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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지 Mar 03. 2021

꼭 찾으면 없더라

플라스틱 프리부엌 살림템

제철 재료로 한 끼를 차려 대접하고, 1인 가구를 위한 생활 클래스를 열던 부엌이 있었다. 그곳 구석에 사무실을 차린 우리는 부엌을 '공유'하기로 했다. 최대한 쓰레기 없이.


시작은 목공부터. 필요한 목재는 원판에서 최대한 자투리가 나오지 않도록 계산된 사이즈로 제작되었다. 손도 많이 가고 시간이 늘어지는 작업이었지만 허투루 쓰이는 목재는 없었다. 버리는 것도 없었다. 본래 있던 원목 테이블은 부엌의 계단과 문틀이 되었고, 수납장은 아일랜드 테이블의 다리가 되었다. 


본래 사용하던 스텐 냄비들은 베이킹소다로 이틀에 걸쳐 닦아 번쩍번쩍해졌고 나무 조리도구들은 사포로 하나하나 갈고 오일을 먹였다. 비누 세제와 삼베 수세미를 쓰고, 재생 우유팩 휴지를 사다 나르며, 부엌을 채우는 모든 것은 스텐, 나무, 자기, 철, 유리, 면을 제외하곤 엄격히 제외시키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막상 새로 구입해야 할 물건들은 모두 플라스틱에게 점령당해있더라. 플라스틱 없이 만든 것이 있을 것 같은데... 계속 찾으려 매달려봐도 생각 외로 찾기 힘든 것들이 많다. 그중 고민 끝에 구입해 2년간 제 역할을 해주고 있는 쓸모 있는 살림템을 소개해보려 한다.


쓰레받기

양철

구매한 곳

철로 된 쓰레받기가 필요해 무턱대고 '철 쓰레받기'라고 검색해봤다. 그랬더니 낙엽을 쓸어 담는 커다란 철 쓰레받기나 아궁이 재를 쓸어 담는 쓰레받기를 만나게 되더라. 찾다 찾다 고른 것이 이 양철 쓰레받기다. 손잡이가 꾀나 허술해 보이긴 했으나 단일 소재임에 만족해야 했다. 

직접 받아보니 얇은 양철이라 아주 가볍고 어디든 걸어놔도 안전하다. 손잡이도 용접이 아닌 끼움 방식이라 의외로 튼튼. 이번 겨울 펑펑 내린 눈도 눈삽 없이 이 녀석만으로 해결했다. 

판매처 상품페이지에서 장식용을 추천할 만큼 집에서 사용하기에는 바닥에 닿는 면이 고르지 못하다. 뭐, 어차피 거친 바닥면을 가진 공간이라 쓸 만했다. 세트 상품이었던 자그만 갈대 빗자루는 계속해서 갈대를 뱉어내서 비추. 책상용이라면 모를까.


대나무 빗자루

대나무+갈대

구매한 곳이 기억이 안 나요..

빗자루는 원목에 고급스러운 선택지가 많았다. 하지만 마모(馬毛). 김작자는 동물 털 사용을 지양한다. 그래서 전통적으로다가 대나무 손잡이가 달린 갈대비를 찾았다. 

그런데 요즘 갈대비는 죄다 플라스틱 끈으로 꽁꽁 메어져 있어 한번 더 고민했다. 인생은 이 빗자루와도 같아서 다 내 맘 같지가 않다. 암만 그래도 빗자루 털을 말에게서 갖다 쓸 필요가 있나 싶더라. 결국 선택한 갈대비는 생각보다 부드러워 만족했다. 거친면에서는 실력 발휘가 어렵다만 매끄러운 바닥에서는 촘촘하게 먼지를 모아준다. 

거진 2년을 썼는데도 갈대가 여전히 풍성하다. 무엇보다 플라스틱 빗자루 모 끝이 갈리면서 그 틈으로 머리카락들이 뭉쳐 돌아다니는 현상이 없다. 무게도 가벼운 편. 손잡이가 길어 손목에 무리가 갈까 했는데 확실히 대나무가 가볍다. 아쉬운 점이라면 고리가 없다는 것. 기대어 놓으면 가벼운 만큼 픽픽 쓰러진다.


