재활용품을 건져낸다. 이 과정을 이해한다면, 종이, 비닐, 스티로폼 그리고 그 외의 것으로 분류해서 내놓는 것이 합리적이다. 왜 수거 아저씨들이 재활용품을 섞어버렸는지 이해되는 부분.
세 번째, 작은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안된다.
재활용을 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졌다고 모두 재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나의 고민이 시작된다. 다 재활용을 하면 좋겠는데, 왜지? 재활용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재활용은 소비자의 분리배출 다음 수거, 선별장에서 종류별 선별, 이후 재활용업체에서 재활용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관계자들이 얼마나 역할을 충실히 하느냐, 이 순환의 고리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작동하는가가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또 하나는 경제성이라는 논리가 작동한다. 결국 선별이 어렵고 경제성이 떨어지면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병뚜껑 같이 작은 물건은 선별장에서 골라내기 어려워 폐기된다. 작은 물건의 기준은 손바닥! 하지만 작더라도 분리배출 표시가 있으면 분리배출한다.
네 번째, 여러 재질로 되어 있는 물건은 재활용이 안된다.
대표적인 것이 칫솔, 로션이나 샴푸 펌프, 볼펜. 그냥 일반 쓰레기로 버리자. 칫솔은 칫솔모(나일론 또는 PBT)와 칫솔대(PP+고무) 재질이 다르다. 플라스틱 칫솔대에 고무가 들어가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재활용한다고 칫솔모 펜치로 뽑고 칫솔대 뽀개는 짓 하지 말고 그냥 버리자. 소모성 칫솔 자꾸 버리는 게 마음에 쓰이면 대나무 칫솔을 써보는 것도 좋고.
샴푸는 펌프와 샴푸통이 다른 재질이라 우선 분리해야 하고, 펌프는 스프링과 플라스틱이 섞여 있어 일반쓰레기로 버린다. 볼펜은 몸체, 심, 스프링 등 일단 보기에도 다양하다. 어차피 작아서 재활용이 안되니 일반쓰레기.
다섯 번째, 스티로폼이라고 다 같은 스티로폼이 아니다.
스티로폼은 PS 재질로 된 스티로폼만 분리배출한다. 과일 포장재, 전자제품 완충용 포장재, 요가매트, 수세미용 스펀지, 휴대용 방석 다 아니다. 스티로폼스러운 물건은 다 분리배출함에 넣었었는데,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일반쓰레기가 어마어마하게 많은 것.
이 정도만 알아도 재활용 고민을 좀 덜 수 있다.
분리배출 마크가 있는 건 우선 분리 배출
재질이 다른 건 일단 해체
라벨이 있으면 떼어내고
내용물이 남아 있다면 씻어서 배출한다면 재활용률까지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홍수열 박사님의 당부의 말을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에게 전한다.
선별하시는 분들을 생각해서 버리자. 이왕이면 깨끗하게, 남은 음식물, 닭뼈 같은 것 재활용품과 같이 버리지 말고, 담배꽁초 같은 것 병에 넣지 말고. 칼이나 깨진 유리조각은 선별할 때 위험하니 잘 묶어서 내놓기.
그리고 쓰레기 문제에 대해 기업에게 책임을 묻자. 소비자가 잘 버리는 것만으로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기업이 생산단계에서 포장재를 줄이고 재활용이 잘 되는 물건을 만들 수 있도록 소비자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부분! 선택지도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