자연애 음식물 쓰레기통

18-8 스테인리스

특별한 날에는 먹고 싶은 음식들이 많다. 잔뜩 장바구니를 채우다 보면 덩달아 음식물쓰레기도 늘어난다. 덕분에 부엌의 음식물 쓰레기통은 두 번이나 바뀌었다. 2L면 충분할 거란 예측은 부엌 운영 한 달 만에 깨져버렸고, 실제 고려해야 했던 건 싱크대 배수구망을 막 털어 넣기에 좋은 크기였다.

그래서 대놓고 큰 걸 두었다. 냄새와 벌레를 막아줄 밀폐형도 몇 번이나 고민했지만 플라스틱이라 과감히 포기. 손잡이부터 뚜껑까지 스텐 단일 소재라 맘에 들었다. 바닥에 두고 사용해 몇 번이나 발로 차였는데도 멀쩡할 만큼 꽤 두꺼운 스텐이다.

신기하게도 예약 문의 다음으로 이 음식물통 정보를 물어보는 DM이 많았는데 언제나 답변과 함께 쌍따봉을 날렸다. 뜨거운 물에 세제로만 씻어도 번쩍번쩍하고 냄새도 안 베여서 음식물통 관리까지 신경 쓸 일이 없다. 


RE :VIN 리빈 파스타 메져 키링

애쉬목 + 끈

12,000원 / 바로가기

위에 소개한 스텐 음식물통을 늘 가득 채우는 건 파스타다. 거의 2인분쯤 되는 면들이 고스란히 버려져있다. 파스타의 양 조절이 얼마나 혼란스러운 것인지 나도 공감하는 바다. '100원짜리 동전 지름이 1인분'이라고 머리는 알고 있으나 눈과 위장이 그것을 의심한다.

그래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원목으로 된 파스타 메져를 구입했다. 흔한 디자인은 또 싫어서 사흘간 검색만 했다. 짙은 갈색의 적삼목과 베이지색의 애쉬목 두 가지로 제작되는 리빈의 파스타 메져는 이뻐서 만족. 키링으로 달고 다닐 수 있도록 작은 사이즈라 캠핑족에게도 좋겠다.

사실 직접 보고도 의심되는 파스타양이긴 한데 진짜 딱 들어맞는 양이니 걱정하지 말자. 항상 2인분 같은 1인분 파스타를 먹고 있다면 파스타 메져를 적극 추천한다. 

그리고 실제로 이걸 구비해둔 후로 버려지는 파스타 면양이 줄었다. 파스타양이 줄어드니 같이 먹는 음식의 양도 맞춰졌는지 확실히 음식물 쓰레기 양이 줄어든 건 절절히 체감한 사실. 



이것 말고도 여름날 편의점 얼음컵이 분리수거 통에서 빈번히 출몰해 매일 얼음을 얼리고 스쿱을 두기도 했다. 테이크 아웃 컵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와 스텐 빨대를 비치하고 비닐을 줄이기 위해 장바구니와 프로듀스 백도 걸어놓았다. 얼음컵에는 통했지만 테이크아웃 컵과 비닐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신 매일 아침 출근과 함께 재활용 쓰레기들을 깨끗하게 분리배출했고 병뚜껑은 따로 모아 '플라스틱 방앗간'으로 보냈으며 우유팩은 '오늘의 분리수거' 수거함을 찾아가 버렸다. 마을에 제로 웨이스트 샵이 생기면서는 주방세제와 소독약을 용기를 들고 가 구입했다.


2년간 나름 고군분투하며 쓰레기를 줄여보고자 했던 공유 부엌을 이젠 마무리한다. 그리고 선택지는 제로 웨이스트를 적극적으로 작당 모의할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것. 다음 주는 그곳에서 글을 적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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